[극속전설] 정이건의 레이스 (유위강 감독 烈火戰車 2 - 極速傳說, The Legend Of Speed 1999)

2008. 2. 23. 08:49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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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0.4.5.)  얼마 전 국내에 개봉되었던 <색정남녀>의 감독 이동승의 1995년 작품으로 <열화전차>라는 것이 있다. 유덕화와 양영기가 나왔던 영화였는데 스피드에 목숨을 거는 홍콩의 젊은이들을 로맨틱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 영화에서 다룬 부모와의 갈등, 청춘의 고뇌 등은 제임스 딘의 고전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다. <열화전차>에서는 폭주하는 모토사이클의 열정에 가족의 복원이라는 따뜻함이 더해져 평단과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었다. 자기 복제에 능한 홍콩 영화계가 이 영화의 속편을 안 만들 리가 없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홍콩 영화계는 새로운 피와 새로운 기술로 속편을 만든다. 제목은 <열화전차2 극속전설>이다. 주인공은 이제 홍콩의 신세대 스타 정이건이 맡는다. 정이건을 둘러싸고 본드 걸처럼 장백지와 임희뢰가 가세한다. 이동승이 메가폰을 잡았을 때는 적어도 드라마라는 것이 존재했지만, 촬영감독 출신의 유위강이 속편을 만들면서는 드라마보다는 화면에, 감정보단 액션에 치중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풍운>이후로 유위강은 홍콩 영화에 시도때도 없이 CG를 갖다 쓰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기술이 축적되었는지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거부감 없는 폭발 씬과 액션 씬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몇 가지 원본의 포맷만을 가져오고, 신세대 스타의 매력을 첨가시키는 안이한 제작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홍콩 영화답게 그런 영화가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고 말이다. 적어도 홍콩에서는 말이다.)

돈 밖에 모르는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홍콩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바쁘게 부지런하게 산다. 안 그러면 <메이드 인 홍콩>의 3류 삶을 살아야하니까 말이다-어머니에 대한 환멸로 정이건은 열심히 스피드에 빠져든다. 가진 것은 돈과 반항심뿐인 그에게는 좋은 차와 애인이 있다. '정이건'답게 6년을 사귄 임희뢰가 항상 그의 경주를 지켜보는 것이다. 어느 날 그는 건달 '상걸'과 내기 시합을 한다. 그리고는 시합에 진 상대의 다리를 분질러 놓는다. 이에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난 임달화와 정이건이 격돌하게 되는 것이다. 정이건은 임달화와의 시합에서 사고로 임희뢰를 죽게 만들고, 방황 끝에 태국으로 달아난다. <아비정전>도 아니면서 그곳에서 어린 시절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아버지에게서 고난도 운전기술을 배워서는 다시 홍콩에 와서는 임달화와 숙명적 대결을 펼치게 된다.

훌륭한 드라마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보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장애인이 된 상걸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태국까지 쫓아와서는 정이건에게 복수하겠다고 에이즈로 감염된 피가 든 주사기를 들고 설친다. 정이건이 주사기를 빼앗아 상걸을 찌른다. 나중에 상걸은 '프레디'처럼 나타나서 정이건의 경주를 구경한다. 이런 색다른 방식에 점수를 줘야 하나? 영화는 홍콩영화답게 늘상 보던 스타들을 데려다놓고 관객들의 시간을 앗아간다.

임희뢰는 주성치의 <천왕지왕 2000>에 나왔던 배우이다. 장백지는 근래 들어 한국팬에게 자주 소개된다. 눈물 연기나 울먹이며 대사를 읊조리는 것은 <성원>에서 단 한치도 더 발전하지 못한 '인형극'을 재현할 뿐이다. 언젠가부터 홍콩 영화는 <신투첩영> 스타일의 CG로 그나마 지루한 화면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잔재주로 언제까지 홍콩영화팬들을 실망시킬까.  (박재환 2000/4/5) 

烈火戰車2 極速傳說 (1999) 감독: 유위강 주연: 정이건, 장백지, 임달화, 임희뢰 한국개봉: 2000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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