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2004-5-21] 신은경이 출연한 [조폭 마누라]는 홍콩에선 [와이프는 보스](我老婆係大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소림사 정통무술 전수자나 뒷골목의 칼잡이들이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홍콩 영화팬에게는 요조숙녀같은 와이프가 칼들고 설치는 것이 참신한 모양이다. 그런데 홍콩에서도 이런 류의 영화는 있었다. 1983년 유가량 감독의 작품 중에 [장문인](掌門人, Lady is the Boss)이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으로 보자면 뭔가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고리타분한 홍콩의 한 무술도장(華强國術會)이 도로를 닦기 위해 헐리면서 벌어지는 소동부터 보여준다. 이 도장의 터줏대감인 황 사부는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유가량이다. 무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오직 다섯 명뿐이다. 오늘 미국으로 건너간 대사부가 홍콩으로 돌아온다고 하여 들뜬 상태이다. 그런데 공항에 마중나가 보니 대사부는 오지 않고 왈가락 스타일의 딸-혜영홍-이 대신 온 것이다. 미국 물을 먹고 자라서인지 웬만하면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이 아가씨 메이링(美玲)은 무술도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요즘은 자기 PR시대라면서 동네방네, 디스코텍 돌아다니며 도장 광고를 한다. 하지만 몰려와서 무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하나같이 정신자세가 안 되어 있는 어중이떠중이들뿐. 게다가 술집 아가씨까지 와서 호신술을 배운답시고 분위기를 다 버리고 있다. 하지만 메이링은 '생활체육'으로서 무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유가량 사부를 대신하여 다섯 명의 제자와 함께 오합지졸에게 기본무술을 전수하러 노력한다. 그런데 이 술집 아가씨들이 겨우 배운 초식으로 술집에서 술 취한 남성고객에게 방어술을 펼치면서 사태는 커진다. 미국식 사고방식의 메이링은 술집(夜總會=우리의 룸살롱)에 갔다가 야총회의 어깨들과 한판 승부를 가진다. 이후 싸움판을 확대되고 살벌해지더니 결국 홍콩 뒷골목과 무술도장은 한판 대격돌을 펼치게 된다. 메이링이 납치당하고, 그동안 은인자중 참고만 있던 유가량 사부는 다섯 제자를 이끌고 체육관으로 찾아가서 마지막 대활극을 펼친다.
이연걸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유명했던 진짜 무술가 유가량은 일찌기 홍콩영화판에서 스턴트맨부터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쇼 브러더스의 아주 유명한 작품 [홍희관], [소림삼십육방], [십팔반무예] 등의 작품을 찍었다. 물론 이들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결국 [킬 빌] 같은 작품이 나오는데 밑거름이 된 셈이다. 영화는 사실 형편없는 줄거리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홍콩영화 특유의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아크로바틱한 액션장면과 후반에 가서 20분 정도 몰아서 보여주는 체육관 액션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어설픔을 단박에 벌충해 줄 만큼 화끈하고 유니크하다. 특히 성룡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잔한 소품과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장면은 탄성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자전거에서 펼치는 액션 장면은 성룡의 [프로젝트 A]를 능가한다.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한 격투, 체육관에 있는 역기나 텀블링 도구, 안마 등등을 이용한 자유자재의 액션신은 정말 볼 만하다.
이 영화에서 제목으로 보아 주인공은 물론 혜영홍이다. 혜영홍은 양자경 이전에 살벌한 액션 장면을 거뜬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사부님 유가량의 휭휭 나는 액션 장면이지만 그 못지 않게 다섯 제자의 몸놀림도 보통이 아니다. 특히, 유가량의 동생이기도 한 유가휘(고든 류)의 펄펄 나는 몸놀림에서 [킬 빌2]에서의 흰눈썹 휘날리는 괴팍한 노친네를 떠올린다면 웃음이 날 정도이다.
부천영화제에서 장철이나 강대위 같은 쇼 브러더스 스타를 부활시키더니, 쿠엔틴 타란티노는 망각된 홍콩 액션스타들을 하나씩 부활시키고 있는 셈이다. 유가량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혜영홍을 데리고 [장배](長輩)를 찍었다. 혜영홍은 그 영화로 금상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박재환 2004/5/21)
掌門人 (1983) Lady is the Boss
감독: 유가량 (劉家良)
출연: 혜영홍(惠英紅), 유가휘(劉家輝), 유가량(劉家良)
홍콩개봉: 1983/3/31
제작: 쇼 브러더스=邵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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