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04/11/24) 중국에는 아직 개봉영화에 대한 심의등급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가 싹둑싹둑 잘려서 ‘어른과 아이’가 같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개봉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수입 금지된다. (최근 들어 왕가위 감독의 [2046]을 계기로 심의등급제도가 다시 한 번 논의되고 있다!) 홍콩도 의외로 늦게 영화심의 등급제도가 확립되었다. 1988년 말에 가서야 미국과 유사한 등급제도가 실시되었다. 홍콩영화사에 있어 성인물에 대한 고찰은 다음으로 미루고 새로운 심의등급하의 흥미로운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1993년에 홍콩에서 이 영화는 아예 주인공 이름을 달고 [이려진밀도성숙시](李麗珍蜜桃成熟時)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열다섯 살에 길을 가다 광고모델로 픽업되었던 이려진은 데뷔 초기 고지삼-황백명의 [개심귀] 시리즈나 장국영의 [위니종정] 같은 영화에서 풋풋한 소녀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1993년, 이 영화 한편으로 단번에 에로영화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정확히 'III급' 영화이다. 포르노물이 아니라 미국(MPPA rating)의 NC-17이나 우리나라의 '18세 관람가'에 해당하는 성인물이었다. 하지만 제작사는 이려진을 맘껏 활용하여 남성들의 성의 환상으로 몰고 갔다.
부잣집 외동딸인 아진(이려진)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영국에서 열리는 하계 캠프에 가게 된다. 남자 친구를 두고 이국 땅에 가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었지만 부모의 성화에 떠밀러 공항까지 간다. 그러나 이내 비행기 티켓을 친구에게 줘버리고 자신은 한동안 자유를 만끽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이제 곧 여인으로 거듭날 시기의 이려진에게 달려드는 것은 끔찍한 남자들뿐이다. 이려진은 그런 욕망에 가득한 남자들의 접근과 구애를 물리친다. 해변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전해 듣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는 남자에게서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감정을 깨우치게 된다. 이런 저런 남자들을 겪으면서 이려진은 사랑이란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된다는 지극히 '3급편'다운 진리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이려진의 벗은 몸매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 상반신 노출이 차라리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 그 때 나이 이미 28살인 이려진은 남자들의 끈끈한 시선을 아랑곳 않는 철부지 소녀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낸다. 이려진은 이후 [옥보단2 옥녀심경] 등의 3급편에서 맹활약을 한다. 이런 이려진의 과거 때문에 그녀가 1999년 허안화 감독의 [천언만어]의 명연기로 금마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황광량(黃光亮)이나 성규안(成奎安) 같은 눈에 익은 조연들이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못된 연기를 귀엽게 해낸다.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를 보면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挑)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라는 구절이 있다. '복숭아'의 일종인 수밀도에서 도색영화가 나왔듯이 '수밀도'라는 말은 특별한 장르에서 특별한 의미로 쓰인다. 이 제목이 자극적인지 홍콩에서는 이후 종진(鍾眞)과 방정(芳正) 주연으로 [밀도성숙시]가 거듭 만들어졌다. 물론 3급片들이다.
이 영화는 당시 1,200만元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당시 3급편으로서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영화史측면에서 보아도 이 영화는 靑春三級片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하다.
감독: 장조린(張肇麟) 각본: 장조린, 곡덕소 감제: 고지삼(高志森)
출연: 이려진, 황광량, 성규안, 좌송승
홍콩등급: III 홍콩개봉: 1993/4/17 홍콩B.O.: HK$12,317,471
[첨밀밀] 같은 꿈, 다른 꿈의 연인 (진가신 감독 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0) | 2019.08.27 |
---|---|
[무림지존 = 모던 여래신장] 유덕화, 왕조현, 그리고 조달화 (황태래 감독, 摩登如來神掌 Kung Fu Vs Acrobatic, 1990) (0) | 2019.08.24 |
[용형호제] 성룡이 인디아나 존스보다 더 야성적인 이유 (성룡 증지위 감독 龍兄虎弟 Armour of God ) (0) | 2019.08.18 |
[소권괴초] 눈물젖은 빵의 맛을 아는 '성룡' (성룡 감독 笑拳怪招 The Fearless Hyena (1979) (0) | 2019.08.18 |
[실버호크] 양자경의 실버 호크 다운 (마초성 감독 飛鷹 Silver Hawk 2004) (0) | 2019.08.18 |
[몽콕의 하룻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긴 일 (이동승 감독 旺角黑夜 One Nite in Mongkok 2004) (0) | 2019.08.17 |
[위니종정] '아이돌 스타' 장국영 (풍세웅 감독 为你钟情, For Your Heart Only 1985) (0) | 2019.08.13 |
[양과와 소용녀] 장국영 옹정정의 신조협려 (杨过与小龙女 The Little Dragon Maiden 1982) (0) | 2019.08.13 |
[신 최가박당] 허관걸+맥가 vs. 장국영+리지(新最佳拍档 Aces Go Places5, 1989) (0) | 2019.08.13 |
[인지구] 장국영, 실패한 자살…. (관금붕 감독 胭脂扣 Rouge,1987) (0) | 201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