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05/2/1) 최근 [뉴 폴리스 스토리]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모 TV방송사에서 홍콩의 성룡 저택을 찾아가는 깜짝 인터뷰를 방영했었다. 성룡은 고급 스포츠 카 등 50여 대의 각종 차를 골라 타고 다닐 만큼 엄청난 부와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톱스타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한국말과 한국노래를 흥얼대며 대중적인 이미지로 살아있는 '영웅'이다. 그의 자서전을 읽다보면 눈물이 다 날 정도로 배고프고, 고생했던, 좌절의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소룡 사후, 홍콩에서 쿵후액션물이 종말을 고할 때 성룡은 홍콩에서의 대역배우, 단역배우, 스턴트맨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느끼고 호주로 부모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그의 나이 스물 살 전후였다. 성룡은 홍콩에서의 고단한 삶을 그만 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호주에서 막노동부터 새 생활을 시작하리라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홍콩으로부터 나중에 그의 영원한 영화 동반자가 되는 진자강의 전화를 받게 된다. 또 다른 스턴트맨 계약이리라 생각했던 성룡은 '주연급'을 찾는다는 전화에 홍콩으로 돌아온다.
성룡은 막 자신의 영화사를 차린 로웨이(나유,羅維) 감독과 '악명 높은' 전속계약을 맺게 된다. 성룡은 결혼조차 맘대로 할 수 없는 조항이 삽입된 전속 액션 배우가 되지만 로 감독과는 줄곧 감정이 악화된다. 로 감독은 성룡을 발굴했지만 그 스타성을 만들지는 못하고 계속 '쓰레기 영화' 신권, 권정, 용권 등등 (지금으로선 성룡의 초기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영화에조차 열광하게 되었지만!)만을 만들다 결국 성룡을 오사원 프로덕션에 대여해주게 된다.
'이소룡'의 영입을 두고 쇼 브라더스의 소일부 회장과 마찰을 빚었던 오사원은 자기 뜻을 제대로 펴기 위해 자신의 영화사를 차린 것이다. 오사원은 성룡을 만나 홍콩영화사에 신기원을 이루게 된다. 원화평 감독의 영화 [취권], [사형도수](사형조수)를 만들어 성룡을 최고의 액션스타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물론, 이때부터 성룡은 욱일승천하는 용이 되고, 로 감독은 쓸쓸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로 감독은 오사원프로덕션의 대여기간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성룡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며 신작을 만들 수 있게 계약서를 고쳐 써야했다. 성룡에게 감독까지 맡긴다. 바로 이 작품이 [소권괴초]이다.
이 때를 즈음하여 성룡을 영입하기 위한 거대 메이저 영화사들의 물량공세가 시작되었고, 성룡은 진자강과 함께 골든 하베스트로 이적한다. [소권괴초]는 성룡이 로 감독과 작업한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물론 [소권괴초2]가 있다. 이 이야기는 뒤에 붙인다.
영화의 배경은 청조. 청조 관인이 된 형의문 출신의 고수 임세관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형의문 동문사제를 하나씩 제거한다. 형의문 원로 진붕비(전준)는 손자 성룡을 데리고 외딴 곳에서 조용히 숨어산다. 손자 성룡은 무술수련을 게을리 하지만 할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청년이다. 성룡은 '알량한' 무술실력으로 동네 야바위꾼을 물리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무예도장의 사부로 '몰래' 취직하게 된다. 할아버지 진붕비가 무술실력을 뽐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 한편 임세관은 진붕비의 거처를 알아내고 진붕비를 죽인다. 뒤늦게 사태를 알게된 성룡은 형의문의 절름발이 '팔각기린'을 사부로 모시고 무술수련에 몰입하고 결국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게 된다.
기본적으로 7~80년대 홍콩 무술, 액션, 쿵푸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청조이다. 청조는 만주족이 세운 나라이고 한족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술 고수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난다. 그들이 사부의 원수, 부모의 원수를 갚는 것 너머에는 이런 정치적인 사유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셈이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하고...) 어쨌든 청조의 주구(走狗)가 된 원수를 갚는다는 기본 줄거리는 아주 기본적인 즉, 천편일률적인 이야기 진행인 셈이다.
성룡은 로 감독의 제어권을 완전히 벗어나서 이 영화를 코믹하게 이끈다. 성룡이 야바위꾼 삼총사를 무찌르는 유치한 장면부터 시작하여,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각종 소도구 활용 액션 씬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의자를 활용한 액션이나 사부와 밥상 앞에서 펼치는 젓가락 쿵푸 대전, 그리고 각종 단지 위에서 균형 잡는 게임 등은 성룡 초창기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그리고 사부와 함께 스파르타 훈련을 받는 장면 등도 친근한 장면. [소권괴초]에서 성룡의 절대 비기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각기 무예에 접목시킨 희권-로권-애권-락권이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원래 형의권은 중국의 민족영웅인 송대 악비(岳飛)가 창안했다는 권법으로 쇼 브라더스 영화 등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어쨌든 성룡은 로웨이 곁을 떠난다. 로웨이가 그 뒤 무슨 짓을 했냐고? 로웨이는 [소권괴초] 찍다 남은 필름과 성룡과 엇비슷하게 생긴 다른 배우의 연기를 엉성하게 추가하여 [소권괴초2]를 만든다. 이 영화의 개봉을 둘러싸고 로웨이 측과 골든하베스트 측은 지루한 협상을 벌였고 [용등호약](龍騰虎躍)이라는 제목으로 1983년에 홍콩에서 개봉된다. 로웨이가 어떤 감독이냐고? 이소룡의 [당산대형], [정무문]의 감독이기도 하다. 스타를 알아보고, 스타를 키운 감독이지만 이소룡과도 극도의 대립관계 끝에 '쫑'났고 성룡도 그렇게 된 셈이다. 성룡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로웨이 감독 보다는 그의 부인에게 더 동정심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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