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환상] 전시에 꿈꾸는 평화 (장 르누아르 감독 The Grand Illusion, 1937)

2019. 8. 4. 22:32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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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1-8-28) 1937년에 만들어진 장 르노와르 감독의 흑백 프랑스 영화 <위대한 환상>은 <게임의 규칙>과 함께 영화 100년사에 남을 걸작영화로 손꼽힌다.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독은 전쟁 장면을 단 한 차례로 넣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쟁영화에서는 으례 있기 마련인 피아의 구분, 적과 아의 이분법적 분류, 사악한 인간과 정의로운 인간과의 단선적인 대결 구도 등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전쟁은 인간의 광기가 빚어낸 참상일 뿐이며 전쟁의 포화 너머에는 기본적으로 고귀한 인간정신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르노와르 감독은 <게임의 규칙>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층 복잡한 인간군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신분제도에 발생하는 계급투쟁과 종교와 종족 차이가 빚어내는 족군투쟁을 의미한다.

▷우아한 전쟁포로들

영화의 첫 장면은 두 명의 프랑스 공군 장교, 볼디외(피에르 프레스네이)와 마르셀(장 가뱅)이 출격준비를 서두르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공중전 장면 같은 것은 보여주지 않고 곧바로 독일군장교 숙소를 보여준다. 라펜슈타인 사령관은 조금 전 프랑스 공군기를 격추시키는 길이었다. 그는 생포한 두 프랑스 장교를 깍듯이 대접한다. 생포된 두 프랑스 장교는 포로수용소로 이첩되고 그곳에서 많은 연합군 포로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비규환같은 수용소 포로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조국의 자랑스런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탈출’을 시도한다. 지하 땅꿀을 파는 포로들의 모습에서는 존 스터지스 감독의 63년 작품 <대탈주>의 원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탈출 전날, 이들 프랑스 장교는 정말 운 없게도 다른 포로수용소로 이감된다. 새로 옮겨간 포로수용소 소장은 처음 나왔던 그 예의바른 독일공군 장교 라펜슈타인이 소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그는 전투 중 부상을 당한 후 수용소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볼디외와 마르셀, 그리고 그곳에서 재회한 로젠탈은 다시 한번 탈출을 기도한다. 볼디외가 피리를 불며 간수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마르셀과 로젠탈을 유유히 포로수용소로 이용되던 13세기 고성을 벗어난다. 라펜슈타인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볼디외에게 위협사격을 가하고 블디외는 죽고만다. 민가에 숨어들었던 두 사람은 시골과부 ‘엘자’의 도움을 받게된다. 이 시골집에서 마르셀은 엘자에게 사랑을 느끼게되고 전쟁이 끝나면 꼭 데리려오겠다며 스위스 국경을 넘으며 영화는 끝난다.

▷전쟁과 인간

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포로수용소의 장교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눈다. 한 장교가 “나무랄데 없는 숙녀였는데.. 그 여자는 매독에 걸렸더랬지.” 그러자, 전쟁과 신분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전에 매독은 특권층의 질병이었지. 하지만 이젠 평준화 되었어. 이제 곧 평민들도 암이나 관절염에 걸릴거야.” “그럼, 지식인들은?” “결핵이지 뭐. 간이나 위장병. 너무 먹어대거든…”

이들이 보기에는 전쟁으로 모든 사람의 지위가 평준화되면서 이런 병세가 나타난다고 본 것이다. 언제나 하얀 장갑을 끼고 격식을 차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독일군 장교 라펜슈타인이 가장 최상급을 대우를 해주는 장교는 바로 프랑스 귀족출신의 볼디외였다. 라펜슈타인이 보기에는 노동계급 출신의 마르셀과 은행가출신 유태인인 로젠탈은 전쟁 전이었다면 함께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을 신분이었던 것이다. 1937년에 만들어진 영화임을 생각한다면 단순이 대사와 연기만으로 이들 장교들의 출신성분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랍다.

그럼, 제목 <위대한 환상>은 무슨 말일까? 엘자에게 사랑을 느낀 마르셀은 독일 국경수비대의 경계를 뚫고 스위스 국경을 넘으며, 함께 동행한 로젠탈에게 “어쨌든 전쟁이 끝나야 엘자를 데리러 갈텐데..이 빌어먹을 전쟁이 빨리 끝나야할텐데.. 다신 전쟁이 없었으면…”하고 우울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러자, 조금은 현실적이었을 유태인 은행가 출신인 로젠탈이 한 마디한다. “부질없는 꿈이야…” 불어 원제 ‘La Grande illusion’은 바로 이 ‘부질없는 꿈’, 커다란 환상’ 혹은 ‘위대한 환상’의 번역인 것이다.

르노와르 감독이 보기엔 그러한 평화의 시대의 도래가 한낱 백일몽으로만 여겨졌을까? 물론, 이 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후 2차대전이 발발하고 독일군은 유태인 대학살같은 최고로 추악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준다. 나찌 선전상 괴벨스가 이 영화를 ‘영화의 적 1호’로 선포한 것이 이해가 간다.

출연배우들은 모두 프랑스의 올드 스타들이다. 이름이나마 들었을 사람은 장 가뱅이다. 알랑 드롱 영화에서 꽤나 나이들었던 배불뚝이 장 가뱅만을 보아온 나로서는 그때 나이 서른 셋의 핸섬한 장 가뱅을 만나게 되는 것이 낯선 기쁨이었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을 이야기하자면 장 르노와르는 미술가의 아들답게 기술적인 카메라 기법을 종종 선보인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딥 포커스의 사용이다. 딥 포커스는 배경과 전경을 동일하게 선명하게 한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시민 케인>에 와서 하나의 완벽한 촬영기술, 영상미학으로 정착한다. (박재환 2001/8/28)

 

[위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 The Grand Illusion, 1937] 감독: 장 르누아르 (Jean Renoir) 주연: 장 가뱅 (Jean Gabin) 

 

La Grande Illusion - Wikipedia

La Grande Illusion (also known as The Grand Illusion) is a 1937 French war film directed by Jean Renoir, who co-wrote the screenplay with Charles Spaak. The story concerns class relationships among a small group of French officers who are prisoners of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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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Renoir - Wikipedia

Jean Renoir (French: [ʁənwaʁ]; 15 September 1894 – 12 February 1979) was a French film director, screenwriter, actor, producer and author. As a film director and actor, he made more than forty films from the silent era to the end of the 1960s. His films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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