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환영] 부유하는 자의식 (루이스 브뉘엘 감독 Le Fantome de la Liberte 1974)

2019. 8. 3. 08:55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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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3.7.21.) 아주 오래 전-1980년대 일 것이다-에 <<스크린>> 잡지를 보는데 중간에 <안달루샤의 개>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그 영화감독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 영화가 과연 어떤 영화일까 무척 궁금했었다. 그러다가 5년 쯤 전에서야 결국 <안달루샤의 개>를 보게 되었다. 그 작품을 통해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이른바 초현실주의적 영화미학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런 영화는 다분히 ‘키노’스런 작품이니 내가 더 이상 파고들 공간은 없었다. 그런 차에 그제 EBS-TV에서 루이스 브뉘엘의 1974년도 작품 <자유의 환영>을 방송했다. ‘루이스 브뉘엘적 초현실주의 미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기에 다분히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은근히 재미있었다. 보고 나면 “아, 영화는 정말 판타스틱한 예술이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1808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스페인의 툴레도를 침공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프랑스 장교들은 일단의 군인들을 총살시킨다.(자료에 따르면 이 장면에서 브뉘엘 감독이 잠깐 카미오로 출연한다고 한다) 다음 장면은 한 프랑스 장교가 한 조각상에 키스를 하는데 이때 조각상의 손이 이 장교를 내리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화면은 뜻밖에도 전혀 연관도 없는 현대의 프랑스 파리로 옮겨간다. 놀이터에서 어린 소녀 둘이서 걸어간다. ‘바바리 맨’을 연상시키는 남자가 소녀에게 무언가를 건네준다. 그러면서 “절대 어른들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놀라운 그림이 있어!”라고 말한다. (관객은-아니 적어도 나는 이상한 연상작용을 하게 된다–;) 소녀가 집으로 돌아와서는 엄마에게 어떤 아저씨가 줬다면서 그림엽서를 보여준다. 부모는 그림을 보며 화들짝 놀라며 소리친다. “아이구 망측해라! 음란해!”라고. 관객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그 그림이 어떤 음란성 그림일 것이라 상상하지만 곧 어머니의 손에 쥐어진 엽서를 보게 된다. 에펠탑이며 고성들이 그려진 관광엽서일 뿐이다. 이후 영화는 전혀 엉뚱하게 다음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병원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병원의 간호사가 비오는 날 여관에 들렀다가 이상한 신부와 노신사를 만나게 되고, 그러다가 여우사냥을 나선 탱크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는 끝도 없이 변기 위에 걸터앉아 고상한 만찬을 즐기는 브루조와 일당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황당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학교에서 아이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부모가 학교에 달려온다. 선생은 이리저리해서 아이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이 소동을 지켜보고 있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그러자 아버지의 반응. “어른이 이야기 중이잖아. 가만히 있어!” 그리곤 또 끝도 없이 암 환자 이야기가 나오고 고층건물에서 아래로 마구 총을 쏘는 스나이퍼를 보여준다.

이 살인자는 재판에서 사형판결을 받지만 웬걸 법정을 걸어 나오고, 사람들은 싸인 공세를 펼친다. 두 명의 경찰국장이 동물원에서 “자유타도!”를 외치는 시위대를 진압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서 카메라는 동물원의 타조를 줄곧 잡는다. 영화는 황당스럽게도 이렇게 끝나고 만다.

영화가 어땠냐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재미로 가득하다. 물론,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루이스 브뉘엘의 인생역정이나 그의 작품경향, 당시 스페인의 예술분위기를 알아야할 듯 하지만 영화보고 있노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갖 부조리함의 연속이 정신적 이완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각 개별 사건의 연속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보다는 현대인의 비종속적 사고체계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타조는 어떻게 되었다고? 그래서 경찰국장은 어떻게 되었냐고? 아마도 타조는 넥타이를 맨 채 극장무대 위에서 프로이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우리 타조의 후두엽은 극도로 발달하여 지진이 일어날 것을 사전에 알 수 있다. 그래서 공룡이 멸종한 지구 위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고. 그럼 그 다음 장면은 공룡 화석을 연구하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루이스 브뉘엘은 그렇게 자기가 꿈꾸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박재환 2003/7/21)

[자유의 환영|Le Fantome de la Liberte 1974] 감독: 루이스 브뉘엘 (Luis Bunuel) 출연: 아드리아나 아스티, 줄리앙 베르토, 장-끌로드 브리알리 2003/7/19 EBS방영 

 

 

The Phantom of Liberty - Wikipedia

The Phantom of Liberty (French: Le Fantôme de la liberté) is a 1974 surrealist comedy film by Luis Buñuel, produced by Serge Silberman and starring Adriana Asti, Julien Bertheau and Jean-Claude Brialy.[1] It features a non-linear plot structure that co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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