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8월 15] 터미네이터 홍콩 버전 (마위호 감독 追擊 8月15, Hidden Heroe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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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4.8.30.) 작년 중국과 홍콩 간에는 국가간 무역거래에서 이루어지는 ‘최혜국대우’에 해당하는 CEPA가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홍콩영화는 급속도로 중국 영화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배우를 주연'급' 배우로 출연만 시키면 홍콩영화는 중국영화로 동등하게 취급되어 영화개봉에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이 CEPA 때문이다. 

최근 홍콩 영화제작자들은 처음부터 중국 극장용 버전을 따로 만들든지, 아예 중국 영화시장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한다. 대부분의 홍콩영화들은 이제 불법 동영상 범람을 막기 위해 홍콩과 거의 동시에 중국에서 개봉된다. 물론 이 과정에 몇 가지 난관은 있다. 영화등급제도가 없는 중국 현실에 따라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룬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칼질을 가하거나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대부분의 홍콩영화가 제목이 변경되어 중국에서 개봉된다.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영화시장의 유별난 특징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보서(鄭保瑞) 감독- 마위호 제작의 [애, 작전](愛, 作戰)이라는 영화는 중국에서 [창림연곡](枪林恋曲)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홍콩스타 진혁신이 주인공을 맡았지만 대륙배우 진해로(秦海璐)가 주연'급'으로 출연하기에 중국배우로 동일대접을 받았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지난 6월에 개봉되었었는데 정보서+마위호 공동감독의 새 작품이 지난주 홍콩에서 개봉되었다. 바로 [추격 8월 15]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말 웃기게도 중국에서는 [추격 8월 16]으로 개봉된다. 왜 중국개봉 제목이 ‘15일’에서 ‘16일’로 바뀌었는지는 마위호 감독조차도 모르고 있다. 어쨌든 이 영화에도 중국배우 진해로(秦海璐)가 출연하기 때문에 중국영화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영화 [추격 8월 15]의 주인공은 주성치-장가휘의 뒤를 이어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중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정중기는 불과 두 달 전에 [슈퍼 모델](모델이 될래요)이라는 작품으로 흥행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는 배우이다. 정중기와 함께 역시 최근 들어 영화판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트윈스'의 깜찍 멤버 채탁연(아Sa)이 출연한다. 어떤 영화일까?

  정중기는 홍콩 경찰 하약지(何若智)로 등장한다. 일본여자를 와이프로 둔 하약지 형사 앞에 어느 날 묘령의 아가씨 채탁연이 나타난다. 채탁연은 자신이 미래세계에서 날아온 기계인(사이보그)라고 밝히면서 자신의 임무는 2004년 홍콩의 한 인물-하약지-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로부터 왜 보호하지? 하약지는 미래 '반도체 칩의 아버지'가 되는 인물의 형이라는 것이다. 정중기가 확실히 2004년 ‘8월 16일’ 죽게 되는데, 그가 '꼭' 죽어야 동생이 발분하여 연구에 매진, 미래에 '반도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정중기는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으나 결국 그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이 죽어야 운명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니 말이다. 여기에 정중기 앞에 또 다른 아가씨가 등장하니 바로 불법여권 제조업자 아링(채탁연)이다. 채탁연은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와 '아링' 두 사람 역할을 한다. 진해로는 극중에서 정중기와 함께 뛰는 경찰로 출연한다. 

정중기 영화의 특징이라면 과장된 몸동작,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개그, 조금 덜 떨어진 복장이나 얼굴 표정이 주를 이루는 슬랩스틱까지 한국 영화관객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넌센스 코미디'이다. 이 영화에서도 정중기는 때로는 유치하게 느껴질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낸다. 물론 채탁연의 연기는 그녀가 출연한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차별성을 찾아낼 수 없는 똑같은 스테레오타입의 연기를 해낸다. 진과 감독의 작품에서 쿨한 연기를 보여준 진해로는 이 영화에서 마치 왕년의 '임억련' 같은 스타일로 출연한다. 

마위호 감독과 짝을 이룬 정보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예의 가족 관계의 복잡함과 중요함을 그린다. 아무리 사이보그와 반도체 이야기가 나오는 황당 스토리라지만 관객들은 결코 이것이 SF나 환타지 무비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저예산 홍콩영화이다. 이야기 줄거리는 물론 [터미네이터]를 충실히 답습한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19일 홍콩에서 개봉되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제목을 [추격 8월 15]라고 지은 것에 대해 마위호 감독은 숀 코넬리가 나왔던 [추적 적색 10월](붉은 10월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재환 200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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