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제왕] 분노의 무임승차자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 Emperor of the North Pole 1973)

2008. 2. 19. 20:5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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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5.29 EBS 세계의 명화 방송분 리뷰 '북국의 제왕'이 아니라 '북극의 제왕'임) 
 

 ‘북국의 제왕(Emperor of the North Pole)은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1973년 작품이다.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은 ’아파치‘, ’베라크루즈‘, ’포 포 텍사스‘, ’울자니스 레이드‘ 등의 서부극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리 마빈이나 어네스트 보그나인 같은 ’옛날‘ 배우들이 나오는 걸로 보아 무척 남성적이고 거친 영화란 것을 짐작할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 여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한 장면 - 기차역에서 잠깐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륙횡단 철도에 무임승차하는 떠돌이와 이들을 불법승차를 기를 서고 막는 기관사의 대결구도를 다루고 있다. <분노의 포도>를 보면, 미국인들은 자기 고향을 등지고 막연히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것이라며 길을 떠난다. 그 영화에선 고물 트럭에 온 가족이 매달려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러한 정(情)이 남아 있는 가족은 없다. 그냥 떠돌이, 인생의 낙오자들같은 거지 패거리들뿐이다. 대공황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는 미국현대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여기 그런 사회의 복지정책이나, 실업자 대책 같은 햇볕비치는 동네사람들 말고, 집도 없고 차비도 없이 마냥 떠돌아다니는 미국의 한 시절의 무리들을 보라. 그들도 정말 한때는 무법천지인가. 정말 그 때는 가난했었다.

 

모든 사회에는 계급구조나 아니면 그 어떠한 위계질서란 게 있다. 떠돌이들에게도 명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그들 사이엔 '에이 넘버 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영웅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는 안 타본 기차가 없고, 안 가본 곳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무임승차!) 하지만 그들에겐 최고의 경계대상이 있으니, 바로 19번 열차의 차장 '샤크'란 작자이다. 샤크를 맡은 배우는 어네스트 보그나인 이라는 조금 무섭게 생긴 신경질적인 배우이다. 관객은 영화초반 그의 기차에 몰래 올라탄 사람의 비참한 최후를 보게 된다. 기차(승객열차가 아니라 화물용 짐차임)가 역을 떠나 모서리를 돌 때, 속도를 잠깐 떨어뜨리는 그 순간 번개같이 한 남자가 올라탄다. (아마 그는 그 기차의 차장이 그 악명 높은 '샤크'란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앗. 웬 놈이지.’ 샤크는 누군가가 자기 열차에 공짜로 올라탄 것을 보고는 달리는 기차 지붕 위로 올라가서 그 놈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는 쇠망치로 그 불쌍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치고, 이 남자는 굴러 떨어진다. 그리곤 마치 <벤허>의 그 놈이 말에 깔려죽듯이 기차 레일에 깔려서 기차 바퀴에 그냥 몸뚱이가 두 동강이가 나 버린다. (완전히 스플래터 호러이다!!) 그럼, 우린, 당시의 미국의 사법제도 - 무임승차에 대해서 차장이 법적 제한을 가할 수 있느냐하는 것과 유랑민의 인권이 그렇게 짓밟혀질 정도로 국가의 권위가 무너졌느냐.. 등의 이야기는 잠시 여기서 논외로 하자. 대공황기 미국에선 그런 무임승차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무리가 아마 엄청나게 많았던 모양이다.  

  여기에 에이 넘버원은 자신이 그 기차를 타고 포틀랜드까지 가겠노라고 떠벌린다. 그리고, 그 기차에 올라타고, 무시무시한 대결을 펼치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쇠사슬로 무장한 샤크와 도끼를 든 에이넘버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호러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영화에서는 애당초 대공황기의 미국 국민이 겪었을 그러한 고통과 분노 등을 그리는 것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그러한 시대는 단지 등장인물의 미천한 영웅 심리를 묘사하기 위한 배경에 불과할 것이다. 얄팍한 영웅 심리와 무모한 자존심 대결을 남성 이데올로기로 치장한 것이다. 그들이 싸우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자기의 영역에선 그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그러한 변질된 프로페셔널의 광기인 것이다. 그래서 <분노의 포도>같은 사회성보단, 무슨 <쌍도끼의 혈투>같은 액션극을 본 느낌이 들 뿐이다. 
  이 영화에서 달리는 기차의 이미지는 나중에 Andrei Konchalovsky 감독의 85년도 작품<폭주기관차>에서 그대로 차용된 것 같다. 특히 폭주기관차에 나왔던 그 광기어린 교도소장은 영락없이 이 영화의 샤크의 이미지를 빼다 박았고, 영웅과 그 영웅을 쫓아 나서는 젊은 애송이 또한 폭주기관차에서 존 보이트와 에릭 로버츠의 이미지로 그대로 연결된다.   
지하철에서 무임승차하면 30배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박재환  1999/5/29 – 2013.7.23)  

 

Emperor of the North Pole - Wikipedia

Emperor of the North Pole is a 1973 American DeLuxe Color film directed by Robert Aldrich, starring Lee Marvin, Ernest Borgnine, and Keith Carradine. It was later re-released on home media (and is more widely known) under the shorter title Emperor of the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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