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 섹스 오딧세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 Eyes Wide Shut 1999)

2008. 2. 19. 23:3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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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을 이제야 리뷰한다. 이 영화는 큐브릭 감독이 <풀 메탈 자켓>을 완성시킨 뒤, 무려 12년 동안 영국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준비한 작품이다. 알려지기로는 감독은 1980년 <샤이닝> 완성 후, 이 영화의 원작을 손에 쥐고 줄곧 영화화를 노렸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의 원작소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Traumnovelle>(꿈 이야기)가 뒤늦게 출판되었다. 

 <아이즈 와이드 오픈>이라는 번역본에는 120 페이지 정도의 <꿈 이야기> 원작소설과 함께, 프레드릭 라파엘의 글이 추가되어있다. 라파엘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나란히 시나리오를 맡은 사람이다. 라파엘은 그 글에서 자신이 1994년 처음 큐브릭 감독의 전화를 받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하게 된 경위를 아주 맛깔스럽게 써 내려갔다. 라파엘은 소설가이기도 하며, 수 편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며, (수준 높기로 소문난) 유럽의 철학총서 편집인을 맡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을 읽노라니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수필을 연상시켰다.) 

 라파엘은 거장감독의 부탁을 받고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라파엘이란 사람도 자신의 영역에서는 대가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으니 두 거장의 협력관계가 처음처럼 존경과 감탄에서, 조금씩 실제적인 문제의 격돌로 이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했으리라. 특히 큐브릭은 (오래 전에 출판된) 원작소설을 표지를 뜯어낸 채 라파엘에게 보냈단다. 그런데 라파엘은 그 글을 읽고는 이 책은 아마도 슈니츨러의 작품이지 않은가 하고 작품을 비평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아마도 거의 읽은 사람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는 책의 영화화를 노렸지만 또 다른 대가가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원작은 1926년에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로 출간된 소설이다. 지금 단편적으로 알려지기로는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프로이트와 친분이 있으며, 이 소설에서도 그러한 프로이드 심리학적 요소가 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어보면 그렇게 문학적으로 보아 정통심리학 소설은 아니다. (지루하지 않다는 말이다) 

 소설의 배경은 당연히 20세기 초 유럽의 한 국가(오스트리아)이다. 빈의 젊은 의사부부의 하룻밤의 성적 갈등을 다룬다. 감독은 라파엘에게 소설의 배경을 현재의 뉴욕으로 바꿔달라고 원했다. 라파엘은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여 1920년의 오스트리아를 현대의 뉴욕으로 바꿔놓는다. 물론,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트윈빌딩도 나타나지 않는 화면에서 그 지리적 배경이 뉴욕이란 것을 느낄 수는 없다. 오직 가판대에서 볼 수 있는 <뉴욕포스트> 만이 이 영화가 뉴욕이구나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큐브릭의 고집에 의해 런던 세트장에서 찍은 것이니 말이다. 감독과 작가는 뉴욕이라고는 정해놓았지만 그 시간적 지리적 배경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프리돌린과 알베르티네라는 지극히 유럽적인, 그리고 문학적인 주인공 부부의 이름을 하포드와 엘리스로 개명한다. 하포드의 이름에 대해서는 큐브릭이 주인공의 성향이 '해리슨 포드'정도의 어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서 붙여졌다. 물론, 큐브릭이 죽을때까지 체류한 곳이 바로 영국의 영국의 하포드이다. 작가 라파엘은 거장이면서도 조금은 신경질적이고 변덕쟁이인 감독의 요구에 따라 원작소설을 조금씩 각색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뜯어고쳤다. 

▷ 원작 소설의 내용

 하지만 이야기의 전체줄거리는 소설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된다. (영화 엔드크레딧에는 시나리오는 큐브릭과 라파엘이 맡은 것으로 나와 있고,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Traumnovell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나온다) 소설 줄거리를 우선 잠깐 소개하면..

 오스트리아의 개업의사인 프리돌린에게는 알베르티네라는 아내가 있었다. 둘은 어린 딸을 막 재우고는 전날 밤 다녀온 카니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프리돌린은 그때 만났던 수도사 복장의 두 여자를 떠올렸고 아내는 지난해 여름 덴마크의 해변가에서 마주쳤던 한 장교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녀는 그 남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칠 생각도 하였노라고 고백한다. 프리돌린은 그날 아침 해변에서 어린 여자의 모습에 반했었노라 대꾸한다. 그러다가 프리돌린은 연락을 받고 궁정고문관의 집으로 왕진을 떠난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이미 고문관은 사망하였고 그의 딸 마리안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리돌린에게 사랑의 말을 털어놓는다. 프리돌린은 순간 당황한다. 그리고는 그 집을 나와 길거리에서 한 창녀를 만나 집안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고는 나온다. 그리고는 의대를 중퇴한 후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친구 나흐티갈을 만나 그로부터 이날 밤 '괴상한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듣게 된다. 그리고는 '기비저' 가게에서 의상과 마스크를 빌리고, 가게 주인의 어린 딸을 만나게 된다. 프리돌린은 친구 나흐티갈이 알려준 암호 '덴마크'를 대고 저택에 숨어들어 비밀스러운 의식을 지켜보게 되지만 위험한 처지에 놓인다. 이때 얼굴에 마스크를 한 여자의 도움(희생)으로 구출된다. 그리고 한밤에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아내는 덴마크 남자가 등장하는 기묘한 꿈 이야기를 해준다. 다음날 프리돌린은 신문에 난 한 여자의 사망기사를 발견하고 호텔을 찾아간다. 친구 나흐티갈은 사라졌다. 어떻게 된 영문이진 몰라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옆에는 그가 그날 밤 쓰고 갔던 마스크가 놓여있는 것이다. 그제서야 프리돌린은 자신이 겪었던 하루 동안의 일을 고백하고 아내는 "이제 우리는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며 남편을 꼭 껴안는다.

▷ 영화에로의 변용

 프리돌린과 알베르티네는 빌 하포드와 엘리스 하포드로 바뀌었고, 나흐티갈은 닉 나이팅게일로 바뀐다. 영화에서 중요역할을 맡는 지글러(시드니 폴락)은 원래 소설에는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외 다른 부분은 거의 똑같다. 그래서 영화완성 후 라파엘은, 큐브릭이 왜 자기를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비밀집회가 열리는 저택으로 입장할 때 사용된 암호는 소설에서는 '덴마크'였는데, 영화에서는 '피델리오'이다. 소설은 한 평범한 일상적인 젊은 부부가 어느날 밤 서로가 가졌던 조그마한 경험들을 털어놓고 그 경험에서 알 수 없는 외도의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부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불신감을 갖게 되고 일종의 모험을 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가 말한 '덴마크 장교'에 대해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끼고 한밤에 짧은, 그러나 강렬한 심적 방황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큐브릭은 암호를 '피델리오'로 바꾼다. (소피 마루소가 나왔던 영화 <피델리티>도 그러하지만 '피델리오'의 의미는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신뢰', '정절'을 뜻한다. 나이팅게일은 '피델리오'가 베토벤의 오페라 작품이름이라고도 한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 <피델리오>는 1814년에 초연되었다. 오페라의 소재는 프랑스 혁명 때 파리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근거로 하였다고. 베토벤은 전 생애를 통해 여성의 충실한 애정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여 이같이 변치 않은 애정을 가진 여성을 매우 동경하였다. 내용은 스페인의 귀족 플로레스탄이 형무소장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투옥되어 굶어죽게 되자, 그의 아내 레오노레가 남자차림으로 변장하여,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사환으로 잠입한다. 간수의 딸 마르첼리나는 피델리오가 남자인줄 알고 사랑하게 되고... 뭐 그런 내용이다.

 


▷ 묵직한 소설, 거장 감독, 애숭이 배우, 알 수 없는 영화

굳이 프로이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소설은 심리적인 갈등이 주요한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는 아내의 생각뿐인 '외도'에 질투심을 느끼고, 아내는 남편의 사회활동에 의심을 갖게 된다. 남편은 그날 밤 몇 종류의 여자들을 거치게 된다. 아버지를 막 여읜 여자, 무슨 병인지 후반에서 사라질 창녀, 의상대여점의 알 수 없는 어린 소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네까지. 남자는 그 과정에서 줄곧 아내를 도외시한다. 그는 아내를 의심하고 의무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희생된 한 여자의 시신을 대하게 되고 아내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이 매혹적이기도한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자신의 영화미학을 발휘했다. 영화에서 빌은 줄곧 여자에 둘러싸여 지낸다. 파티에서, 병실에서, 지글러의 화장실에서. 아내는 파티에서 한 폴란드 남자의 유혹을 받았지만 물리쳤다. 하지만 케이프 코드에서 보던 해군장교에게 연정을 느꼈다는 말은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영화를 보며 줄곧 톰 크루저의 이미지가 너무나 유약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늘씬한 니콜 키드만 옆의 톰의 앳된 얼굴은 모성애만 자극할 뿐, 성적 매력은 없다. 게다가 아내와의 언쟁과 여인네의 유혹을 받을 때 얼굴에서 보여주는 갈등의 모습은 결코 문학적이지도, 영화적이지도 못한 장난기 어린 난감함뿐이다. 니콜 키드만 또한 늘씬한 몸매와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연기에서는 남편을 갖고 노는지, 자신의 인생을 농락하는지 분간 못 할 정도의 가벼움만을 선사한다.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지글러라는 사람이 빌에게 비밀스런 모임에 대해서 해명하고 호기심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설명체는 오히려 영화의 미스터리함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는 조금 아쉽다. 빌과 엘리스는 어린 딸 헬레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백화점을 찾는다. 분잡함 가운데 모든 갈등을 끝낸 니콜 키드만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fuck!"이라고 한다. 스탠리 큐블릭 감독의 유작의 마지막 대사가 'fuck'라니... 맙소사!

이 영화는 거장의 유작으로, 그리고 그 동안 그에 대한 숭배에 걸맞게 개봉 후 엄청난 찬반 양론에 휩싸였다. 게다가 편집 완성 후 첫 시사회(영화사 중역들과 두 주연배우만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뉴욕시사회)가 있은 뒤 단지 사흘 뒤에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게다가 미국 개봉을 위해 재편집이 불가능하면 디지털 처리라도 하겠다고 하여 논란을 야기시켰다. 조금은 지루한 면이 있지만 '소설'을 읽고(라파엘의 글까지 읽은 후) 다시 영화를 보면 조금 더 흥미롭다. 특히 두 주연 배우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다. 감독은 라파엘에게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를 먼저 보라고 했다고 하니 감독이 생각했던 부부의 갈등이 조금 손에 잡히는 것도 같다. 그리고, 감독은 <펄프 픽션>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라파엘이 어떻게 등장인물이 "FUCK"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할 수 있냐고 하자, 감독은 그렇게 만들어야지라고 응답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큐브릭 감독은 빌 하포드 역을 맡을 배우는 험퍼리 보가트 (스타일)였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영화는 성인용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잘 만든 드라마임에는 분명하지만 걸작은 아니다.

▷버전 문제

Digital Adjustments: Digital cloaked figures

 BBC방송은 큐브릭 감독 자신이 미국 내 상영을 염두에 두고 'digital cloaked figures'을 삽입한 장면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화면은 DVD타이틀의 지역코드별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ORGY’(난교 파티) 장면에서는 미국에서도 R등급(흔히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18세 관람가로 소개되는 대부분의 성인영화 등급)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제작사는 문제의 장면을 삭제하는 대신, 디지털로 가려버리는 묘안을 생각해내었다. 모두 너댓 장면(1분 가량)이 이러한 방식으로 덧칠된 셈이다. 죠지 루카스가 오리지널 <스타워즈>시리즈를 재가공한 방식이 결국 이러한 덧칠 인 셈이었다. DVD를 구매하려는 자는 미국판이 아니라 유럽판을 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차이는 눈 깜짝할 사이이니 너무 호기심 갖지 말 것. 차라리 <로망스>의 난교장면이 더 충격적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이 영화 개봉할 때는 몇 군데가 삭제(혹은 디지털 처리)되었었다. 워너코리아의 시사실에서 기자상대의 버전을 보았을 때 오리지널 판본이라고 하였었는데, 나중에 어떤 식으로 처리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아마 당시 국내 심의 상황으로 보아 국내극장에서는 당연히 보카시 처리가 되었거나 아니면 미국개봉 버전과 같은 디지털 처리가 된 판본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기 위해 영상을 '감히' 디지털 처리하였다. 나중에 DVD출시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오늘 국내에 출시된 비디오를 보니, 놀랍게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속출하였다. 큐브릭의 오리지널 판본인 것이다. 물론, 미국식 디지털 처리가 아니라, 국내 비디오출시심의를 위한 모자이크 처리가 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 보자면 한국의 안방극장 관객이 미국영화팬보다 오히려 원본에 근접한 판본을 보는 셈이다.  (박재환 2001/10/7) 

 

 

 

Eyes Wide Shut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1999 British-American drama film directed by Stanley Kubrick Eyes Wide Shut is a 1999 erotic mystery psychological drama film directed, produced and co-written by Stanley Kubrick. Base

en.wikipedia.org

 

 

Critics Assail Ratings Board Over 'Eyes Wide Shut'

July 28, 1999 Critics Assail Ratings Board Over 'Eyes Wide Shut' Related Articles Stanley Kubrick: 1928-1999 Forum Join a Discussion on Stanley Kubrick By BERNARD WEINRAUB OLLYWOOD -- The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has joined Los Angeles critics in attac

archive.nytimes.com

 

 

An Oral History of the Eyes Wide Shut Orgy

Staging that scene from Stanley Kubrick’s divisive final film.

www.v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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