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 외계인의 침공을 저지하려면

2012. 4. 19. 17:58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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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배틀쉽'이 아니어도 외계인과의 조우(Close encounter)를 다룰 때는 몇 가지 우리(지구인)만의 약속이 있다. 지구-태양계 너머 저 광활한 우주에는 우리 같은 생명체가 사는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들 과학문명의 수준은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며, 생김새는 아마도 우리기준으로는 상당히 난폭하게 징그러울 것이다. (그리고 컴질이나 통신을 많이해서 손가락이 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티브 호킹이나, 아인슈타인, 혹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물어보면 적절한 답을 줄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인 분석이나 충분한 증거자료 없이도 외계 괴생물체가 지구에 떨어져서 지구인들을 한순간에 멸종의 위협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 해법까지 다 알고 있다. 미국이든 어디에서든 천재가 존재하고, 용감한 지구인이 있어 외계인의 뜻밖의 약점을 우연히 알아내어 그들을 소탕해내고 마침내 지구 평화를 지켜낼 것이란 것을. 물리적으로 압축하면 2시간 내에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수순까지 외고 있다. 외계인의 지구공습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고. 더 거대하고 더 무섭고 더 영악한 놈이 또 올 것이란 것을. 특히 이런 믿음은 주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굳게 믿고 있는 신념이다. <배틀쉽>은 어떨까?

 

NASA, 우주에 신호를 쏘아올리다

 

역시 <배틀쉽>에서도 NASA(나사)의 무모한 지적호기심(?)이 사단을 일으킨다. 분명 우주에는 지구말고도 고등생물체가 있을 것이라 믿고 우주로 시그널을 쏘아올린다. 아마도 “만나면 좋은 친구~” 그리고 인텔의 징글(jingle) 음이 깔렸을지도 모른다. 외계인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286 XT급 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아이큐가 430이 넘고 흉포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어머어마한 외계생물체가 지구로 날아온 것이다. 어디에? <배틀쉽>은 미국영화이다. 아마도 이번 외계인은 여름휴가를 온 모양이다. 하와이 근처에 떨어진다. 그런데 하필 그 때 하와이에서는 림팩(RIMPAC)이라는 다국적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림팩(Rim of the Pacific Exercise)은 환태평양훈련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훈련이다. 1971년 처음 시작되어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와이에서 열리니 당연히 미국 해군, 미국 해병대, 미국 해안경비대, 하와이 주방위군이 주축이고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다. 당연히 우리나라, 일본 등 태평양 연안국가도 참여하고 있다. 항공모함도 없는 우리나라가 이런 원양+대규모 해상작전훈련에 참여해서 얻는 실익은 많으리라. 특히 언제 외계인과 조우하여 레이저 싸움을 펼쳐보겠는가. 외계인이 풍광 좋은 하와이에 온 이유는 알겠는데 림팩 훈련 중심지에 떨어진 것은 미스터리이다. 아마도 신호체계에서 혼선이 온 모양이다. 어쨌든 외계인이 침공했으니 맞서 싸워야할 것이다. 관객은 그다지 걱정 안한다.  용감한 미 해군 알렉스 하퍼 대위(테일러 키취)가 있으니 말이다. 알렉스 하퍼는 정체도 알 수 없고, 엄청난 군사과학적 위용을 뽐내는 전함을 갖고 온 외계인에 맞서 어떤 활약을 보일까. <배틀쉽>을 보면 알 수 있다. 액션영화는 뛰고, 달리고, 쏘고, 끝까지 버티면 이.기.는. 것이다.

 

 진주만의 기억

 

 

 

외계인과 맞서 싸울 때는 한 명의 람보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특히나 2억 달러나 쏟아 부은 초대형 블록버스터에서는 말이다. 어느 나라든 돈 되는 나라의 해군을 끌어들여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 자위대가 동원된 모양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 영화를 만든다면 어림도 없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하와이가, 아니 지구가 위험하니 미국은 일본에 쉽게 손을 내밀고 일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덥석 잡아들인다.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떨어뜨리고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한다. 1945년 9월 2일. 도쿄 만에 정박한 미 해군 미주리 호(USS Missouri) 함상에서 항복조인식이 열렸다. 일본을 대표하여 시게미츠 마모루 외상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앞에서 초라하게 머리를 숙이고 항복문서에 서명을 한 것이다. 미주리호는 이후 어찌되었나. 이후 한국전쟁 때에도 작전에 참여했었고 1992년에 정식 퇴역하며 하와이진주만군사공원에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그런데 외계인을 물리치기 위해 하와이 작전지역에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이  고철덩이 미주리 호 뿐이었다. 윈도우9가 사용되는 요즘 어떤 제어장치를 쓰는지, 또 그걸 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부둣가에 정박해둔 미주리호를 움직여 외계인과 맞서는 아날로그 전쟁을 펼치게 된 것이다. 그런 과정에 일본과 손을 잡아야하니 뻔뻔하게 자위대도 나오고, 일장기도 휘날린다. 군사적 동맹은 그렇게 군사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블록버스터 SF영화답게 <배틀쉽>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외계인은 충분히 막강하고 가공할 포스를 자랑한다. 그에 비해 지구인은 초라하고 왜소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지구인은 외계인을 격퇴할 것이니 말이다. 앗,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미국이 일본과 손을 잡고 이를 물리친다는 것이 스포일러란다. 흠. 그럼 <배틀쉽>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지구 종들이 멸종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적과의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도로 설명해야겠다.

 

 

 

물론, 외계인들은 또 쳐들어올 터이고, 다급해진 미국(영화제작자)은 한국의 공군과 협력하거나 탈레반과 손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은의 광명성3호는 안되겠지? 이거 사람 불러야되~ (박재환, 201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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