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그녀와의 비밀

2012. 3. 5. 13:5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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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세계적인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 1954년 2월. 두 번째 남편이었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함께 일본으로 신혼여행 왔다가 한국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녀는 기특하게도 한국의 전방부대 미군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나흘간 순회공연을 가졌다. 당시 10만 여명의 주한미군들이 마릴린 먼로의 춤과 노래와 몸매를 구경할 수 있었단다. 그 때 많은 사진도 남겼고 말이다.


마릴린 먼로는 1962년 5월 19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참석하여 대통령을 위해 “해피버스데이”를 부른다. 지금도 유튜브에는 전설적인 그 때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1962년 8월 5일 약물(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 나이 36살.

그 사이에 그는 영국을 찾은 적이 있다. 1956년 7월부터 몇 달 동안이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함께 영화 <왕자와 무희>를 찍기 위해서이다. 놀랍게도 이 영화가 마릴린 먼로가 유일하게 미국 밖에서 찍은 영화이다.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영화사 먼로 프로덕션을 만든 뒤 <버스 정류소>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제작에 나선 것이다. 이때는 그녀가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쓴 유명 극작가 아서 밀러와 막 결혼식을 올린 뒤라서 먼로의 영국행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에서의 며칠이 아니라 영국에서의 몇 달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이런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먼로가 영화촬영을 위해 영국에 체류할 동안 그녀의 여정을 도와줄 일종의 도우미, 가이드의 존재이다. 영국 쪽 올리비에 영화사의 신입 조감독 콜린 클라크이다. 그는 막 대학을 나와 영화판에 발을 디딘 귀족자제이다. 클라크는 마릴린 먼로와의 근접/동행 기록을 책으로 남겼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타 마릴린 먼로와 그녀의 ‘아무 것도 아닌’ 팬이 1956년 짧은 시간 런던에서 잠깐 남긴 추억의 한 순간인 셈이다.

트러블메이커, 이슈메이커, 슈퍼스타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는 당대 최고의 대중 아이콘 스타였다. 세익스피어 극에 능한 로렌스 올리비에는 그때 이미 귀족 지위를 하사받은 걸출한 명배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로인 스칼렛을 연기했던 비비안 리의 남편이기도 하다. 올리비에 경과 비비안 리 부부는 이미 <왕자와 무희>(The Prince and the Showgirl)의 연극무대에서 공연하였었다. 그런데 영화 버전을 만들면서 무희 역은 이미 늙은 비비안 리가 아니라 할리우드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를 택한 것. 먼로는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화제의 초점인물이 된다. 올리비에는 자신의 영화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신작을 위해 용의주도한 준비를 한다. 갓 영화사에 들어온 명문집안 자제 콜린 클라크를 조감독이란 직책으로 마릴린 먼로의 옆에 따라 붙인다. 그렇게 운 좋게도 혈기왕성한 한 젊은 영국청년은 할리우드 섹스심볼의 진면목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잡게 된다. 술병을 끼고 살고, 약물에 의지하고, 제멋대로이며 약속이나 시간관념, 연기에 대한 배려 등이 결여된 마릴린 먼로를 코앞에서 말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슈퍼스타의 발가벗겨진 무대 밖 모습을 직접 보게 되면서 남자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촬영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예상대로 세계적인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국식 영화 촬영방식과 할리우드 스타시스템이 낳은 마녀 마릴린 먼로와의 합작은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마릴린 먼로의 연기력 부재나 인간성 결핍 때문만은 아니다. 마릴린 먼로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마릴린 먼로의 주위에는 신문기자들과 영화사 스태프들만 몰려있는 게 아니다. 마릴린은 미국에서 올 때 (세 번째) 남편 아서 밀러와 동행했고 그의 곁에는 그의 연기지도자이며 심리안정사의 역할을 하는 폴라 스트라스버그도 있었다. 짐작하듯이 너무나 지적인 아서 밀러의 삶의 공간에서 마릴린 먼로의 육체적 아우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먼로는 스트라스버그의 입김에 휘둘렸고, 스튜디오는 촬영일정 차질로 언제나 긴장감이 팽배했다. 클라크는 이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보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그 기이한 놀음에 주역으로 끼어들게 된다. 마릴린 먼로는 쇼 비즈니스 세계의 화려함과 공허감 속에서 순수한 영국청년에게서 위안을 찾게 된다. 그리고 점점 청년과 함께 일탈의 길로 나선다. 둘은 스튜디오를 빠져나가 들과 산으로, 영국의 명물 속으로 도피한다. 자유를 만끽하고 생의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변한다. <자유와 무희>는 점점 더 활기를 되찾고 마침내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마릴린 먼로는 런던을 떠나고, 영화는 성공한다.

마릴린 먼로, 살아있다면 86세!

 

 

이 영화는 마릴린 먼로와 특별한 경험을 한 콜린 클라크 자신이 쓴 책 두 권(<The Prince, The Showgirl and Me>, <My Week with Marilyn>)을 기반으로 한다. 콜린은 영국의 명문가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누드의 미술사> 등의 책을 쓴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이고, 형 알란 클라크는 보수당 의원을 지닌 정치가이다. 근엄한 집안내력과는 달리 콜린 클라크는 연예계에 관심을 갖고 대학 졸업하자마자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하필이면 첫 직업이 마릴린 먼로와의 동행이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했다.(2002년 사망) 물론 그의 경력에서 마릴린 먼로와 은밀한 연애를 했다거나 하는 짜릿한 스캔들은 없다. 슈퍼스타 먼로에게는 자유와 삶의 탈출구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사실 마릴린 먼로에 대해서는 알면 알수록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대단한 영화적 소재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말이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서 피해를 봤던 아서 밀러는 먼로의 세 번째 남편이다. 먼로는 16살에 제임스 도허티란 남자와 첫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단지 고아원에 가지 않기 위해서였단다. 당연히 일찌감치 파경을 맞았고 두 번째 남편은 유명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였다. 역시 파경이다.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통풍구 바람에 치마가 올라가는 그 유명한 장면 때문에 둘 사이가 갈라졌다. 그리고 먼로는 그 동안의 인생에서 결핍된 ‘지적 부족’을 일거에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극작가 아서 밀러와 덜컥 결혼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오래 가지 못한다.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먼로는 아서 밀러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된다. 마릴린 먼로를 다룬 책에는 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아서 밀러가 일부러 자신의 글을 보도록 했다는 둥. 아서의 글은 “이 결혼은 실수였다. 이 여자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등. 어쨌든 그 일기를 본 이후 마릴린 먼로는 또 다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혼하게 된다)

이 위태로운 시절에 폴라 스트라스버그는 마릴린의 유일한 정신적 벗이었다. 원래 마릴린은 당시 리 스트라스버그에게서 매소드 연기를 배우고 있었고 그의 아내 폴라를 데리고 살만큼 ‘연기학습’에 푹 빠져 있었다. ‘백치미 블론디’에게 부족한 연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늑대가 우글거리는 영화판에서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절친(confidante)이었다. 마릴린 먼로를 다룬 J.랜디 타라보렐리 책 <마릴린 먼로>(The Secret Life)에는 폴라 이야기가 나온다. 폴라는 <왕자와 무희>때 마릴린 먼로와 동행하면선 엄청난 개런티를 챙긴다. (먼로와 올리비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보수!) 마릴린 먼로가 주눅 들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코치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마릴린 먼로와의 함께 연기하면서 새로운 삶과 새로운 연기자의 길을 기대했었다. 아내 비비언 리는 섹시 심벌의 등장으로 은근히 불안해했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성공했다.

마릴린 먼로라는 할리우드 섹시 스타와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에 충분히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참, 불쌍한 여배우이다.

실제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마릴린 먼로가 촬영자에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애가 탄 로렌스 올리비에가 클라크를 숙소로 보낸다. 클라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릴린은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이 똥그래진’ 클라크를 맞이한다. 위에 언급한 랜디 타라보렐리 책에 이런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마릴린이 <돌아오지 않은 강> 촬영당시. 그녀가 트레일러에서 마사지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스태프들이 한 젊은 제작보조를 놀려줄 심산으로 “노크하지 말고 그냥 들어가. 그녀는 그걸 좋아해!”라고 심부를 시킨다. 젊은이가 들어갔을 때 마릴린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얼굴이 새빨개진 10대 젊은이에게 마릴린 먼로가 이랬단다. “그 사람들이 시켰어? 좋아. 그럼, 문을 닫고 앉아봐. 그리고 여기 20분 동안 있는 거야. 그러고 나서는 그 사람들을 놀려주는 거야!” (박재환 2012.3.5)

 

 

Marilyn Monroe mystery: Missing FBI files

As the 50th anniversary of her death approaches, there is a growing mystery over the FBI files on Marilyn Monroe.

www.telegraph.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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