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를 3D로 본다는 것은

2012. 2. 9. 11:2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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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협>을 3D로 본다는 것은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겨우 수백 년의 ’자국‘ 역사밖에 가지지 못한 미국은 실버스크린(영화)세상에서만은 무한대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자랑하고 있다. 당연히 그 선두에는 <스타워즈>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영상세대에게는 <스타워즈>는 그 옛날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급 클래식무비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모 통신사의 CF에 등장할 만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문화적 ’포스‘를 안겨준 유네스코에 등재만 안된 아메리카 헤리티지이다. 이 영화의 시리즈 첫 편은 1977년에 개봉되었다. 그리고 2편, 3편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사가(saga)가 완성되었다. 아니, 되는 줄 알았었는데 조지 루카스는 뜬금없이 ’프리퀄‘이라는 앞 세대 이야기 3부작을 또 들고 나왔다. 조지 루카스는 프리퀄 3부작 개봉에 맞춰 오리지널 3부작을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당시로서는) ’첨단 홍보용어‘로 극장에 개봉시키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아바타> 3D광풍이 휘몰아치자 조지 루카스는 또다시 ’뜬금없이, 아니면 당연히‘ 3D버전으로 만들어 극장개봉을 준비 중이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 대한 ’상업적, 아니면 창조적‘ 열정은 어디까지 뻗어나가야 만족을 하게 될까.

옛날옛날 한 옛날

물론, 스타워즈는 그 옛날 기원 전 시대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엄청 먼 미래의 어느 시점일 것이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우주에는 지구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끝 간 데  없는 우주광년 저쪽의 행성에는 온갖 모습의 외계생물체가 산다. 어울러 평화를 누리기도 하고, 적대적인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의회민주주의나 왕정제, 공화제, 아니면 군사정권 등 적절한 인간의 리더십 형태를 띠며 공존해간다. 그런 세상에는 우주반란군도 있고 밀수꾼도 있고 도박꾼도 있다. 이들이 에피소드1부터 6까지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것이다. 여하튼 이번에 3D로 다시 개봉되는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은 1999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스 베이더, 한 솔로, 루크 스카이워커, 레이어 공주 등 귀에 익은 인물들보다 한 세대 앞선 시대를 다루고 있다. <스타워즈> 영화의 특징은 복잡한 우주시대적 환경, 상황을 멋진 자막 스크롤로 간단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에피소드1>의 상황은 이렇다.

...............은하계 저어~편. 무역항로를 독점하려는 무역연합이 아미달라 여왕이 통치하는 나부행성의 공격하자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가 파견된다........ 

뭐 이런 내용. 이 영화 처음 개봉될 때는 단행본, 잡지, 신문에서 스타워즈의 역사, 권력구조, 캐릭터분석 등이 다채롭게 꾸며졌었다.(물론, 미국에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거대한 우주SAGA는 <반지의 제왕>이나 <듄> 등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아시아의 역사적 체험’과는 다른 ‘서구적 역사창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우주의 평화는 지구의 평화를 확대투영한 것이고 반란군과 악의 세력은 지구적 갈등구조의 영화적 재구성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팬들은 악의 세력의 선두주자 ‘다스베이더’나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 기사’의 광선검 싸움에 더 열광한다. 정치외교적 서사구조는 영화시작 ‘자막스크롤’ 하나면 충분하니깐.



어쨌든 <에피소드1>에서는 고참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이 등장하고, 그의 수제자 오비완이 등장한다. 알렉 기네스의 오비완 케노비를 기억하는 영화팬은 ‘너무 젊은’ 이완  맥그리거의 등장에 “헉!”하고 놀라는 것이 당연하리라. 그런 소소한 캐릭터에 대한 시비는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아미달라 여왕의 패션이 ‘일본풍’이니 아니니 하는 입씨름으로 번지기도 했었다.(1999년 개봉당시에는 말이다!) 사실 영화는 줄거리를 길게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심플하다. 우주 대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다이가 나섰다가 어느 외진 행성에서 놀라운 ‘아이’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다이 마스터에 특채된 이 소년이 (나중에 알고 보니) 다스 베이더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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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은 광활한 우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했다는 티가 확실히 나는 거대한 건축물, 명작에 출연하게 되어 흥분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배우들, 그리고 ‘망가’적 창의력으로 창조된 우스꽝스런 떼거리 캐릭터들로 가득한 희한한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가장 이상한 것은 통신수단이다. 다스베이더 같은 인물은 염력만으로도 남의 목의 꺾을 정도인데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주의 용사들이 손목시계타입의 디바이스에 입을 대고 “여보세요. 오버~”하는 식의 소통방식은 의외이다. 엄청난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지식이 레이저 총을 그렇게 쏘아대도 주인공만 피해가는 정확도를 가졌다는 것은 70년대 <배달의 기수> 전쟁물 스타일이다. 어쨌든 <에피소드1>을 보는 팬들의 마음은 향후 펼쳐질 광대한 우주대서사극의 서막을 지켜보고, 앞으로 등장할 주역들의 아버지 세대를 쳐다보는 것만도 황송하였디만 말이다.

디지털시대, 3D시대

<스타워즈>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당연히 추적전이다. <에피소드4>(77)에서는 우주공간에서 펼치는 우주전투기들의 전쟁장면이다. 지구상공의 스텔스-미그기 공중전이나, 블랙호크 류의 추격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스케일과 상상력의 총화였다. 그리고 그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복잡한 숲속에서 하늘높이 뻗은 나무들 사이로 공기부상 라이더가 쏜살같이 달리는 추격전이 사람의 혼을 빼놓았었다. 이번 <에피소드1>에서는 행성에서 펼쳐지는 포드 레이스가 유일하게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조지 루카스는 3D로 만들면서 아마도 이 장면에 대단한 공을 들였을 것이다. 3D 아니어도 멋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인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3D로 만들었다고 해서 굳이 3D티가 나는 장면은 없다. 실감입체영상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차라리 광선검이 날아올 때 전기장치로 찌릿~한다든지 포드 레이스에서 충돌할 때 좌석이 덜컥 내려앉는 4D효과가 더 자극적일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조지 루카스는 에피소드2편도, 3편도, 4편도, 5편도, 6편도 3D로 내놓을 것인가? 이 영화 개봉할 즈음에 한국에서는 스크린쿼터제도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그때 많이 회자된 말이 “쥬라기공원 영화 한편이 벌어들인 돈은 현대자동차 몇만 대 수출한 것과 같다.”와 “영화는 문화이지 산업, 공산품이 아니다.”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스타워즈>를 보고 있노라면 이건 뭐.... 한 작품을 두고 덧칠하고, 안경 씌어 거듭 내놓는 게 공산품 제조방식같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박재환, 2012.2.9)


이게 최고의 티저 포스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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