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달타냥의 모험, 황당버전

2011. 10. 14. 10:1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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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찍고, 부산 찍고, 도쿄 찍고..

근사한 외관의 ‘영화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다우려면 일단의 상영되는 영화가 국제적이어야할 것이다. 화려한 외관과 개막식 패션 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경쟁력과 소구력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동안 못 보던 영화, 화제의 영화, 숨은 걸작, 내일을 책임질 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영화팬들의 기호와 욕망을 채워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영화팬들은 “왜 국제영화제랍시고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안 오냐?”라고 그런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 이전에 홍콩의 모 톱스타를 데려오려고 하니 호텔 최고급 룸은 물론이고 수행인원 몇 십 명에 전용기를 요구하였단다. 이후 부산영화제 위상이 올라가니 자발적으로 부산을 찾는다.) 깐느나 베를린은 조금 다르다. 메이저영화사들이 신작홍보를 위해 영화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일본 동경영화제도 그렇다. 차이점이라면 일본의 경우는 영화배급회사가 주축이 되어 곧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주인공을 모셔 와서 카메라 플래시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번 부산영화제에도 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로건 레먼. 곧 개봉될 <삼총사 3D>( The Three Musketeers)에 출연한 배우이다. 함께 출연한 올랜도 블룸이나 밀라 요보비치에는 못 미치지만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임에는 분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나서서 데려왔을 리는 없을 것 같고 아마도 영화홍보사, 혹은 제작사의 전 세계홍보차원에서 방한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삼총사 3D>는 22일 개막되는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마 그때는 로건 레먼만이 아니라 감독과 다른 배우도 일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출생의 비밀: 프렌치 버전

<삼총사>는 잘 알려졌다시피 프랑스 알렉산드 뒤마의 소설 <삼총사>가 원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삼총사>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루이13세 시대이다. 역사적으로는 프랑스 절대주의 왕정체제의 기초를 닦은 왕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왕의 지위는 파란만장했다. 우리나라 궁중드라마처럼 프랑스 역사에서도 흥미로운 야사가 전해지는데 루이 13세와 그의 아내 안느 왕비의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든지 결혼 후 20년이나 지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 그것도 쌍둥이라는 것이다. 쌍둥이 형제가 태어나서 누구는 왕(루이 14세)이 되었고 누구는 내버려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버려진 자가 원래는 왕위계승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내버려진 자가 누굴까. 소설 <삼총사>에서는 철가면을 쓰고 감금된 자로 등장한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루이 13세의 정적인 에술리외 추기경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사도 보자면 그들의 나이 차는 15살이나 된다!) 조선시대 궁중암투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프랑스 루이13세 시절에도 펼쳐진다는 것이다. 소설 <삼총사>와 영화 <삼총사>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다빈치 프로젝트: 하늘을 날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스코뉴(말투에서부터 촌놈으로 경멸받는 동네란다)의 젊은 달타냥이 아버지, 어머니에게 작별을 고한다. 아버지를 이어 총사가 되기 위해 파리로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실업자신세가 되어 기분이 나쁜’ 삼총사‘(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를 만나 감히 대결을 펼치게 된다. 광장에서 한판 대결을 펼치는 순간 삼총사의 라이벌인 추기경의 심복부하 로쉬포르의 제지를 받게 되자 이내 네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이들과 칼싸움을 펼친다. 에술리외 추기경은 루이 13세를 몰아낼 음모를 꾸민다. 영국의 버킹엄 경을 끌어들이기 위해 밀라디를 이중스파이로 활용한다. 우선 왕과 왕비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비열한 책략을 꾸미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는 궁중 음모극. 예전에는 배 타고 말 타고 열심히 달렸지만 2011년 버전을 달라졌다. 레오나르 다빈치가 거대한 ’비행선‘을 설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1차 대전만큼이나 화려한 공중전을 볼 수 있다. 조금 덜 떨어진 것 같지만 프랑스 왕답게 아주 패셔너블한 감각을 가진 연약한 루이 13세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멋있고, 예쁘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향연

미국 블록버스터답게 <삼총사>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그런데 타이틀 ‘삼총사’를 맡은 배우들(매튜 맥퍼딘,루크 에반스, 레이 스티븐슨)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달타냥 역은 로건 레먼이 맡았다. ‘할리우드의 강력한 블루칩’이라는 홍보문구가 더욱 빛을 발한다. 2000년 개봉되었던 <패트리어트>에서 멜 깁슨의 어린 아들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그때 그는 8살이었고 극중 형 중에는 히스 레저가 있었다.) 이후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삼총사> 원작소설에서 느껴지는 좌충우돌, 다혈질의 달타냥의 이미지에 덧붙여 현대적 블록버스터 남자주인공에 걸맞은 젊음과 끼가 느껴진다. 루이 13세와 에술리외 추기경, 그리고 악녀 ‘밀라디’까지. 얽히고설킨 음모전에서 여유까지 더하는 노련한 버킹엄 공작 역은 올랜도 블룸이 맡았다. 올랜도 블룸은 <반지의 제왕>에서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블록버스터의 귀공자 얼굴이었다. <삼총사>에선 악역이라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여심을 사로잡을 버킹엄 공작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밀라디 일 것이다. 루이 왕 시절 그랬을 것 같은 코르셋과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칼’ 액션을 펼치는 밀라디 역은 안젤리나 졸리보단 밀라 요보비치가 더 적역인 것 같다. 밀라디의 화려한 액션과 화려한 의상을 보는 것도 이 영화 감상의 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리슐리외 추기경 역은 연기파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이다. 노회한 정치적 인물 리슐리외 추기경 역을 멋지게 해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기억해둘 배우는 루이 13세 역의 프레디 폭스, 그리고 그이 아내 안느 역의 쥬노 템플, 그리고 달타냥을 달뜨게 만드는 안느의 시녀 콘스탄스 역의 가브리엘 와일드. 앗, 또 있다.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내는 삼총사의 몸종 플랑쉐 역의 제임스 코든. 연기하는 품이 완전히 잭 블랙이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들 천지에서 로건 레먼만이 부산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정말 아쉽다.

만족스런 3D영화 <삼총사3D>


이 영화는 3D로 제작되었다. <아바타> 이후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3D로 만들어지면서 관객을 찾았지만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삼총사>는 여태 나온 3D영화중 가장 만족스런 결과 치를 보인다. 시신경을 너무 피곤하게 하는 과도한 효과를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심심한 3D효과를 주는 것도 아니다. 보여줘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도 될 때를 적절히 완급 조절한 3D효과는 영화 보는 즐거움을 3배도 만든다. 특히 하늘에서 대치하며 공중전을 펼칠 때의 3D효과는 볼만하다. 그리고 조감 식으로 보여주는 프랑스 땅(지도)의 3D효과도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3D방식이다.

부산영화제 전에 서울에서 먼저 열린 기자시사회 때 영화가 채 다 끝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뜬 기자들이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밀라디‘가 그냥 죽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올랜도 블룸이 연기하는 버킹엄 공작이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화면에서 사라질 리는 없는데....  그렇다. 이 영화는 1편으로 끝날 영화가 아니다. 적어도 <캐리비언>의 궤적을 따라할 것 같다. 프랑스 왕정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말이다.  (박재환,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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