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 나이트 3D] 3D로 만들면 더 무섭냐?

2011. 9. 15. 12:35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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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3D영화가 대세라며 멀쩡하게 잘 만들고 있던 (2D)영화까지 3D로 변환시키는 소동이 있었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서 보자면 3D로 만든 영화는 평균 티켓가격이 더 높으니 3D제작은 해볼 만한 시도였다. 극장입장에서 보아도 하루가 다르게 각종 신개념 디지털 디바이스와 홈무비 서비스가 쏟아지는 판국에 3D는 괜찮은 비즈니스 돌파구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수용자 입장. 제임스 카메론 같이 돈을 쏟아 붓지 않는 이상 요즘 만들어지는 3D는 유원지에서 만나면 ‘귀신의 집’ 이상의 깜짝 쇼를 하기엔 한계에 봉착하였다. 이젠 3D영화 타이틀 달고 개봉되면 “컴컴하다.” “눈이 피로하다”, “내용은 어디 갔나” 같은 불만의 소리가 함께 쏟아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금 그런 리스트에 또 하나의 작품이 추가되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 <샤크 나이트 3D>이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던 ‘상어영화’의 지존 <죠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2011년판 리얼 3D죠스’라는 홍보문구가 붙어있는만큼 더 거대하고 더 강력해지고 (3D로) 더 실감나는 상어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감독(데이비드 R.엘리스), 주연(사라 팩스톤, 더스틴 밀리건, 캐서린 맥피, 앨리스 디아즈) 이름을 듣는 순간 “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지난 주 열렸던 기자시사회장에도 기자들은 별로 오지 않았다. 추석 쇠러 다 갔는지 아님 3D상어가 매력이 없든지 말이다.

미국 대학생들, 공포의 피서를 떠나다



루이지애나의 대학생 일곱 명이 크로스비 호수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남자 넷, 여자 셋(남자 셋, 여자 넷이었던가?) 의과생도 있고 체육특기생도 있고 비키니만 내세우는 ‘쭉쭉빵빵’ 언니도 있다. 이들이 가는 곳은 차 타고 보트 타고 한참 들어가는 외딴 곳이다. 보트가 고장이 나든지 기름이 떨어지든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3D라서 살인상어가 육지도 기어 올라올  리는 만무할 테고!) 누가 누군지 몰라도 되는 7명의 선남선녀 대학생들이 술이랑 먹을 것 한 보따리 사들고 흥분하여 하나뿐인 보트를 타고 외딴 섬 별장에 들어간다.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이란다. 여기까지 오면서 관객들은 적당한 눈요기 거리와 적절한 인물관계를 목격하게 된다. 여대생 중 하나는 예전에 이 동네 살았던 사람. 그래서 마을을 잘 알고 뭔가 수상해 보이는 이곳 남자들도 안다. 그런데 상어는 언제 나오지? 7명이 짐 풀자마자 성질 급한 커플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당연히 상어가 나타나서 덥석 물어버린다. 그리고 논스톱으로 상어와의 사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전화도 안 되고 보트도 하나뿐이고. 의대생은 상어에게 물어뜯긴 팔 한쪽을 호수바닥에서 건져서 얼음에 채운다. “시간 내에 이걸 들고 읍내로 나가 봉합수술을 해야 해!” 그래서 환자를 보트에 싣고 전속력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런 호러영화에는 꼭 이런 여자가 있다. “안 돼. 나도 같이 가야 해!” 그럼 보나마자 이 짜증나는 여자 중간에 상어 밥이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상어 밥이 된다. 7명이 들어왔으니 상어 밥은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왜 여기에 상어가 있지? 과학적 설명이나 지루한 영상효과는 필요 없다. “루이지애나 홍수 때 범람하여 상어들이 넘어온 모양이야. 반염수호이고 말이야.” 참, 효율적인 시나리오 작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 드넓은 호수에는 무서운(?) 음모가 있다. 처음 등장했던 읍내의 수상쩍은 사내들은 단짝이 되어 호수를 상어천지로 만들고 놀려온 외지인들을 하나씩 납치하여 던져버리는 것이다. 왜? 스너프 필름을 찍기 위해서란다. 수많은 상어무리 속으로 비키니 차림의 여자를 풍덩 던져서 펼쳐지는 아비귀환을 비디오로 찍는다. 그런 동영상을 찾는 사람에게 잘 팔린다는 것이다. 무슨 스너프채널 이야기도 아니고 디스커버리채널의 <샤크위크> 같은 프로그램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연 핸드폰도 안 터지고, 보트도 없는 광활한 루이지애나의 호수/강 속에 상어 무리 속에 내던져진 7명의 대학생 중 몇 명이 살아 돌아올까? 그렇다고 세지는 마라! 차라리 상어가 몇 마리 나오는지 세어볼 일이다.

상어는 억울하다



    요즘은 우리나라 해안가에서도 상어가 출몰하여 공포로 몰아넣는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그런데 상어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엔 350종 이상의 상어가 있는데 사람을 공격하는 종류는 몇 안 된다고. 전 세계에서 코끼리나 사자에게 습격당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례만이 과장되어 나타난다고. 아마도 심해 상어는 인간에게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인 모양이다. 오히려 상어 입장에선 인간이 더 공포스럽다. 상어고기야 먹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상어 턱/이빨을 애호하는 사람도 얼마 없다. 그런데 상어지느러미는 치명적이다. 삭스핀 요리는 중국 미식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이다. 중국의 모 지방 어촌마을은 상어지느러미 가공공장만 수백 군데가 넘는다. 동남아 각국에선 상어잡이가 성행한다. 상어는 고기며 부산물이며 다 사용가능하지만 이들은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나머진 그냥 바다에 내버린다. 상어 지느러미는 500그램에 110달러나 나간단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들은 어찌될까.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그들은 방향을 잡지 못해 바다 속에서 굶어죽거나 다른 상어의 밥이 되는 것이다. 1년에 상어에게 희생당하는 사람은 30명 내외, 그에 비해 1년에 잡히는 상어는 무려 1억 마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당연히 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런 무서운 동물들이 멸종된다고 나쁠 것은 없다고? 그렇지 않단다. 굉장한 스테미너를 자랑하며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며 내뿜는 호흡 작용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바다 속 먹이사슬의 최상단의 존재가 사라진 이후의 지구 생태계를 생각해 본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일지도 모른다.

3D영화의 재미

이 영화가 이렇다고 3D영화의 몰락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2800만 달러이다. 할리우드 수준에서 보자면 소품이다. 3D라고 해서 제임스 카메론같이 만들 필요도 없다. 적당한 소재에 적당한 화젯거리, 물론 적당한 눈요기만 추가된다면 그럭저럭 제작자나 극장관계자, 그리고 2차, 3차 영상유통업자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줄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PG-13등급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선 15세 관람가로 상영된다. 몇 달 전 먼저 개봉된 이런 류의 영화 <피라냐 3D>는 ‘19금’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는 피라냐보다 비키니가 더 많이 나왔던 영화로 기억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담력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비키니 패션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3D효과와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재로 시간을 때우면 되는 영화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킬링 타임용 팝콘 무비’라고 한다. 왜 팝콘무비라고 하냐하면 극장으로선 티켓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팝콘이라도 더 많이 팔아야하니 말이다.  (박재환, 20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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