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개봉영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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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한국남자, 중국여자, 그것도 사천미녀! (허진호 감독 好雨時節, A Good Rain Knows, 2009)
중국(시가)문학에서 '비'는 주요한 소재로 쓰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망향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호전에는 송강을 일러 '급시우'(及時雨)라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딱 때를 맞춰 적절하게 등장하는 요긴한 인물이란 뜻이다. 두보는 ‘호우시절’(好雨知時節)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는 비”라고 읊었다. 농업사회에서는 비가 내려야할 때와 그 양을 생각한다면 합당한 의미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애써 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월호, 성산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국가적 재난사고를 경험한 한국인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성장을 다룬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 호우시절>은..
2019.09.20 -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고통스런 ‘사랑’과 비극적 ‘추억’ (박신우 감독 Into The White Night, 2009)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 백야행>이 곧 개봉된다. 백야행>은 일본의 인기 작가 히가시노 케이코(東野圭吾)의 동명의 소설 백야행>(白夜行)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는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원작이 일본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미 한국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규모가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실례일 것이다. 한국의 신인감독이 왜 일본작품을 데뷔작으로 선택했는지, 한석규와 손예진, 고수라는 만만찮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선뜻 출연하게 된 백야행>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소설, 드라마 그리고 영화 히가시노 케이코는 추리, 서스펜스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고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죽은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스며든 아버..
2019.09.02 -
[닌자 어쌔신] 비의 이 영화, 잔인하다
이달 초(11월 6일) 왕십리CGV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화제의 영화 (Ninja Assassin)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예전에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가 통상 두 차례 진행되었다. 하나는 개봉 전 기사작성을 위해 신문사나 저널소속 기자들을 위한 언론시사회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전국의 극장관계자들을 위한 배급시사회였다. 그런데 요즘은 정통적인 의미의 기자(혹은 평론가)들만 시사회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배급이란 것도 전국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별 의미가 없이 쓰인다. 어쨌든 이날 시사회는 두 개 상영관에서 이루어졌는데 객석이 가득 찼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비(정지훈)에 대한 관심과 영화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99분간 사지절단, 유혈낭자, 피바다의 향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풍성한 이..
2009.11.18 -
[2012] 지구 종말의 날을 즐겨라!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 2012, 2009년)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는 1995년 일본을 뒤흔든 신흥종교단체 옴 진리교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하다. 이들은 도쿄 지하철에 사린 독가스를 뿌리는 등 세계종말론을 내세우며 혹세무민한 사이비 광신도 집단이었다. 소설 에서 그런 종교단체의 리더가 이런 말을 한다. “종말이라는 것을 내세운 종교단체는 모두 사기일 뿐이야.” 심심찮게 등장하는 지구 종말은 확실히 종교적이거나, 거대한 사기극이다. 항상 있어온 여러 지구종말론의 가장 최신버전은?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다. ‘고대 마야 문명’이 콕 집었다는 바로 그 날짜를 다룬 영화가 개봉된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등 지구종말론엔 일가견이 있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보기 전에 먼저 마야 사람들 이야기를..
2009.11.04 -
[디스 이즈 잇] 지상 최대의, 그리고 ‘마지막’ 쇼
팝의 역사에 있어, 대중문화라는 세계에 있어 마이클 잭슨이 차지하는 위치는 당연히 ‘황제’의 자리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지난 6월 25일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50. 이제 그 위대한 엔터테이너를 위한 장엄한 쇼가 막을 올릴 시간이다. 단지 2주간에 걸쳐서 전 세계 극장가에서, 그의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10월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있었다. 영화 상영을 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아침 8시 반부터 말이다. 마이클 잭슨이 출연한 영화 이라는 작품과 관련된 행사였다. 영화는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되어 11시 45분에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 스크롤이 올라갔다. 그러나 그 전에 아주 특이하게도 바다 건너 미국에서 펼쳐진 미국현지 시사회장 앞 레드카..
2009.10.28 -
[파주] 박찬옥+이선균+서우, 원더풀~
파주 괴물같은 배우의 놀라운 영화 파주는 경기도 서북단에 위치한 휴전선 접경지역 마을이다. 모르긴 해도 그런 지리적 특성상 군부대가 많을 것이고, 뒤늦게 이곳저곳에 불도저식 개발이 진척되면서 그 곳에 터를 잡고 사는 토착주민들에겐 특별한 저항심리가 자리 잡고 있을 듯하다. 적어도 ‘파주’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박찬옥 감독이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마치 ‘밀양’을 바라보는 이창동 감독처럼. 박찬옥 감독 (박찬욱이 아니다!)은 ‘파주’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제목까지 쿨하게 ‘파주’이다. 어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에는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는 어떤 영화이고, 감독이 말하려고 한 ‘파주’는 어떤 이야기를..
2009.10.22 -
[크레이지 레이서] 중국영화도 제대로 웃긴다~ (닝하오 감독 瘋狂的賽車 Crazy Racer 2009)
지난 (2009년 9월) 18일 용산CGV에서는 ‘CJ중국영화제2009’ 개막식 행사가 있었다. 중국시장의 광활함과 중국영화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본 CJ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제이다. 2006년, 2007년, 그리고 올해 3회째이다. 작년(2008)엔 북경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아마도 CJ측(CJ엔터테인먼트, CJ CGV)은 서울과 북경에서 격년제로 영화교류의 장을 마련할 모양이다. 올 영화제에도 중국 최신작품 15편이 상영되었다. 개막식 행사에는 청융화 주한중국대사가 직접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SARFT(광전총국) 관계자와 몇몇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그들은 중국영화시장의 확대와 한국자본의 중국진출을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10년은 앞서간다는 한국영화의 힘과 자본이 ..
2009.09.28 -
[국가대표] 우린 대한민국 국가대표야~
김용화 감독의 란 영화를 보았다. 올 여름 윤제균 감독의 와 함께 나란히 한국영화의 수준과 위상을 드높인 영화로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영화이다. 두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이 “이 영화가 좋다”, “저 영화가 더 낫다“라고 논쟁이 붙을 정도이니 정말 한국영화계로서는 2009년 여름이 축복받은 씨즌임에 분명하다. 와 의 전작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해 범상치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또한 그 전작 못지않은 화제성과 휘발성을 흥행성 뒤에 숨기고 있다. 굉장하지 않은가.삼류, 따라지, 루저의 삶 영화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 점프 팀이 급조되면서 시작된다. ‘바덴바덴’을 기억하는가? 그런 일이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무주와 평창이 힘겨루기한 일도 있었다. 그런 대규..
2009.08.12 -
[해운대] 해운대가 살아있는 영화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라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계(저널포함) 일부에서는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제균 감독은 , , 그리고 등의 전작이 말해주듯 우선은 스케일에서는 아기자기한 코미디가 장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윤제균 감독이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 광고회사에서 일했었고 영화가 좋아 영화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재능을 너무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윤제균 감독은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윤제균 스타일의 재난영화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놀랍도록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말이다. 작년(200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던 어느 날. 부산 해운대 백사장 이면도로에서는 아침부터 교통 통제가 시..
2009.07.28 -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이것도 터미네이터이다
지난 주말 무척 기대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무비 을 보았다. 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걸작과 오컬트를 넘나드는 작품 아닌가. 제임스 카메론이 이루어놓은 위대한 작품의 명성을 3편에서는 킬링 타임용 범작으로 팬들을 실망시켰기에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엄청난 기대 속에 개봉된 극장판 네 번째 이야기는 어떤가. (원제는 Terminator Salvation이다. 이하 터미네이터T:S)의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제임스 카메론의 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지금은 와 의 감독으로 ‘테크놀로지에 관한 영화에 관해서는’ 세계 최정상급 감독이지만 그의 출발이 처음부터 워크스테이션급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그는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 트럭 운전수를 했단다. 그..
2009.05.25 -
[워낭소리] 다양성영화의 미래
워낭소리 전에 대만 출신의 영화감독 이안에게 베니스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은 미국 와이오밍 주의 두 카우보이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퀴어 무비이다. 동성애 주제의 영화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 당연히 흥행에서도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으레 ‘인디영화나 아트하우드 계열’영화로 ‘다른’ 대접을 받는다. 배우들도 자신이 평소 받던 개런티보다 대폭 할인된 출연료를 받고, 배급(극장개봉)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안 감독의 힘인지 미국사회가 바뀌었는지 은 전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달러라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아트하우스 영화가 이렇게 대박나는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이다. 기대하기 힘들었던 상업적 성공으로 해프닝이..
2009.03.09 -
[체인질링] 안젤리나 졸리와 뒤바뀐 아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Changeling, 2008)
(박재환 2009-2-17)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은 영화 [체인질링]을 최근 보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누구인가. 올해 78살인 이 노친네는 정말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문제작을 만들어낸다. 그의 신작 [체인질링]에서도 사회와 사람에 대한 그의 끝없는 고민과 갈등을 느낄 수 있고, 사회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사회파 감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는 옛날 옛적 한 시절 미국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범죄와 그 사회적 여파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사회악에 대한 응징도, 매스미디어에 대한 시니컬한 시각도, 억압받는 여성들의 자기주장도, 그리고 아동대상 범죄에 대한 각별한 사회적 인식제고의 촉구도 깊은 충격과 메시지를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강렬하게 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왜냐..
2009.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