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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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 춤추는 매트릭스 (김태균 감독 Volcano High 2001)
(박재환 2002/10/7) 화산고>의 감독 김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흥미롭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남자는 괴로워>의 제작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닥터 K>와 억수탕>의 조감독을 거쳐 박봉곤 가출사건>, 키스할까요>를 감독했단다. 그리고 지난 연말 온갖 우려와 기대 속에 화산고>를 개봉시켰다. 다른 영화는 다 놔두고 박봉곤 가출사건>은 참 희한한 영화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지만 형식의 특이함, 주제의 찬란함 등 여러 면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신선한 한국영화였다. 그런 그가 화산고>에서 맘 먹고 돈을 펑펑 써가며 또 다른 '신선한' 한국영화 한 편을 건져내었다.남들은 '화산고'의 어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
2019.08.25 -
[신라의 달밤] 경주로 간 '친구' (김상진 감독 2001)
(박재환 2001/6/15)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중장년층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키는 고풍스런 교복과, 암울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에 편승하여 전국관객 800만이라는 빅 히트를 거두고 있다. 친구>는 분명 부산사투리라는 제한된 언어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정과 영화적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숨어 있었다. 이번에는 경주로 자리를 바꾼 또 한편의 영화가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킨다. 물론, 이번에는 하와이에 갈 필요도 없고, 장동건의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같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라스트 씬도 없다. 단지, '그냥' 웃기려고만 덤벼들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철저한 오락정신으로만 무장되어있다.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들었던 '좋은영화'라는 영화사의 김미희 대표..
2019.08.17 -
[리베라 메] 부산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가 (양윤호 감독, 2000년)
부산영화제가 열리면 언제나 인파로 가득 차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영화의 거리' 인근에 부산시청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 자리에는 '롯데월드'가 터를 닦기 시작했고, 대신 화려하고 큰 시청건물이 연산동에 들어섰다. 지난 봄, 부산시 신(新)청사에서 의 영화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박광수 감독과 많은 영화인들이 자리했다. 물론 안상영 부산시장도 참석하였고, 정치가 출신답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안 시장의 연설요지는 간단했다. "부산을 영화제의 도시에서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가 아파트(비록 철거직전의 건물) 한 채와 종합병원(빈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동안, 차량통제는 물론이고 소방차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
2013.01.03 -
[반칙왕] Shall we 레슬링? (김지운 감독 The Foul King, 2000)
(박재환 2000.1.29.) 영화가 웬만큼 웃겨야지. 배를 잡고 깔깔대더니 아예 허리를 부여잡고 뒹굴기 시작할 지경이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에는 도대체 참을 줄 모르는 평자는 이 영화를 보노라가 급살할 뻔했다. 굉장히 웃긴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마, 20년 전 이후 이런 이런 통쾌무비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인 듯. 그럼, 웃을 준비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극장 로비에서 송강호를 보았다. 여전히 스타답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전혀 멋없는 모습으로 관객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 아저씨.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에서는 PPL로 치장하는 바람에 무척이나 어설프게 보인 에이전트였었는데 관객들은 여전히 그에게서 불사파 두목의 '초라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 관객의 배신을 '때리는지 안 때리는..
200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