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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약유정] 이 영화가 그 영화가 아닌가벼.. (두기봉 척기의 감독, 沙灘仔與周師奶 Royal Scoundrel 1991)
(박재환 1999.9.9.) 먼저 영화제목부터 설명. 우리나라 비디오 출시제목인 ‘천약유정’(天若有情)과 관련된 영화는 많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의 ‘Scoundrel’은 ‘악당, 무뢰한’이라는 뜻이다. 홍콩 원제목은 사탄자와 주사내(沙灘仔與周師奶)>이다. 홍콩에서 큰 성공을 거둔 89년도 작품 천약유정(Moment of Romance)>은 은행강도 유덕화가 오천련을 인질로 붙잡으면서 둘은 사랑하게 되고 나중에 유덕화는 가스통에 얻어터지는 등 비참하게 죽는 비장미 철철 넘치는 영화였다. 그 영화의 감독은 진목승이었다. 두기봉은 그 영화의 監製(프로듀서)를 맡았었다.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될 때의 제목은 天長地久>로 바뀌어 개봉되었다. 그런데 실제 홍콩에는 오리지널 천장지구>라는 영화가 따로 있었다. 19..
2019.08.06 -
[비하인드 홀] 몰카범의 눈알을 뽑아랏! (신서영 감독 BEHIND THE HOLE 2019)
지난 달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제3회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7월 12일~14일)가 열렸다. 신상옥 감독은 1960년대에 안양에 (당시로서는 초대형 규모랄 수 있는) 영화스튜디오를 만들고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신상옥-최은희 커플의 영화혼을 이어받은 영화제가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이다. 상영작 중 ‘단편부문2’에 묶인 영화 ‘판문점 에어컨’, ‘BEHIND THE HOLE’ ,‘준이’ 등 세 편의 단편을 관람했다.‘BEHIND THE HOLE’은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남자를 응징하는 씩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회사 박 부장의 ‘취미’(범죄!)는 이렇다. 퇴근시간이 되면 야근하려는 직원들을 다 몰아낸다. “빨리빨리 퇴근들 해~“ 하고는 사무실 문단속하고는 혼자 PC를 켜서는 ‘야동 감상’을 ..
2019.08.05 -
[엑시트] 우연한 히어로 (이상근 감독, 2019)
“굼벵이에게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백수 신세인 용남(조정석)에게는 과연 어떤 재주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그 신기(神技)가 발휘될까. 지난주 개봉되어 전광석화같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의 관람 포인트이다. 영화 는 재난영화의 탈을 선 신기한 영화이다. ‘센트럴역’이 등장하고 ‘국제신도시’라는 타이틀을 단 가상의 도시에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 영화 전개상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특허권 문제로 밀려난 한 화학자가 화학공장(앤서화학) 본사 앞에 초대형 트럭을 갖다 대고 고압가스의 밸브를 열어젖힌다. 순식간에 도심은 하얀 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맹독성이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살아남기 위해 건물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
2019.08.05 -
[엘리게이터] 사이즈가 문제다 (루이스 티거 감독 Alligator 1980)
(박재환 1999.9.23.) 나 어릴 때 - 그러니까 한 해에 들어오는 영화 편수가 뻔할 때- 여름이면 항상 핏빛 영화가 극장에 내걸렸었다. 그런 호러물 중 제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형과 함께 본 일의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난 두 장면에서 놀랬었는데 그때 형은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엄청 많은 영화를 보고서야 호러영화의 규칙을 알게 된 나로서는, 당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형이 무척이나 용감해보였고 전지전능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왜냐하면 조용한 음악장면 다음엔 칼이 나타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의 금요일>같은 여름 작품은 해마다 한국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데드쉽>, 헬 나이트>, 버닝>..같이 호러영화 계보에서는 저만치 떨어진 B급 영화들이었지만, ..
2019.08.05 -
[빌리 엘리어트] 댄싱 히어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 Billy Elliot 2000)
(박재환 2001.2.15.) 빌리 엘리어트>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 넘어온 실업자, 혹은 비탈에 선 중산층의 이야기는 풀 몬티>나 브레스드 오프>, 혹은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의 서슬 퍼런 현실 앞에서, 혹시 ‘천재일지도 모를’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기에 꿈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1984년의 영국 던햄 지역은 탄광노동자의 생존권을 둘러싸고 지루한 파업을 펼치고 있었다. 탄광노동자는 임금삭감 혹은 노조와해의 위협 속에 강철같은 노동대오를 형성한다.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
2019.08.05 -
[특전 U보트] 폐쇄공간, 심연의 공포 (볼프강 페터젠 감독 Das Boot/ The Boat, 1981)
(박재환 1999) 다스 보트! 민병천 감독의 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워낙 오래 전 어릴 때 본 영화였지만, 그 감동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 같은 잠수함 나오는 영화나, 혹은 북한에서 잠수정 넘어왔다가 격침되었다는 뉴스 볼 때마다 불현듯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잠수함만큼 굉장하고 무서운 전쟁무기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속으로 몰래 다가와서는 어뢰를 발사하고는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공포의 전쟁무기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물론 요즘 미국이 갖고 있는 핵잠수함 이야기가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바닷 속에서 항상 말썽을 일으키던 그 덩치 큰 굼벵이를 이야기한다) 수중 음파탐지기로 바다 밑에서 “또오~ 또오” 하면 ..
2019.08.05 -
[아름다운 빈랑나무] 타이페이 러브 스토리 (임정성 감독 愛你愛我 Betelnut Beauty 2001)
(박재환 2001/4/30) '빈랑'(Betelnut)나무는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로 얼핏 보면 야자수 같아 보인다. 이 나무의 열매는 토토리보다 조금 큰 데 입안에 넣고 씹으면 자극적인, 때로는 역겨운 알싸한 맛이 온 입안에 가득 돈다. 문제는 한번 씹으면 입안이 온통 벌겋게 된다는 것이고, 주기적으로 그 붉은 침을 뱉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랑을 씹는 사람 주위는 마치 코피라도 한 반가지 흘린 것처럼 온통 핏빛이다. 사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열매가 환각성분의 중독성 식물이며 구강암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고 알려진 것. 대만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빈랑규제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빈랑은 담배만큼이나 인기있는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이 영화의 전주영화제 소개 제목은 아름다운 빈랑나무>..
2019.08.05 -
[청초한 감성] 금성무 임지영 임심여의 '학교패왕' (금오훈 감독 校園敢死隊 School Days 1995)
(박재환 2006.8.7.) 이 영화를 두고 ‘홍콩영화’라고 하는데 ‘대만영화’이다. 대만영화는 여러모로 보아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호금전 감독 같은 사람이 있어 대만영화의 존재를 만방에 알렸고, 임청하라는 불세출의 영화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만영화는 확실히 변방에 속한다. 비록 후효현이나 양덕창, 채명량 감독 같은 하늘을 찌를 듯한 명성을 가진 감독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대만당국의 잘못된 영화정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자기나라 영화를 보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만을 찾는다. 자국 영화의 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던 90년대에 만들어진 대만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대만고딩; 학교패왕, 혹은 캠퍼스돌격대 이 영화 제목부터 조금 복잡하다. 대만에서는 [교원감사..
2019.08.05 -
[쿵후선생] East Meets West... (이안 감독 推手 Pushing Hands 1992)
(박재환 2001.8.16.)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투 타이어드 투 다이>의 진원석 감독의 신작 이 드림스>가 채 20명도 되지 않는 관객이 든 가운데 상영되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업체의 흥망성쇄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타리였는데, 당시 어려웠던 모 인터넷업체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막 떠난 나로서는 감동이 남달랐을 수밖에. 이날 영화상영이 끝난 후 진원석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진 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으로서 이안 감독 이야기를 꺼내었다. "한국에서는 날 알아주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인디 계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국위선양하는 것 아니냐. 우리 동네에 이안 감독이 산다. 마주쳤을 때 인사하니 반가워하더라." 면서 이안 감독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저 사람 ..
2019.08.05 -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대만사람, 대만영화 (양덕창 감독 一一 A One and a Two 2000)
(박재환 2000.10.30.) 대만 양덕창 감독의 신작 하나 그리고 둘>이 지난 5월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후 대만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국 영화진흥정책에 따라 대만의 신문국(新聞局: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에 해당)은 특별장려금으로 200만 NT$ (7천 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규정은 "국산영화 종사자가 국제영화제에 참여하여 뛰어난 성적을 올렸을 경우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반은 감독에게, 나머지 반은 해당 영화제작자에게. 그런데, 양덕창의 '위엔즈(原子)공작실'이 상금신청서를 낼 때, 이 영화가 과연 '대만영화'인가라는 의문에 직면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그리고 그게 대만영화감독의 전부인- 후샤오시엔(候孝賢)이나 양덕창은 현재, 대만 영화계에선 극히 대접을 못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
201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