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35)
-
[오케이 마담] 하와이 상공, 무명의 헌신 (이철하 감독,2020)
박정희 시절의 중앙정보부, 전두환 정권의 안전기획부(안기부), 그리고 국가정보원(국정원)까지. 이 명칭도 곧 바뀔 듯하다.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이런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제임스 본드, 이단 헌트, 제이슨 본 같은 멋진 요원을 떠올리거나 민주인사를 잡아서 고문하고, 간첩조작사건도 뚝딱 만들어내는 사악한 집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인지 이제 ‘국정원요원’이 등장하는 영화가 심심찮게 충무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2일 개봉된 영화 에도 국정원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는 ‘김현희’부터 ‘흑금성’, 그리고 북한과의 공작전이 마구 펼쳐진다. 영화는 2009년 마카오에서 벌어진 북측 공작조의 ‘끝내지 못한’ 미션을 보여준다. 임무수행 중 철승(이상윤)은 ‘철목련’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2020.08.14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두 남자와 한 소녀, 그리고 박정민 (홍원찬 감독,2020)
3년 전 로 감독 데뷔를 한 홍원찬의 두 번째 영화 가 개봉된다. 영화 는 서울의 한 식품회사 본사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이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배성우와 인턴직원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있는 고아성이 정글과 다름없는 직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호러인 듯, 사회물인 듯 나름 긴장감을 갖고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홍원찬 감독은 , , , 등의 작품의 각색 작업에 참가하며 스릴러의 감각을 키워왔다. 그런 홍 감독이 의 황정민과 이정재를 캐스팅하여 제대로 각 잡고 만든 영화가 이다. ‘히트맨’ 인남(황정민)은 방금 일본에서 한 암흑가 거물을 암살한다. 그는 오래 전 특수기관의 암살전문요원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있는 직장(혹은 부서)이 해체되고 그..
2020.08.06 -
[강철비2: 정상회담] 잠수함은 춤춘다 (양우석 감독, Steel Rain2: Summit, 2020)
양우석 감독이 4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의 속편 을 내놓았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정세와 트럼프라는 예측불가의 미국대통령이 엄존하는 2020년 여름에 등장한 가장 정치적인 드라마이다. 스스로 ‘밀덕’임을 자처하는 양우석 감독이 웹툰을 통해 선보인 한반도전쟁 가상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영화로 구현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 대통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북한 땅에서 북미 평화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핵에 올인 했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유지를 보장받으려한다. 힘들게 마련한 핵무기를 미국과의 평화협정이라는 미명하에 전격적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좋은 그림 아닌가? 그런데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
2020.08.04 -
[귀타귀] 29살 날렵한 홍금보, 강시와 싸우다
여름이면 각광받던 그 시절 호러영화의 대표적 캐릭터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드라큘라’, ‘소복 입은 여자’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와 한국에서도 좀비가 각광받고 있다. 이들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지배할 때 홍콩에서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강시’(僵尸)라는 것이다. ‘강시’는 ‘엎어져서 뻣뻣하게 굳은 시체’라는 뜻이다. 이미 죽어서 땅에 쓰러져 사후강직이 일어난 사람이 어떤 사유로 벌떡 일어나 콩콩 뛰며 산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기겁할 일이다. 강시가 등장하는 영화로 1980년 홍콩에서 개봉된 홍금보 주연의 귀타귀>를 많이 언급한다. 이듬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이 영화가 최근 OTT서비스 왓챠에 올라와 있기에 소개한다. 복장이나 주택구조로 보아 청말..
2020.08.04 -
[에베레스트] 중국의 등산굴기 (이인항 감독 攀登者 The Climbers 2019)
작년(2019년)은 중국이 건국된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마침내 대륙을 석권한 것이다. 수천 년 봉건체제에 신음하던 인민을 해방하고 대국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에서 작년 그들의 국경일을 기념하여 대작영화 3편이 한꺼번에 개봉되었다. (中國机长),(我和我的祖国 ), 그리고 (攀登者)이다.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중국어로는 珠穆朗玛峰)를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영화는 1960년과 1975년에 있었던 중국 산악등반대의 에베레스트산 도전을 담고 있다. 에베레스트산은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 등정에 성공한 뒤 크라이머들의 도전의 무대였다. 네팔의 남쪽 경사면을 통한 등정이 아니라 중국(티벳)의 북쪽능..
2020.07.22 -
[인천스텔라] 로켓트는 발사됐다 (백승기 감독, Super Nova, 2020) BIFAN2020리뷰
한국영화계에서 백승기 감독은 봉준호 감독만큼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엘리트 코스의 계관시인이라면, 백승기 감독은 저잣거리의 떠돌이 약장수이다. 대부분의 충무로감독들이 단편영화로 자신의 영화미학을 세워나갈 때 백승기 감독은 'UCC'와 '짤'이 대표하는 키치스타일로 자신의 영화미학이란 것을 알렸다. 백승기 감독은 숫호구>(12), 시발,놈:인류의 시작>(16), 오늘도 평화로운>(19)에 이어 네 번째 영화를 완성시켰다. 인천스텔라>. 딱 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본뜬 영화일 것이다. 그의 엄청난 전작들의 스펙으로 예상하건대 이 영화는 이름만 거창한 패러디에, 애처로운 코미디, 바닥난 창의력의 C급 영화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과연 그런가. 최근 개막된 24회 부천국..
2020.07.13 -
[반도] 부산행 4년 뒤, 이 땅은 지옥이 되었다 (연상호 감독,2020)
영화감독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들이 상상하는 것을 구체화시키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시켜준다. 그림을 그리던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상상력을 화폭에, 모니터에, 그리고 스크린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옮겨놓는다. 에서 좀비가 휩쓸고 간 한반도의 지옥 같은 풍경을 말이다. 는 2016년 1156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의 연상호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애니메이션 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KTX를 통해 부산으로 돌진하며 한반도 곳곳을 전염시킨다. 감염자는 제 가족도 못 알아보고 열심히 깨물고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백신을 연구할 틈도, 상황을 파악할 컨트롤타워도 부재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 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는 ‘부산행’의 후속작품이다. 영화 초반부는..
2020.07.13 -
[살인연극] 로우예 감독의 치정살인극 (feat.중국의 부정부패) (로우예 감독 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 2019)
일단은 나눠서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사(史)를 감독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장예모, 진개가는 ‘5세대감독’으로, 지아장커나 로우예는 ‘6세대감독’으로 그루핑한다. 그 이후는 모호해졌다. 중국영화산업이 숫자 하나로 구분짓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 ‘6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로우예(婁燁) 감독의 신작 살인연극>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한국관객을 만난다.살인연극>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원제는 風中有朶雨做的雲>(간체: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이다. ‘바람에는 비를 품은 구름이 있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그 로맨틱하고 문학적인 제목이 ‘살인연극’으로 바뀌면서 중국적, 로우예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미스터리한 살인이야기..
2020.07.13 -
[부력] 캄보디아 소년노예 차크라를 아시나요 (로드 라스젠 감독, Buoyancy 2019)
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은 ‘국제영화상 부문’(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도 함께 받았다. 작년까지는 ‘외국어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m)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었다. 이 트로피를 차지한 ‘국제영화상’은 다른 부문과는 달리 미국(LA)내 극장에서 꼭 상영될 필요는 없다.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가 각국 영화단체나 기관에 추천을 위임하였고, 각 나라는 그해 자기 나라의 대표작을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보낸다. 올해의 경우 한국의 을 비롯하여 폴란드, 북마케도니아, 프랑스, 스페인 작품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다섯 편의 최종후보에는 빠졌지만, 오스트레일리아가 국가대표로 보낸 작품은 (Buoyancy)이란 작품이다..
2020.07.02 -
[결백] 법의 신, 디케는 왜 눈을 가리고 있는가 (박상현 감독,2020)
법정드라마의 진정한 재미는 의외성에 있다.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치는 와중에 뜻밖의 증인이 등장하여 결정적 증언을 내놓거나, 무례하고 거만한 악당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로 상황이 일거에 뒤집히는 그런 짜릿함 말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한국영화 결백>(감독 박상현)도 그런 짜릿한 법정공방을 기본으로 깔고,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작품이다.서울 로펌 소속의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결과가 뻔해 보이는 사건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는다. 재벌과 관련된 다소 역겨운 사건이었지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건이니까. 그런 정인이 TV뉴스에서 전하는 끔찍한 사건소식을 접하고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바로 자신의 고향마을, 떠나온 고향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집은 엉망이..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