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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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별에 임하는 현빈과 임수정의 자세..
지난 주말 막을 내린 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올랐던 영화가 바로 이윤기 감독(소설가 이윤기와 동명이인이다)의 이다. 베를린영화제처럼 경쟁부문을 도입하고 있는 국제영화제들은 월드컵 축구와는 방식이 다르다. 열정적 팬들에 의한 추천작 상영이나 인기작 상영이 아니다. 그냥 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한 해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작품을 추리고 추려 경쟁부문에 올려놓는 것이다. 특정 영화제가 수준이 높다거나 그 해 ‘수상작’에 대해 공감을 얻으려면 해당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거의 목숨 걸고 괜찮은 작품들을 ‘다른 영화제보다 먼저’ 수급해 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상결과는 보통 독단적이다! 문제는 그들이 완성작을 다 보고 고르는 것이 아..
2011.02.24 -
[엽문] 견자단의 엽문, 중국인의 엽문
때로는 스포츠스타가 민족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장훈도 그랬고, 최배달도 그러했으며, 오늘날 박지성도 그렇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크다.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국가적’ 힘은 없지만 한 개인의 ‘물리적’ 힘으로 침략군을 두들겨 팰 때는 민족적 카타르시스가 유별나게 넘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최배달만큼 중국도 일제 침략시기에 민족적 자존심을 불러일으켰던 무인이 있었다. 바로 엽문(葉問)이란 사람이다. (중국 성씨 ‘葉’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 새로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사람의 성씨일 경우는 [엽]이 아니라 [섭]으로 배웠다. 옥편에도 그렇게 나오고 말이다. 그런데 중국어에서는 [성씨]라고 ‘葉’자를 특별히 달리 읽지는 않는다. 게다가 몰랐던 사실인데 우리나라에도 수백 명의 ..
2011.02.11 -
[생텀] 제임스 카메론의 지구 속 3D탐험대
키아누 리브스가 멋지게 나왔던 1999년 작품 이후 한동안 ‘매트릭스 제작자 조엘 실버가 제공하는....’이라는 문구가 영화의 홍보 포인트가 된 적이 있다. 영화제작자란 게 도장만 찍으면 되는 것인지 몰라도 이 조엘 실버란 사람 이름을 단 영화가 꽤 쏟아졌다. 작년 전 세계를 3D열풍으로 몰아넣은 대작 의 영향은 어떨까. 확실히 극장가에 3D라는 후폭풍을 몰고 왔고 당연히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값은 덩달아 뛰어올랐다. 이라는 영화가 곧 개봉되는데 포스트 상단을 뒤덮는 카피는 이렇다. 제임스 카메론 초특급 극비 프로젝트뭔가 굉장한 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름과 영화이다. 설 연휴 전날 시사회가 열렸다. 어찌 잔뜩 기대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거의 없고, 제임스 카메론의 ‘극비’..
2011.02.08 -
[127시간] 저 푸른 하늘을 ‘살아서’ 다시 보고 싶어서...
현대인(도시인/직장인)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그래서인지 범죄의 양상도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에서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은 펀드매니저였다. 하루에 수억 달러를 손아귀에서 굴려도 심적 부담감은 엄청나다.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은 ‘재미로 하는’ 살인이었다. 결국 극약처방은 아웃도어 스포츠의 유행이다. 굳이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주말이면 들과 산으로 야성을 찾아 떠난다. 여기 또 다른 현대인이 있다. 그의 직업은 엔지니어이다. 그는 주말이면 짐 싸들고 가방 챙겨 훌쩍 산으로 떠난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동행도 없이. 익숙하게 물병에 물을 넣고 등산장비를 챙겨서 산악자전거를 싣고 SUV를 타고 유타 주의 끝없이 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향한다. 그는 묵묵히 달리고, 뛰고, 걷고, 암..
2011.01.27 -
[글러브] 소리 없는 아우성
의 강우석 감독은 의 강제규 감독과 함께 영화연출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판을 키운 명기획자, 명제작자이다. 그는 요즘과는 한국영화의 규모나 저널의 접근법이 달랐던 충무로 시절에 연출부로 입문하며 한국영화 감독의 길을 걸어왔다. , 같은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 훨씬 이전에 그는 나 같은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가 이런저런 영화를 만들더니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뜻밖에도 라는 스포츠 영화이다. 운동경기를 통해 팀원들 간의 협동정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는 구조이다. 강우석 감독의 이러한 필모그래피를 보노라면 대만의 이안 감독이 생각날 정도이다. 다양한 영화 장르에 대한 연출욕심 말이다. 그는 뛰어난 현장 장악력과 시장 개척력을 가진 한국영화계의 큰 보배임에는 틀림없다. 뜬금없이 나온 ..
2011.01.11 -
한국경찰특공대, 구글 에릭 슈미츠를 체포할 수 있을까
10년도 더 전에 내겐 꽤나 흥미로운 기사(컬럼) 하나를 읽었었다. (아무리 그 기사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10여 년 전.. 인터넷이란 게 활성화되면 이젠 국경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재판관할권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는 내용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분야의 국제법에 관심 많았기에 여태 기억한다. 당시 기사내용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법체제가 정비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시도로 가능하리라고 내다본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만약 엄청난 불법 사이트가 있다고 하자. 불법도박이든, 포르노사이트이든. 그런데 그 사이트(서버, 운영주체)가 ‘한국’이라고 하자. 미국에서는 엄청 큰 문제가 생기고 한국에서는 그런 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없을 경우 어찌할 것이냐... 라는 것이다..
2011.01.06 -
[몰락/다운폴]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 The Downfall 2004)
(박재환 2010-12-30) 올해 초였던가? 인터넷에 재밌는 동영상이 나돌았다. 웬 독일어 영화인데 벙커에서 히틀러가 부하들과 함께 심각하게 작전회의를 하는 영상에 자막은 엉뚱하게 한국 MB정권의 4대강을 심하게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히스테리 컬한 히틀러의 얼굴표정과 함께 기막힌 한글 자막은 순식간에 인기 동영상이 되었다. 보면서 참 감탄했었다. 이런 패러디는 20여 년 전 ‘장진’ 감독이 한 TV코미디 프로에서 를 자연재난영화라며 천연덕스럽게 패러디한 것을 본 이래 최고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유튜브 찾아보니 그 히틀러 동영상에 자막 넣어 패러디 쇼를 하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작품’이 있었다.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다. “뭐라고? 해리 포터가 우리 동네에선 상영을 ..
2010.12.30 -
[라스트 갓파더] 영구 없~다
개그맨 출신 심형래의 신작 가 어제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어제 이 영화 시사회와 같은 시간에 한류스타 배용준과 박진영이 제작에 참여한 KBS드라마 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연예부 기자들은 대거 그쪽 행사장으로 취재간 모양이다. 그 덕분에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 중 ‘연예기자’들은 대거 빠지고 진짜 ‘영화담당’기자들이 시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그러니 의외로 이 영화의 시사회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도전을 20년 이상 불태우는 심형래는 이번 영화에서도 각본, 감독, 주연을 고집했다. 그의 전작들에 쏟아진 애국적 찬사는 주로 꿈과 희망 등에 대한 非영화적 요소와 CG라는 기술적 도전에 집중했다. 이런 찬사 뒤에는 항상 각본의 완성도나 역할분담..
2010.12.28 -
[카페 느와르] 시네필 정성일, 소원성취하다
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막 자리를 잡아갈 무렵, 얼터너티브 (대안영화)를 내걸고 출범한 영화제가 하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이다. 1회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당시 영화잡지 >의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가 참여했다. ‘종이’ 영화저널이 점차 종말을 고해가던 시절에 >라는 잡지는 특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이런 영화만 본다’라는 자긍심과 자만심으로 가득했고, 정 편집장의 현학적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영향을 끼쳤던, 정말이지 ‘안’ 팔리던 잡지였다. 1회 전주영화제를 통해 정성일 편집장은 솔직히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만을 주로 선정한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라는 작품이다. 상영시간이 무려 438분(7시간 28분)에 달하는 끔찍한 영화였다. 영..
2010.12.16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연평도포격으로 본 ‘페일 세이프’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4년 작품 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최고의 전쟁영화이며, 최고의 블랙코미디이다. 내용은 미국 전략공군사령부의 한 미치광이 장군이 어느 날 갑자기 출격 중인 B-52 전폭기에 뜻밖의 명령을 내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련이 미국을 먼저 침략했으니 이미 훈련한대로, 기입력된 소련의 군사기지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B-52 조종사는 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에, 그 어떠한 명령이나 수정지시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온갖 난관을 뚫고 오직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소련의 심장부에 핵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백악관과 펜타곤은 난리가 난다. B-52를 되돌리기 위해 별 짓을 다하지만.... 소련 서기장과 핫라인으로 “우리 공군대장이 미쳤고, 미친 명령을 내렸고, 날아가는 전폭기에는 ..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