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헤이워드의 길다] '길다'라는 이름의 여자 (찰스 비더 감독 Gilda 1946)

2008. 2. 24. 07:4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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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1999.4.11.) 이 영화을 보는 동안 줄곧 마릴린 몬로와 <카사블랑카>가 떠올랐다. <리타 헤이워스의 길다>라고 친절한 제목을 붙였다. 만약 원제 그대로 <길다>라고만 붙였다면, 이건 영락없는 독일 이민자들의 불법카지노 딜러의 노조 이야기라도 다룬 것으로 받아 들였을 테니 말이다. 리타 헤이워스는 왕년의 핀업 스타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스가 그의 감옥 한쪽 벽에 붙여놓았던 브로마이드 속 주인공이다. 이 여자가 단지 글래머로, 뇌쇄적인 몸동작으로, 은근한 키스씬으로 영화팬을 유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데가 있었다. 그것은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오늘날 마돈나에 비겨 하나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옛날 영화이니 가사 또한 얼마나 로만틱하겠는가..

그런데, <카사블랑카>가 왜 떠올랐느냐하면,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이 영화를 검색하다보니 어떤 사람이 THE SIMILARITIES BETWEEN “GILDA” AND “CASABLANCA”라는 글을 올려놓은 게 있었다. 이 영화들의 제작사인 콜롬비아가 <카사블랑카>의 상업적 성공을 복제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사람이 찾아낸 공통점은 꽤 많다.

  •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외국이 배경이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길다는 아르헨티나이다.
  • 두 영화 모두 그 나라에선 불법인 도박장 카지노를 주요무대로 설정했다. 두 영화에서 카지노는 고급 사교장의 역할을 한다.
  • 남자 둘, 여자 하나의 삼각관계이고, 그 여자는 그 남자 중의 하나와 결혼했다.
  • 여자가 두 번 째 남자와 결혼할 때(혹은 사귈 때) 첫 번 째 남자는 이미 죽은 줄 안다.
  • 경찰 고위인사가 카지노를 근거로 어슬렁거리고, 결정적인 친절을 베푼다.
  • 두 영화에서 모두 여주인공이 영화시작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 과거의 연인들이 사랑을 했던 곳은 영화 배경과는 너무나 먼 곳이다. 카사블랑카에선 파리, 길다에선 뉴욕에서..
  • 두 영화에서 다 여자문제를 부차적으로 다루는 대사가 나온다. <카사블랑카>에서 르노 형사가 그런다."How extravagant throwing away women like that. Someday they may be scarce." 길다에선 남자주인공 조니가 그런다. "Statistics show that there are more women in the world than anything else--except insects."(통계학에서 보자면 여자란 것은 이 세상에 그 어느 것들보다 지천으로 늘려있지. 벌레만 제외하면 말이야...)
  •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문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카사블랑카에선 비자가, 길다에선 텅스텐 카르텔 문서가 말이다. (출처 Gilda.html)

이런 식으로 분석해놓으면 이 영화는 영락없이 <카사블랑카>의 아류작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지만, 이 영화는 <카사블랑카>와 맞먹는 영화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에서 보자면 이 영화가 더 뛰어나다.

영화는 어느 날 부에노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사기주사위도박을 하던 남자주인공 조니 파렐(글렌 포드)이 어떤 남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 남자는 이 일대의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는 먼슨(죠지 매크레디)이다. 그는 배짱과 재수로 이 남자의 심복이 된다. 처음엔 도박장 관리를, 그리곤 그 사람의 경호실장이 되고, 그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먼슨이 여행 중에 여자 하나를 데려와서는 결혼했다며 소개시켜준다. 그 여자가 바로 길다(리타 헤이웨스)였다. 조니와 길다는 처음 마주치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내비친다. 둘은 이전에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헤어졌던 것이다. 조니는 그러한 감정을 제어할 줄 하는 현명함을 가졌고 변함없이 먼슨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한다. 하지만 길다는 계속하여 조니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하고, 먼슨은 이상하리만치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도 지켜만 본다. 마치 성불구자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조니는 먼슨이 누구보다도 길다를 사랑하고 있음을 안다. 길다는 때로는 조니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듯 하다간 어느 순간 돌변하여 소리친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요? 나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당신을 꼭 파멸시키고 말거에요..How much do I hate you? I would bring myself down in order to destroy you!"라고도 한다.

먼슨은 미스터리로 가득한 인물로 묘사된다. 도박장엔 정부관리가 와서 꼬박꼬박 뇌물성 당첨금을 긁어가고 있고, 독일인이 어슬렁거리며, 오브레언이라는 사람-카사블랑카의 르노에 해당하는 경찰이다-이 모든 것을 지켜본다. 먼슨은 텅스텐 광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전 세계 전구생산에 필요한 필라멘트 재료인 텅스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카르텔을 형성하여 그가 좌지우지 하고 있고, 독일계 합작선이 그 카르텔을 깨려고 위협과 협박을 하고 있다. 길다와 조니의 관계를 눈치 챘지만, 먼슨은 그 독일인을 죽이고, 이 도박장의 음모를 알고 진을 치고 있는 경찰을 피해 또 다른 어떤 음모를 꾸민다. 비행기를 타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달아나다가 비행기 사고로 바다에 떨어져 죽는 것이다. 길다와 조니는 그동안 참았던 사랑을 확인이라도 하듯 결혼한다. 하지만, 조니는 이미 변했다. 그는 먼슨의 후계자가 되어 여전히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텅스텐 카르텔을 좌지우지한다. 길다는 그런 괴물로 변한 조니를 떠나가려하지만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급박하게 돌아간다. 조니는 카르텔의 모든 것을 오브레언에게 알려주었고, 길다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뒤 둘은 서로의 사랑을 되찾는다. 이때 나타난 먼슨. 먼슨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비행기 사고를 위장했던 것이었다. 먼슨은 조니와 길다를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먼슨이 오히려 당하고 만다. 오브레언 경감은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도 "먼슨은 오래 전에 죽었어"하고는 눈감아 준다. 조니와 길다는 이제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 이곳을 떠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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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타 헤이워스는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남아있는 한 시절의 스타인데 남자 글렌 포드는 누구인가. 이 남자도 4-50년대 스크린을 풍미하던 스타였다. 둘은 모두 다섯 편의 영화에서 공연했다고 한다. Lady in Question(40), Gilda(46), Loves of Carmen(48), Affair in Trinidad(52), Money Trap(66) 이 영화에서 글렌이 리타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대역을 썼단다. 그런데, 리타가 글렌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실제로 찍었단다. 그러다가 글렌의 이를 둘씩이나 부러 놓았단다. 여하튼 이 영화는 당시 최고의 영화 속 커플로 유명했던 둘이 공연했던 영화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선보인 많은 노래들은 리타가 직접 불렸단다. 특히 "Put the Blame on Mame"은 기타까지 직접 연주했단다. 꽤 귀여운 노래였다. Rita Hayworth1918년생이고, 1987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었다. Glenn Ford1916년생이니 현재 84세이다. 그의 본명은 Gwyllyn Samuel Newton Ford란다. 귀네스의 남성명사인 모양이다.^^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옛 연인의 탈출극이라면, 이 영화는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이 도시 이름이 몇 번 나올 뿐이며 실제로는 그곳이 아니란 것은 쉽게 알 수 있다)라는 역시 이국적인 카지노에서 옛 연인이 나타나서 다시 사랑을 되찾게 되는 여정을 다룬 것이다. 영화는 꽤 흥미진진하게 잘 짜여있다. 특히 리타 헤이워스가 노래 부르는 장면은 다 멋있다. 어떤 것은 꽤 촌스럽지만 말이다. (인디아나 존스에서 상하이 술집 노래장면같이...) 리타 헤이워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40년대 필름 느와르의 몇 가지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박재환 1999/4/11)

 

Gilda - Wikipedia

Gilda is a 1946 American film noir directed by Charles Vidor and starring Rita Hayworth in her signature role as the ultimate femme fatale and Glenn Ford as a young thug. The film is known for cinematographer Rudolph Maté's lush photography, costume design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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