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가 뉴욕의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하던 이미지가 영원히 남을 911테러는 2001년 9월 11일 아침에 일어났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즉각 전쟁에 돌입한다. 아프가니스탄이 타깃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와 알카에다 해체를 요구했고, 결국 탈레반 정권의 축출을 목표로 긴 전쟁이 시작된다.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 파키스탄 접경지역, 험악한 돌산 속에 숨어들었고, 그를 찾기 위한 미군의 작전이 10년을 이어온다. 미군은 끝도 없이 돌산을 오르고, 원주민과 접촉하고 설득하며 테러의 수괴를 잡으러 혈안이 된다. 물론, 그 곳 사람들은 미군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바로 그 즈음, 아프가니스탄의 서부 능선, 누리스탄 지역의 캄데시 촌락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벌어진 곳은 미군이 전초기지(키팅 아웃포스트)를 마련한 곳이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한 전초기지는 끊임없이 탈레반 잔당의 습격을 받았고, 몇 차례 치명적 공격의 결과 기지 폐쇄를 결정한 상태였다. 2009년 10월 3일 새벽 3시 무렵, 300여 명의 탈레반이 어둠을 틈타 공격해 들어온다. 키팅 기지의 미군들을 죽어라 방어에 나선다. 엄청난 화력과 하늘을 넘어 우주를 뒤덮은 전투정보능력을 가진 미군이 깡촌 산골짜기에서 구닥다리 무기에 의존한 탈레반과 사투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그날 캄데시에서 벌어진 전투는 뛰어난 저널리스트인 제이크 태퍼에 의해 <아웃포스터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용기>(원제:The Outpost: An Untold Story of American Valor)라는 논픽션으로 발표된다. 이 책을 기반으로 로드 루리 감독이 올란도 블룸, 스코트 이스트우드 등을 캐스팅하여 영화로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극장 개봉없이 VOD시장으로 직행했다.
영화는 키팅COP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준다. 가파른 산악지역, 화강암 바위의 이곳에 미군 전초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그곳에 기지를 왜 세웠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탁 트인, 빤히 내려다보이는 기지였다. 그래서 탈레반은 심심찮게 위에서 박격포를 쏘고, 조준사격을 한다. 미군은 그런 습격을 받을 때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쫓아낼 뿐이다. 병사들 입장에서는 기지가 마음에 들 리가 없다. 그리고 지휘관의 대처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하지만 미군이 그곳에 주둔한 이유는 못 미더운 아프간 정부와 함께 평화정착을 위해 갖은 수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레반 잔당이 뒤섞인 이곳 사람들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 말이다.
실제 그날 전투에서 미군은 8명이 죽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는다. 지리적 악조건 속에서 전멸 당하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전투 과정에서 이른바 ‘천조국’ 미군의 전쟁방식을 엿볼 수 있다. 기지가 습격당하자 공군 지원을 요청한다. 곧이어 각종 무장 항공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무장 헬기, 전투기들이 하늘을 오가며 하루 종일 기지를 둘러싼 산들을 맹폭한다. 하지만 기지에 난입한 탈레반과의 싸움은 기지 내에 살아남은 미군의 몫. 정말 용감하게 싸운다. 이날 용감하게 싸운 병사들은 훈장을 받았다. 명예훈장을 받은 클린트 로메샤 하사의 경우 할아버지는 노르망디에서, 아버지는 베트남전에서 싸운 군인이었단다.
이날 전투를 마지막으로 캄데시의 키팅 전초기지 미군은 서둘러 철수한다. 다 가져가지 못한 화약고의 탄약과 수습하지 못한 무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미군은 B1폭격기를 동원 지도에서 깡그리 지워버린다.
미군은 전투가 끝난 뒤 키팅 전초기지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실제 전투에서 지원병력은 저녁이나 되어서야 도착했고, 공중지원사격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기습할 것이라는 보고가 계속 있었지만 정보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태였고, 정말 습격을 받자 그나마 있던 작전가용 전력도 다른 지역에 투입되면서 ‘키팅 전초기지’는 고스란히 탈레반의 타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부적절한 지휘체계의 책임을 물어 네 명의 육군 장교를 징계했다고 한다. 어쨌든 캄데시 전투 2년 뒤, 2011년 5월 1일, 미국 해군(네이비 실)의 데브그루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며 아프간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다.
실제 전투를 영화로 옮긴 로드 루리 감독은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군인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꽤 건조하며, 직선적이며, 투박하며, 실감난다. 어설픈 감정의 이입 없이 전투와 전우애에 집중한다. 로드 루리 감독이 미국 육사 나온 것도 신기한데 그의 아버지가 세계적인 시사만화가(카투니스트) 래넌 루리란다. 아마 루리의 캐리커처를 보면 “아하~” 할 것 같다. 2020년 9월 23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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