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 넷플릭스 뮤지컬, 화려한 설교

2020. 12. 2. 18:1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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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해도 ‘넷플릭스’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모르긴 해도 디즈니플러스가 합류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세상은 훨씬 더 넷플릭스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카데미도, 한국영화계도, 한국 TV드라마상황도. 여기에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더 프롬>이다. 물론 극장 개봉은 애당초 염두에 두지도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원작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란 것이다. ‘프롬’은 ‘from'이 아니고, ’prom'이다.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고등학교 졸업파티, 무도회를 말한다. 반(半) 성인이 된 그들은 이제 정장을 입고, 드레스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축복을 받으며 근사한 세레모니를 거치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겐 좀 별스런 풍경이긴 하다.

‘프롬’은 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열리는 공식적인 행사이다 보니 학교나 학부모, 지역사회가 신경을 많이 쓴다. 자유주의에 앞서 미국식 사회규범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니 말이다. 영화 <더 프롬>에서는 인디애너 주의 한 고등학교 ‘프롬’을 앞두고 사친회(PTA)가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프롬행사는 취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 여학생 때문. 일찌감치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에마(조 앨런 펄먼)가 프롬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정정당당히 밝히겠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국식’, 혹은 ‘인디애너식’, 아니면 ‘보수적’ 관점에서 논란이 야기된 것이다. 그렇다고, ‘에마’의 참석을 불허하면 또 다른 ‘민권’ 논쟁이 일어난다고 판단해서 그냥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은 브로드웨이의 한물간 뮤지컬 스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오지랖을 떨기 시작한다. 개인의 인권과 행복을 위해 ‘에마’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며 나선다. 이제 인디애너의 한 촌동네 작은 고등학교에 브로드웨이 스타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물론, 결론은 정해졌을 것이다. 소동극 끝에 에마는 행복한 ‘프롬’을 누리게 되고, 지역사회는 한층 더 포용과 이해, 사랑의 정신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어찌 안 그러리오.

원작으로 쓰인 동명의 뮤지컬 <더 프롬>은 매튜 스클라가 곡을, 클래드 비글린이 가사를, 그리고 밥 마틴과 비글린이 극본을 맡아 2016년 초연을 거쳐 2018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아직까진)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앞으론) 성공의 가능성을 한 가득한 작품이다. 시대상도 적절히 반영하고 있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음악이 굉장히 브로드웨이 히트스타일이다. 브로드웨이 재공연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TV계의 거물 라이언 머피가 뮤지컬 작품의 영화화에 나섰다.

라이언 머피는 ‘닙턱’, ‘글리’, ‘아메리칸 호러스토리’, ‘스크림 퀸즈’, ‘포즈’ ‘9-1-1 등 수많은 인기 미드를 제작한 인물이다. 이 거물 제작자는 넷플릭스와 5년동안 3억 달러어치 작품을 만들기로 계약을 맺고 첫 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더프롬>이다. 라이언 머피가 감독까지 맡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는 메릴 스트립과 제임스 코든이다. 둘은 극중에서 엘레노어 루즈벨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새 뮤지컬 <엘레노어!>에 출연했다가 뉴욕타임스 등 주요매체 공연담당 기자들로부터 ‘작품은 형편없고 배우들은 자기애에 넘친다’는 혹평세례를 받는다. 너무 충격을 받은 이들은 자기도피 겸, 자기홍보를 위해 ‘누군가를 도와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하고 인디애나로 향한 것이다. 그 대열에는 20년 동안 뮤지컬 <시카고>에서 코러스걸만 맡아 밥 포시에게 불만이 많은 니콜 키드먼과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지만 사람들은 오래 전 출연한 시트콤 배우로만 생각해서 억울한 앤드류 랜넬스가 동참한다.

분명 <더프롬>은 <맘마미아>의 메릴 스트립과 <숲속에서>와 <캣츠>의 제임스 코든, <뮬랑 루즈>의 니콜 키드먼의 노래실력과 뮤지컬 재능을 살펴볼 수 있는 기쁨이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라이언 머피가 작심하고 ‘열일곱 레즈비언’의 대단한 커밍아웃을 드라마로 녹인 <더 프롬>은 그 위대한 주제보다는 ‘뮤지컬 자체로서의 재미’가 훨씬 뛰어난 작품이다. 12월 11일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오늘(2일)부터 극장에서 한정 개봉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화려하고 멋지고, 끝내주는 노래와 춤의 향연을 ‘조그만 채널’로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설교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뮤지컬은 귀와 눈으로 만끽할 수 있다. 131분/12세관람가 ⓒ박재환 20201202

[사진= 영화 ‘더프롬’ 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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