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아름다운 여인의 아름다운 방황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 Romance, 1999)

2019. 8. 15. 07:49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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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0/5/29) 성인용 드라마가 제대로 평가받기란 쉽지 않다. 진지한 삶의 모색, 진정한 사랑의 의미, 철학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히 그린 이야기는 더더구나 관객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요즘같이 한해 수백 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리는 형편에는 그런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었다는 사실자체도 알기 어렵다. 최근 들어 국내에 소개되는 프랑스 영화는 몇 가지 명확한 경향을 띈다. 프랑스 자국 내에서 영화산업 보호측면에서 제작되는 대작 영화 아니면, 여전히 프랑스의 전통적 내러티브를 강조한 작가영화라는 것이다. 이처럼 할리우드에 맞서는 프랑스적인 전통은 해마다 괴상한 스펙터클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면 그러한 영화는 부분적인 성공에 만족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측면인 작가영화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고, 사람과 철학의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다.

프랑스의 영화산업은 TV와 연계되어있고, 프랑스영화의 문화적 성격은 정치외교적 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영화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국가로부터 엄청난 금전적, 정책적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해외배급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입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새로 만들어진 많은 프랑스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기간동안 국내 영화팬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로망스>의 경우도 프랑스국립영화센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국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프랑스문화원에서는 감독을 직접 한국에 불려 그들의 영화세상의 폭넓고 깊음을 과시할 것이고 말이다. 이번에 깐느 갈 때 강제규나 태흥영화사나 영화사 차원에서만 깐느에서 열심히 활동한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접근방식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거짓말>이 처음 국내 일반관객에게 소개되었던 부산국제영화제 버전은 김태연과 이상현의 각종 가학적 성행위 장면 때문에 많은 관객이 기겁을 했었다. 그리고, <감각의 제국>이 개봉할 즈음하여 퍼져나간 오리지널 판본에서는 성기의 잦은 노출과 섹스 장면으로 (그런 장면에 ‘공식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을 역시 놀라게 하였다. <거짓말>과 <감각의 제국>이 한국 극장가에 내걸리기까지, 그리고 상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가십성 기사는 한국영화팬의 몇 가지 경향을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적어도 많은 한국 영화관객에게는 아직은 영화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과 미학에 앞서 이미지 충격성과 내러티브의 선정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가 자주, 많이, 지속적으로 소개됨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혜안을 갖추었을 것 같다. 이러한 때 아주 시의 적절하게 그러한 모든 화제와 철학을 담은 영화 한편이 소개된다.

바로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려 일으켰던 작품 중의 하나인 <로망스>이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 기간 동안 기자 상대 시사회 한 번과 일반 상영 두 번으로 5백명 가까운 관객이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국제영화제의 힘이란 것이 적어도 한국영화팬에게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해피 투게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한’상영한 적이 있었던 한국에서, 이제 더 벗은 몸매, 더 야한 포즈, 더 충격적 체위를 거리낌 없이 화면에 선사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상영 때도 그랬고, <로망스>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일부관객들은 그러한 영상에 쉬이 동의할 수 없어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눈높이 교정 작업으로 인해 우리의 영화가 좀 더 대범해지고, 우리의 관객들의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심의와 기타 제도적 장치에 대한 명분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고 말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도 선정적인 화제를 몰며 제작이 시작되었다. 여성감독 까트린느 브레이야가 이태리의 유명 포르노 배우 로코 시프레디를 캐스팅한다는 소문이 프랑스 연예신문의 가십란을 한동안 가득 채웠단다. 프랑스 배우들은 그와 공연한다면 모두 출연을 거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여주인공 까롤린 듀세도 시프레디와의 공연 소식에 처음 망연자실했단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영화는 만들어졌고 로코 시프레디라는 포르노 배우의 둘도 없는 ‘분신’을 놀랄 정도로 구경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싸구려 이야기는 그만두고, 여성감독의 <로망스>를 보자.

영화는 결국 한 여인의 자아성찰 과정이라는 거창한 철학적 화두 대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하고많은 탕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남과 여라는 벽으로 나뉜 또 하나의 반쪽의 자연스런 선택인 것이다. 여자는 충동하고, 여자는 원하고 여자는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리오. 그는 남편을 사랑했고, 섹스를 원한다. 하지만 남편은 사랑은 하지만 섹스를 기피한다. 섹스가 결여된 부부의 파탄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말이면 TV에서 온갖 부부관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형편에 더 이상 ‘성’적 격차가 숨기거나 위안의 대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리와 몇몇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관객은 진실한 자아를 찾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 섹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섹스의 선택마저도 자아의 방황 끝에 이루어지는 고결한 행위인 것이다. 고집 세고, 오만한 마리는 최악의 경우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기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박재환)

 

 

Catherine Breillat - Wikipedia

Catherine Breillat (French: [bʁɛja]; born 13 July 1948) is a French filmmaker, novelist and professor of auteur cinema at the European Graduate School. In the film business for over 40 years, Catherine Breillat chooses to normalize previously taboo su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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