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5. 07:41ㆍ유럽영화리뷰
'Baise-moi'(베즈 무아)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영어 제목으로는 'Rape Me'나 'Fuck Me'이다. 제목만으로도 자극적인 이 영화에 대한 사실 몇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이렇다. 그 자신이 무척 험한 삶을 살았다는 버지니 데팡트(Virginie Despentes, 비에르지니 데스펭떼)는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썼고, 직접 감독이 되어 영화를 만든다. 공동감독으로 이름이 올라있는 꼬랄리(Coralie)라는 사람의 전직이 포르노 배우였단다. 그리고 이 영화의 두 여주인공 카렌 랑카우메(Karen Lancaume)와 라파엘라 안드르송(Raffaela Anderson)도 포르노 배우 출신이란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표현 수위는 '문자 그대로' 리얼하다.
영화는 프랑스 한 교외의 두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마뉴(라파엘라 엔더슨)와) 나딘(카렌 랑카우메)은) 별다른 직업 없이 연금수령으로 살아가는 여자. 마약 판매상인 친구들과 어울러 지내는 그렇고 그런 신세이다. 이들이 강가에 놀러갔다가 성폭행을 당하면서 영화는 급속도로 폭력적으로 변한다. 마뉴와 나딘은 강간과 폭력의 피해자에서 곧바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들은 권총으로 자신을 폭행했던 남자를 쏘아 죽이고는 곧바로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들은 자동차를 몰고 파리로 향하면서 무모한 범죄행각을 펼치게 된다. 처음엔 단지 돈이 필요하여 여자를 쏘아 죽이더니 이제 점점 대범해 진다. 남자를 유혹해서 섹스의 향연을 펼친 후 곧바로 총으로 쏘아 죽인다. 검문을 하던 경찰까지 쏘아 죽인 이들은 이제 두려움보다는 그동안 자신들이 당해왔던 사회적 폭력에 배로 갚아주는 대범함을 보이게 된다. 이들은 섹스 클럽에서 난교를 펼치는 무리들을 마구 쏘아 죽인다. 남자든, 여자든. 이들의 살인행각은 종말을 치닫는다.
우리나라에서 몇몇 영화가 개봉하면서 영화팬들을 자극시키기 위해 이런 문구가 포함된 것이 있었다. '충격! 실제 섹스' 아마도 레오 카락스 감독의 [폴라 엑스]라는 영화에서일 것이다. 그리고 까트린느 브레이야 감독의 [로망스]에서도 그런 장면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 두 영화는 국내 상영 시 많은 장면이 잘려져 나갔다. 그런데 [베즈 무아]는 그동안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아트 무비의 수위를 단번에 뛰어넘는다. 무감각한 폭력 씬들은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섹스와 폭력이 병렬로 쓰이는 이 영화는 두 여인네의 사회적 폭압에 대한 대단한 반발력을 그려낸 셈이다. 여인네들의 사회에 대한 저주, 특히 남성에 대한 폭력은 하드 고어적이다. 남자를 모텔로 끌어 들여 하이힐로 얼굴을 마구 내리 찍어 죽이는 장면은 그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처음 상영금지 당했다고 한다. 그후 까트린느 브레이야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청원운동이 있고 나서 개봉이 이루어졌다. 여러 나라에서 장면 삭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나딘 역의 카렌 랑카우메(때로는 Karen Bach로 표기됨)라는 여배우는 원래 포르노 배우 출신이었다고 한다. 1973년생인 이 여자는 줄곧 포르노 비디오에 출연했다.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올해 초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왠지 비극적인, 영화적인 삶의 여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는 두 여자의 유쾌하지만 여운이 남는 대(對)사회 복수극을 그렸었다. 그런데 이 영화 [베즈 므와]는 끝간데 없는 폭력피해여성의 무한대의 폭력복수극이 그려진다. 사회가 끝간데 없이 폭력적인 현상이 누적되면 그 피해자도 역시 겉잡을 데 없이 늘어난다. 이 영화에서 폭력의 희생자가 퍼붓는 총알에는 명확한 가해자 뿐만 잠재적 희생양도 끼어있다. 예술을 좋아한다는 프랑스에서 이런 수위의 영화가 나온다고 좋아하기보다는 그만큼 프랑스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참, 이 영화는 지난 2000년 [타임](아시아, 유럽판)이 선정한 10대 영화에 <와호장룡>, <화양연화>,<수주> 등과 함께 포함되었다. 그런데 imdb평점은 오늘(2005/4/25) 현재 10점 만점에 4.8점이다. (박재환 200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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