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신념,복종,종교,단두대,궁중음모,고문,자백, 그리고 왕실의 영광 (세카 카푸르 감독 Elizabeth 1998)

2019. 8. 14. 22:45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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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1999) 역사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역사극은 사전지식이 필요하고, 좀 각오를 하고 봐야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1세) 시절이다.

영국史는 사실 복잡하다. 월드컵에서 모든 회원국가의 예선전 티켓은 공평하게 한 장씩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란 나라는 잉글랜드팀, 스코트랜드팀 등 몇 장 더 가져간다. 왜 그럴까? 챨스 황태자의 정식명칭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이다. 웨일즈지방의 왕자인 셈이다. 그러니 ‘킹 오브 그레이트 브리턴’. 이런 것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가 쪼개진 채 통치되어온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지방색 뚜렷하게 버텨내고 있는 그 나라의 상황은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결혼을 여섯 번 했단다. 첫 번째 부인이 아기를 못 낳자 이혼하려 한다. 하지만, 카톨릭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자, 카톨릭을 무시하고 앤과 결혼한다. <천일의 앤> 영화를 보면 뒷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앤은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랑쉬)를 낳았지만 헨리 8세는 이혼까지 불사하며 결혼한 앤마저 처형한다. 헨리 8세는 그 뒤에도 새로 결혼하며 이전 왕비의 목을 계속 쳤다. 모두 반역죄로 말이다. 그러니, 영국의 귀족들이나, 유럽각국의 황실, 바티칸의 지도자들이 헨리 8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16세기 유럽문화의 판도는 영국보다 더욱 복잡하다. 그것은 봉건시대, 혹은 전근대화된 유럽문명의 거울이기도 하다.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의 나라가 있었지만, 영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같은 국적인은 사실 무의미했는지 모른다. 그 당시 잉글리쉬, 웨일즈, 스패니쉬 등의 그 땅에 살던 토착인과 어디서 굴려왔는지 그들을 통치하던 권력층이 있었을 뿐이다. 영국만 하더라도 헨리 8세까지는 그런대로 큰소리 치는 패권국가였지만, 메리가 등극하고, 그 뒤를 이어 엘리자베스가 등극하는 초기에는 그야말로 외세침략의 제1순위 국가였다. 이 시대를 특징짓는 것은 종교와 정략결혼이다. 영국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를 이끌고 와서 무력접수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쟁에서 이기면(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각종 명목으로 전쟁배상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힘들게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다면, 영국의 왕실과 혼인관계를 맺으면 된다. 엘리자베스가 처녀로 등극하자,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각각 사신을 보내 결혼을 강요한다. 엘리자베스가 이들 강대국의 황실과 결혼하여 애를 낳으면 이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옥좌를 유지할 수 있고, 세월이 좀 흘려 엘리자베스가 죽으면 그의 자식이 등극할 것이고, 그럼 영국 땅은 – 내용이야 어쨌든 – 프랑스 아니면 스페인의 황실소유의 땅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층부의 복잡한 정략적 혼인관계에 따른 국적문제는 사실 민초로서는 관심 밖의 상황일수도 있다. 누가 왕이 되든, 세금 뜯어가는 것은 똑같을 터이니 말이다. 만약 결혼이라도 하면, 전쟁은 하지 않을 테고, 그럼 적어도 전쟁터에 끌려가 죽지는 않아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미 그 시절부터 국민의식이란 컨센서스가 있어서 외부세력을 증오하고, 국가를 위해-황실을 위해-기꺼이 죽으려 하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어쨌든 오래 전부터 그런 혼인관계로 맺어진 유럽의 역사이기 때문에 오늘날 유럽 통합이, 유교문화라는 것을 매개로 이어지는 아시아 각국의 교류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인지 모른다. 쓸데없고, 부정확한 역사단상은 여기서 끝내고 영화보자!

이 영화를 보면 제일 먼저 빠져드는 것이 엘리자베스 여왕 역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랑쉬의 매력이다. 올 아카데미에서 <세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펠트로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는 불운을 겪었지만, 영화주인공의 파워풀한 매력은 케이트 블랑쉬가 훨씬 더 낫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주디 덴치가 연기하던 할머니 엘리자베스의 젊은 시절의 그 파란만장한 삶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녀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신교(프로테스탄트)를 믿었기에 런던 탑에 갇혔고, 단두대에 설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운명은-영국은- 그녀 편이었고, 그녀 또한 영국의 편이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르는 것이다.

당시의 유럽에서는 이 처녀왕실의 영국을 고스란히 빼앗아먹기 위한 각종 권모술수가 횡행했다. 결혼을 미끼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여자라는 이름으로.. 그녀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권력의 그림자를 맛보아야했다. 그리곤, 꿋꿋하게 역경르 헤쳐나간다. 교황은 사생아, 신교 세력인 여왕을 암살하는 자는 천국에서도 보상받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그녀를 비난했다. 그리고, 영국의 구교세력은 자신들이 멸문지화를 당하기 전에 여왕을 제거하려고 갖은 음모를 꾸몄다. 물론 독살기도까지 포함하여.

엘리자베스는 속세의 정치에까지 관여하는 구교(바티칸의 카톨릭)에 환멸을 느꼈을 만했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이러한 국제정세와 종교의 틈바구니에서 투쟁해야했던 것이다. 게다가 ‘처녀’ 아니, 여자이기에 남자도 필요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가 평생 사랑했던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그녀는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설명되길, 엘리자베스는 임종 시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그녀는 그 남자를 증오하였지만, 또한 사랑했었던 것이다.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물론, 그녀의 고매한 기품 뒤에는 윌싱엄(제프리 존스)같은 냉정한 참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대세력을 일소하기 위한 체포, 투옥, 고문, 자백, 단두대.. 같은 과정은 이미 그 시절의 가장 정상적인 권력 다지기의 과정이었으니 말이다.

Elizabeth I of England

 

 

Elizabeth I of England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Queen regnant of England and Ireland from 17 November 1558 until 24 March 1603 Elizabeth I (7 September 1533 – 24 March 1603)[1] was Queen of England and Ireland from 17 November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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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무리 보아도 정통 영국영화는 아니다. 감독 세카르 카푸르가 인도사람이라서 더욱 그런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영국식 악센트는 사실 듣기 어렵다. 완전히 미국화된 영국역사 영화 같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영국에서 공개되었을 때 가장 논란이 컸던 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처녀性과 관련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결국 프랑스나 스페인 그 어느 나라 왕실과도 혼례관계를 맺지 않은 채 “영국과 결혼하노라”라는 기막힌 세익스피어적 명언만을 남기고 처녀로 늙어죽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이미 왕실에 등극하기 전부터 로버트 더들리라는 귀족과 사귀었고, 분명히 둘은 섹스에 탐닉하는, 그래서 남자의 열정적 사랑을 이끌어내는 관계였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주디 덴치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기네스의 약혼남에게 그런다. “여자의 육감으로 이미 그녀는 자네의 여자가 아니네”라고….) 아마 영국인들에겐 엘리자베스 여왕의 처녀성과 관련해선 성역화된 인식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세카르 카푸르式 해석은 불경죄일 수도 있고, 지난 수백 년간 간직한 ‘불멸의 왕국’의 강국신화에 흠집을 내는 발칙한 짓인지도 모른다. (사실, 영국 타블로이드신문들은 그렇게 이 영화를 평했고 말이다)

영화는 그 치열했던 외교전과 심리전, 그리고 권력쟁탈전의 시절을 아주 유려하게 펼쳐나간다. 물론 멜로드라마의 색채와 역사극의 무거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말이다. 내용만을 쫓아갔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트 블랑쉬와 제프리 존스의 무게감 느껴지는 연기가 이 영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균형감각 있게 만들어내었다.

얼마 전 문화일보에 우리나라 철학과 교수의 신간서적을 평한 글중에서 나온 말이 새삼스럽다. 유럽은 2차 대전 동안의 홀로코스트같은 집단광기를 경험하였기에, 다중문화/다원화가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백 년 전에 이미 유럽문화는 그러한 집단광기를 겪었다. 종교전쟁, 연금술과 마녀사냥 등의 집단 히스테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는 이 영화에서와 같이 왕족이라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한 투쟁과 증오, 생존이 영국역사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을 뿐더러, 유럽문화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다룬 영화는 재미있을 뿐더러 교훈을 받게 되며, 생각의 공간을 넓혀줄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제, 해방전후 혼란기, 한국전쟁,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일련의 역사적 변혁을 겪으면서도 그러한 사상적 해방을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서 다원화된 시각보단, 획일화되고 균일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재환 1999)

 

 

Elizabeth (film) - Wikipedia

Elizabeth is a 1998 British biographical drama film written by Michael Hirst, directed by Shekhar Kapur, and starring Cate Blanchett in the title role of Queen Elizabeth I of England, alongside Geoffrey Rush, Christopher Eccleston, Joseph Fiennes, John 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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