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크게 중화권에서는) ‘하세편’(賀歲片,Chinese New Year Movie)이란 것이 있다. 그들이 최고의 명절로 치는 ‘음력’ 설 시즌에 개봉되는 영화로 일정한 룰이 있다.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왁자지껄한 소동을 펼친다는 그러면서 영화 전편에 ‘가정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켜주고 “올 한 해도 돈 많이 벌기 바란다”(恭禧發財 꽁시 파 차이)라는 중국식 새해 인사를 올린다는 것이다. 1992년 설에 홍콩에서 개봉된 <가유희사>도 그러하다.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花田囍事>, <가유희사 97> 등의 속편 격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홍콩의 한 평화로운 대가족. 노부부(관해산,이향금)와 세 아들이 산다. 큰 아들 황백명-오군여 부부, 둘째 아들은 플레이보이인 라디오DJ 주성치, 셋째 아들은 성격이 계집애같은 장국영. 오군여는 이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일꾼. 소소한 집안 청소부터 노부무 시중까지 다 드는 착한 며느리. 그런데 남편은 정신 못 차리고 바람 피우는 인물. 결국 정부(진숙란)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모두들 반대하지만 결국 소심한 오군여는 집을 나가고 세상물정을 배우기 위해 술집 호스티스로 취직하여 새로운 삶을 살기로 각오한다. 이 와중에 소문난 플레이보이 주성치는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하여 이름까지 하리옥(헐리웃의 패러디)인 장만옥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뼛속까지 플레이보이인 주성치가 하리옥만 사랑할 리가 없다. 그러다가 사고로 뇌진탕에 걸리게 되어 식물인간이 된다. 셋째 장국영은? 꽃꽂이가 취미인 그에게도 어느 날 사랑이 다가온다. 노부부의 발 마사지 담당으로 이 집안을 드나들던 모순균이다. 모순균은 굉장히 와일드한 선머슴으로 나와 장국영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게 이 영화의 묘미. 결국, 첫째 황백명은 정신 차리고 조강지처 오군여에게 돌아가고, 둘째 주성치는 장만옥의 지극정성으로 정상으로 돌아오고, 셋째 장국영은 우여곡절 끝에 모순균과 맺어진다. 그런 내용. 이 영화는 하세편답게 아주 소란하고 정신없이 진행된다.
황백명은 홍콩의 유명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이고 오군여는 소문난 코미디 배우.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의 연인이다->지금은 부부!) 주성치는, 아마 이 영화에서부터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지 않았나 싶다(한국에선!). 주성치의 원맨 쇼는 끝이 없고, 상상을 초월한다. <사랑과 영혼>의 패러디 버전- 특히 장만옥과 펼치는 ‘에펠탑 키스’장면은 황당함의 극치,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에 해당한다.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패러디 등 끝없는 주성치식 비틀기가 이어진다. 마지막엔 <터미네이터> 헤어스타일까지. 물론 주성치와 격을 맞춰 웃겨주는 장만옥의 날라리 연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 어쨌든 무지 웃긴다. 패러디로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는 많은 유명영화들이 패러디답게 녹아있다. <귀여운 여인>, <위험한 정사>, <사이코>, <황비홍>까지.
그리고, 장국영!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뒤 홍콩언론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료영화인들을 소개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모순균(毛舜筠)’이다. 알려지기로는 장국영이 젊었을 때 모순균에게 청혼을 했었다고 한다. 물론, 둘은 이후에도 좋은 친구로 지냈었고 말이다. 모순균은 오랫동안 영화계를 떠났다가 최근 곽부성-진혜림의 <소친친>에 나왔었다. 모순균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전체적으로 보아 배우들의 기막힌 코믹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홍콩영화.
장국영의 대사 하나를 소개하자면. 꽃꽂이하는 장국영에게 “너 왜 아이를 안 낳니?”하자, 장국영 왈, “아이를 낳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 (박재환 2003/4/9)
[가유희사| 家有喜事 All’s Well, Ends Well ,1992] 감독:고지삼 출연: 장국영, 주성치, 장만옥,오군여,황백명,모순균,진숙란,관해산,고지삼,곡덕소,이려진,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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