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여섯 장나라의 선택 (드라마 고백부부 종영인터뷰,2017.11)

2018. 7. 11. 13:36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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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고백부부>는 끝났다. 금요일과 토요일 늦은 밤에 오랜만에 손꼽아 기다리던 드라마가 끝난 것이다. 육아에 찌들고 세파에 시달린 38세 주부에서 '38세 영혼'을 가진 20세 대학생이 되어버린 마진주를 연기한 장나라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드라마가 인기리에 막을 내리던, 시청자의 외면을 받던 한동안 그 캐릭터에 빠져 달려온 배우들의 소회는 또 남다를 것이다.

 

한때는 가수로 연기자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였고, 한때는 중국 드라마까지 정복했던 장나라를 만나보았다. 올해 나이가 어느덧 서른 여섯! 미혼의, 육아경험도 없는 그녀가 어떻게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과 눈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중국에서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먹은 것일까.

 

KBS 2TV '고백부부'(극본 권혜주 연출 하병훈)는 38살 동갑내기 앙숙부부가 뜻밖의 타임슬립을 통해 ‘인생체인지’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장나라는 육아에 지친 서른 여덟 살 주부 마진주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는 장나라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드라마의 화제성, 장나라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날 하루 종일 라운드 인터뷰가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1997년의 마진주가 2017년에 두고 온 아들이 생각나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만약 현실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장나라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서진이가 없다면.”이라고 말한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애도 없고 하니 잘 모르겠다. 드라마로서 설정이 좋았다는 것은 사랑과 가족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돌아가신 엄마를 다시 보고, 다시 이별을 하고.. 그런 것은 못 견딜 것 같다. 반짝이는 친구를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손호준과의 현실적 부부연기는 어땠나. 역시 ‘미혼의 한계’부터 말한다. "부부 장면의 직접적 공감은 어려웠다. 결혼을 안 해 봐서 잘 모른다. 반도와 진주 사이의 대화의 부재, 표현 방식의 다름은 보통 인간관계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고 연기에 임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오히려 드라마를 할 때마다 관계에 서툰 내 자신을 발견한다"고.

 

<고백부부>를 열렬히 시청한 주부들의 반응은 장나라의 절대동안 자태에 놀란다. 장나라만의 피부관리법이 있을까. 진짜 불로초 때문일까. “아이구. 사실 얼굴은 이질감이 날수 밖에. 촬영장에서는 큰언니나 이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예쁘게 찍어주시려고 애썼고, 후반작업도 잘 해주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정말 절친의 눈으로, 남편이 부인을 보듯이, 첫사랑을 보듯이 봐주셨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시청자분들도 그런 드라마의 설정을 이해하고 봐주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된 주부(아줌마) 연기는 어땠나. “스물 살로 돌아와서 펼치는 38살의 주부연기는 50대 초중반의 아줌마를 염두에 뒀다. 제 또래 결혼한 친구를 보니 애 낳고 말투가 바뀌었거나 제스처가 크게,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더라.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조금 과한 느낌이 있는 그 나이 대를 상정하여 말투나 연기를 펼쳤다.”

 

함께 연기한 ‘어린’ 남편 최반도(손호준)와 ‘어린’ 친구들(허정민,한보름,이이경,조혜정)에 대해서도 애틋한 소감이다. “친구들과 여행가고, 먹고 하는 장면을 보며 울었다. 너무 빛나는 청춘 같았다. 애들이 워낙 이쁘고. 애들이 보석처럼 빛났다.”

 

 

 

그러면서 특별히 기억되는 장면 중에 천설(조혜정)과의 씬을 이야기한다. “이 친구가 술 안마시고 혼자 앉아 ‘나는 술 마시고 흐트러지는 것 싫어’이런 말을 할 때이다. 그때 내가 그 친구에게 이런 대사를 한다. ‘넌 지금 흐트러질 나이이고, 남들 눈치 보고 못 놀면 너만 손해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고 ‘나이 들어 흐트러지면 더 추하다’고. 이런 대사를 하고 컷 하고 돌아설 때 눈물이 핑 돌더라. 내가 저 나이 때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대개 좋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장나라는 올해가 데뷔 18년차란다. "그 땐 꿈이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 모르고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다. 당시엔 아프기도 했고 잠을 못 잤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 적어도 제정신으로 내가 뭘 하는지 안다."고. “수지나 아이유가 있기 전에 장나라가 있었다!”라는 말을 전해주자, "난 운이 좋아서 잠깐 빤짝였던 거다. 그들은 정말 청춘을 대표하는 스타인 것 같다. 나완 다르다. 나는 가늘고 길게 갈 거다."라고 말한다.

 

장나라는 <명랑소녀 성공기>(2002) 이전에 가수로, 그리고 그 전에 CF모델로 대중의 눈앞에 나섰다. 연기생활 내내, 중국활동 내내 장나라는 아버지(주호성)와 함께 했다. 최근 주호성은 연극 <아내의 서랍>으로 무대에 오른다. “아버지가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시는지?”

 

“아버지는 제가 무슨 드라마를 하더라도 별 말씀을 안 하신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때 수원 쪽에서 촬영이 많았다. 촬영 초반에는 아버지가 날 깨우시고, 밥 먹이고, 약 챙겨주시고 가방 매어 내보는 주부생활을 하셨다.”며 “아버지가 연극 준비하는 것도 몰랐다. 뭘 하시는지 이야기를 잘 안 해요. 대체로 타인에게 듣는 편이다”고 말한다. (주호성이 출연하는 연극 <아내의 서랍>은 지난 22일 첫 공연을 가졌고 내년 1월 14일까지 대학로 명작극장에서 상연된다.)

 

드라마를 보고 시청자반응이 열렬했는데. “그렇다더라. 드라마보고 부인을 안아주었다더라. 신기하기도 했다.”면서 “굳이 가족관계, 남녀관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사람이 소통을 한다는 게, 대화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단절이 온다. 대화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부모자식에게도, 친구사이에도 소통이 중요하더라.”

 

장나라는 2006년 중국드라마 ‘디아오만 공주’ 등에 출연하며 대륙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다시 날개를 펼칠 생각은 없을까. “사실 중국에서 섭외는 계속 있었다. 좋은 기회가 되면 가겠다. 아직은 꼭 하고 싶은 작품은 없다. 중국에 가고 싶다. 가고 싶은 동네도 있고, 그리운 곳도 많으니.” 장나라는 중국SNS 웨이보로 꾸준히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고백부부’의 아내를 연기한 장나라의 연애와 결혼관은 어떨까. “연애는 해봤죠. 근데 지난 5년 동안은 정말 연애 못했어요. 결혼을 고사하고 연애라도 하고 싶어요.”라며 “글쎄요. 제가 생각해도 나름 괜찮은데. 미스터리에요.”란다. (KBS미디어 박재환)

 

 

글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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