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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침묵’ 정지우 감독 “피아제, 사드, 그리고 <해피 엔드>”

by 내이름은★박재환 201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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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연말 무렵 개봉한 한 편의 영화가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IMF실직자 최민식과 그의 아내 전도연, 그리고 아내의 연인 주진모가 펼치는 치정극 <해피 엔드>였다. 단편영화로 주목받던 정지우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다. 그리고 18년이 지나 정지우 감독이 다시 한 번 최민식과 만나 신작을 찍었다. 중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침묵>이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은 이하늬와 결혼(재혼)할 뻔 한다. 그런데, 딸이 이하늬를 죽였단다. 재판을 받는다. 최민식은 이하늬를 사랑했지만, 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아니면 주장하기 위해 최고의 법정드라마를 연출해야한다. 정지우 감독을 만나 영화 <침묵>과 최민식과의 재회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영화 <침묵> 리뷰보기)

 

최민식은 자기확신에 가득찬 브로커다

 

영화 초반에 최민식은 모략꾼같은 요정에서의 정치비즈니스를 펼치는 장면이 있다. 최민식의 캐릭터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민식은 자수성가한 재벌이다. 적당한 기업의 규모를 찾아보았다. 대략 종업원 2천 명에 연매출 1조원의 기업을 상정했다. 그는 자기 일의 본질이 브로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 현실에선 재벌과 자수성가라는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재벌이란 물려받은 재산이니 말이다. 임태산은 모든 성공의 규칙에 대한 과도한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이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런 재벌기업인인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인 이하늬와 요트에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면서 정작 ‘컵라면’을 먹는다. “그렇죠? 그 장면에선 보통 샴페인이 나와야하는데. 여의도 보트선착장에 가보면 느낄 수 있다. 선상에서 먹는 컵라면이 별미더라”며,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이 많다. 한강 한가운데에서 요트를 타면 강북과 강남을 다 볼 수 있다. 양쪽으로 자동차가 길게 늘어선 해질녘의 서울풍광을 별스럽게 만나볼 수 있다. 영화 만들 때는 그런 익숙한 장소에서 만나는 낯선 느낌이 중요하다. 보트와 샴페인, 고급 손목시계와 함께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컵라면 장면을 넣었다.”

 

최민식이 태국에 간 까닭은사드 때문!

 

[스포일러주의!] 첫 장면의 보트와 마지막 장면의 보트와 관련하여 ‘보디 더블’인 두 여자는 죽는 것인가? 그래야 완벽한 은닉이 되는 것 아닌가?

 

“죽일 생각은 안했다. 예를 들어 순천이나 여수 같은 곳의 빈터에 세트를 만들었다면 은닉이 힘들겠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정말 낯선 동네에서 그런 동영상을 만든다면 (은닉이) 가능하지 않을까. 죽인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니) 무섭네요.”

 

그런데, ‘짝퉁 재연’이라면 차라리 중국에서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왜 그곳이죠?

 

“사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중국을 생각했다. 그게 훨씬 어울리고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당시 사드 때문에 중국에서의 안정적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계획대로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말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 안정적인 사전준비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촬영해보니 태국이 프로덕션 운영이 발달된 나라더라. 그 당시 많은 한국영화가 태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포일러주의!] 충실한 심복 조한철(정승길 역)이 마지막에 국수를 먹다가 격하게 흐느끼는 데.

 

“최민식과 조한철의 관계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연을 거쳐 왔는지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물리적인 시간을 재배치하고 순서적으로 놓는다면, 국수 먹는 장면 다음은 서울에서 최희정 변호사(박신혜)를 만나는 카페장면일 것이다. 이제 카페에 가서 정승길이 범인인 냥 약간 미끼를 던질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법정에서 구속되고, 교도소에 들어갈 것이고 긴 세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자기 보스에게 지극한 충성심을 가진 비서일 테니 마음이 안타까울 것이다. 둘은 유사 부자관계 같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영화 리메이크

 

중국 작품을 리메이크했는데, 원작의 어떤 점이 끌렸나. “가장 인상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대반전의 콘셉트!” 그러면서 이야기를 보탠다. “주인공인 남자재벌과 검사, 변호사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자 자기 시점으로 본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입체적으로 조망해야하는 사건이면 의미가 있는 소위 ‘라쇼몽’이 되겠지만, 그럴 사건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전사(前史)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사건 자체는 최민식이 연기하는 임태산이라는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받게 되는 영향, 그 영향으로 인한 내면의 변화가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그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임태산이랑 다르다는 것이 굳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며 원작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원작이 된 중국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손홍뢰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태, 검사 곽부성은 ‘동’씨로 나온다. 우리나라에 동씨 성이 흔치 않은데?”

 

정지우 감독 “우선 떠오른 동씨는 야구선수 동봉철 뿐이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일부러 숨기는 것이 아니니 한 글자씩은 남겨 인연을 잇자는 기분이 있었다”며 “동성식은 쉽게 지었다. 태산이라는 우리 이름이 주는 기분이 특별했다. 캐릭터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태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어땠을까. 최민식과 함께 ‘임태산스럽다’며 인물규정을 했었다.”

 

 

극중에서는 이하늬가 맡은 역할에 대해 심한 욕설도 나온다. 최민식과 이하늬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이이다. 사적인 동영상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촬영은 안했지만 시나리오 개발단계에선 임태산이 비디오유출을 막고 해결해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동영상을 법정에서 사용하길 원했던 것은 재판을 받을 때 ‘왜 살해했느냐’에 대한 답 때문이다. 결정적인, 원한. 그런 연유로 시작이 되었다.”

 

그럼 영화 <해피 엔드>와는 상관없죠? “없죠. 근데 개봉하기 얼마 전 제작자 임승용 대표가 물어보더라. <해피 엔드>에서 딸이었냐 아들이었냐고. 딸이었다고 했더니, 그럼 설정이 18년 지나 그 딸이라며 이야기의 앞뒤가 맞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함께 웃었다”며, “기분이 묘했다. 두 편을 묶어서 상영하면 재밌겠다. 연달아 상영하면 그 당시 최민식이 얼마나 뽀송한 청년이었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인다.

 

곽부성은 65년생이고, 최민식은 62년생이더라. “으하하. 그렇게밖에 차이가 안 나나? 정말, <영웅본색> 등등 빛나는 홍콩의 시절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어쩌면 그 때 배우들이 지금도 그렇게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기자들과 피아제

 

감독님, 법정극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디어관계자(기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정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카메라 플래시 터뜨리고, 무례할 정도로 마이크 들이대며 악을 쓴다. 이번 영화에선 의외로 그런 장면이 없는데.

 

“전형적인 방식의 기자들을 사용하기는 했다. 돈(제작비)이 많았다면 뉴스에 나오는 정말 큰 사건처럼 만들고 싶었다. 포토라인이 있고, 표시해둔 티바에 최민식이 선 순간, 붐마이크가 밑에서 위로 좍 서 있는 모습! 조형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조형적인 장면이 구현된 것이 그나마 법정에서 플래시 터뜨린 장면이었다. 기자들의 구체적인 성격이 아니라, 이 사람(최민식)이 처한 환경의 조형적인 느낌, 빛과 어떤 레이아웃이 사람이 서 있는 구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붐마이크 백 개쯤 있으면 더 멋있을텐데.”

 

 

이하늬에게 주는 선물이 하필 5억 원짜리 피아제인데. 원작에선 파텍 필립이었다. 왜 바뀌었나?

 

“하하하. 사실 난 시계를 잘 모른다. 파텍 필립이 그렇게 대단한 브랜드인지도 몰랐다. 협찬이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비슷한 것을 구해 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조건이 까다롭더라. 협찬 가능한 것 중에 디자인적으로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골랐다. 촬영 때 가드 둘이 따라 와서 지켜봤다. 찍고 반납하고, 찍고 반납하고.” (비용은?) “물어보니, 보험은 그 쪽에서 알아서 한 모양이고, 우리는 가드 비용을 냈다더라.”

 

박신혜가 연기한 ‘무능한 변호사’에 대해

 

“박신혜는 무능한 변호사를 연기한게 맞다. 이것은 존 르 카레의 소설에서 이중스파이가 펼치는 방식이다. 자기 편을 데리고 미끼삼아 상대편을 속이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재밌었다.”

 

그러니까 <침묵>은 최민식의 마음의 변화를 이르는 말인가. “사람마음이 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영화는 임태산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플롯이다.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조금 모순이지만, 드러내면 반전이 있을 수 없다. 결국 결말에 다다를 수 있는 힘과 판단은 임태산 내면에 있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쓰면 법률적인 검토도 할 것 같은데, 혹시 임태산 관련 재판이 진행되면 결과는 어찌 될까요

 

“영화를 만들기 전에 전체적으로 자문을 받았다. 영화니깐 어느 정도 선에선 사실적으로 말해야하니까. 너무 거짓말하면 앞뒤가 안 맞게 된다.”며 “임태산의 범죄행위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수사방해, 공무집행방해, 살인죄 등등. 형량이 가벼울 수 없다. 그러나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형사사건은 완전하게 검사, 검찰이 속은 것이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들 잘못을 밝혀야하니까.”

 

해피엔드와 침묵

 

18년 전 <해피엔드>로 화려한 데뷔를 한 정지우 감독은 그동안 <사랑니>, <은교> 등의 영화와 <4등> 등의 결이 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유명세에 비해 작품수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요?” 했더니 “유명세는 무슨?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다 보니 오랜 걸린 것이다. 원안이 있어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며 <해피엔드> 이야기를 했다.

 

“슬프지만 어느새 충무로 중견감독이 되었다. <해피엔드>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할 때가 떠오른다. 오전 이른 시간에 첫 회에 줄을 길게 선 것을 보았다. 첫 회가 매진되었다. 대박 날거야라는 인사를 받던 때였다. 영화관계자들이 전부 서울극장 앞 넓지 않은 광장에 어슬렁거리고 2층 카페에 앉아 있던 기억이 난다. 그 땐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할 때였고, 한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이었다.”며 “결국 <해피엔드>는 그해 흥행 3위를 했었다. 제 개인적으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다. 데뷔작이 말이다. 안타깝지만.”

 

마지막으로 류준열 캐릭터를 물어보았다. 왜 그야 했는지 “김동명 캐릭터를 제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임태산이 큰 장애를 만나게 된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계획이 진행되지 않는 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좌지우지되지 않는 독특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독특한 고유의 캐릭터가 누구냐. 덕후 중의 덕후여야 한다. 말 잘 안 듣고, 온전히 지 인생을 제 맘대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류준열씨의 <소셜포비아>를 보고 이 영화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캐스팅이 이뤄졌다. 최민식 선배랑 같이 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기에 성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딸(이수경)이 차를 운전하다 술에 취해 잠든 ‘코엑스대로 영동대교 남단’ 지점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정지우 감독의 <침묵>은 지난 2일 개봉되었다. (박재환 2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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