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대형 감독 “메리 크리스마스, 찰리 채플린!” (2017.12)

2018. 7. 11. 13:37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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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충청남도 금산군은 ‘인삼’으로 유명하다. 그 금산 출신의 임대형 감독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숭고한 종교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모의 의미를 배가시킬 가슴 따뜻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14일 개봉을 앞둔 <메.크.모>의 임대형 감독을 만나 ‘금산’과 ‘찰리 채플린’,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광화문 뒤쪽 어느 카페에서 이뤄졌다.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리뷰보기)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금산에서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모금산(기주봉)씨가 보건소에서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일찍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모금산은 서울의 아들(오정환)과 아들의 여자친구(고원희)를 부른다. 아들놈은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한단다.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을 부른 아버지는 시나리오랍시고 종이를 내놓더니 자신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하나 찍어달란다. 이제부터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곳이 ‘금산’인지 물어보았다. “거의 대부분 금산에서 촬영되었다. 그 외 대전, 인천, 서울 장면이 있다. 수영장 씬은 다락원이라고 지역문화센터이다. 영화에서 찍은 단편이 상영되는 극장도 이 곳이다. 금산군청의 도움이 있었다.” ‘이상한 인연’이라고 말하기에 더 물어보니 “군수님이 아버지 친구분이시다.”고 대답한다. 작은 마을에서 찍는 독립영화의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내친 김에 군수님은 카미오로 등장하냐니깐 “행정을 하시느라 바쁘셔서. 대신 엔딩 크레딧에 나온다.”고 밝혔다. 영화 끝나도 끝까지 앉아서 확인해 보시길.

 

영화 속 주인공 기주봉의 직업은 이발사이다. 감독의 아버지도 이발사란다. 이발사의 아들은 이발을 할 줄 알까 “어릴 때 여동생 머리를 잘랐다가 ‘댄통’ 혼난 후 가위를 손에 대지 않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어릴 때 다쳤다”면서 “촬영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이전에 16밀리 필름으로 촬영할 때 오른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봐야했다. 난 촬영감독이 길이 아닌 모양이라 생각하고 연출을 맡았다.”고 말한다. 이어 “제 작품의 앵글이 평면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입체보다는 평면을 좋아한다. 만화 같은 앵글.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이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고 덧붙인다.

 

아버지가 이발소를 하였다기에 쓸데없는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왜, 옛날 이발소에는 다들 그림 하나씩은 걸려 있잖아요.” 임대형 감독의 대답. “아버지의 이발소에도 동양화, 산수화가 걸려있었다. 키치잖아요. 시장에서 싸게 파는 그림. 동묘시장에 가보면 그런 그림 많다. 계곡을 그린 그림. 소가 지나가는 그림. 아버님이 난을 치셨다. 난도 좀 걸려있고.”

 

영화에서 모금산(기주봉)이 자신이 좋아했던 그 시절 영화배우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찰리 채플린은 와이프가 좋아했었지. 나는 커크 더글러스, 찰턴 헤스턴, 존 웨인, 율 브린너, 알랑 드롱, 찰스 브론슨, 리 반 클립. 리 반 클립은 악역전문이지. 잉그리드 버그먼, 까뜨린느 드뇌브, 마릴린 먼로, 제인 폰더, 소피아 로렌. 소피안 로렌은 글래머 스타지.”라고 말한다.

 

“아버지께 전화로 여쭤봤는데 배우들 이름을 읊으셨다. 내가 받아 적은 것이다.” 버터 랑카스터가 빠졌다고 하자 “빠진 배우가 있어 서운해 하시던 분이 계시더라. 기주봉 선생님도 여자배우 보더니 제일 앞에 이 배우-잉그리드 버그먼-를 꼭 넣고 싶다고 하셨다.”

 

임대형 감독은 찰리 채플린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이 있을까.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회고전 때 가서 많이 봤다. 영화 보며 그렇게 행복한 경험을 한 게 있나 싶었다. 그때 극장에서 본 채플린 영화가 이번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집에서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극장에서 무성영화를 본다는 것은 새로운 감흥이다.”고 말한다.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로 체코의 까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를 다녀왔다. 국내 영화제에서도 몇 번 상영되었다. 데뷔작으로 해외영화제에 진출한 소감을 안 물어볼 수 없었다. “단편으로 해외영화제에 발을 디딘 적이 없었다. 장편을 만들며 나름 목표가 있었다. 해외영화제 하나쯤은 나가보자고. 그런데 이 영화는 최근 이슈가 되는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라서 영화제가 반길까 고민은 있었다.”

 

 

이 영화를 상영할 때 해외영화팬과 한국영화팬이 다른 반응을 보인 포인트가 있었는지. “관객들이 웃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더라. 유머를 인지하는 지점의 차이. 가령 모금산이 홀로 방에서 불면에 시달리다가 베개를 두드리는 장면이 있다. 해외 관객들은 매번 그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더라.”

 

베개를 때리는 장면에 대해 더 물어보았다. “코미디의 이해가 다르다. 그 장면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고, 불행해 보여서 웃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금산씨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확히 새벽 3시 무렵이다. 불면에 시달려본 사람은 이해가 될 것이다. 3시가 되어도 잠을 못 이루면 화가 난다. 한번이 아니라 매번 그렇게 되면 저주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불면증환자들의 특징이다.”가 설명한다.

 

모금산씨는 자신이 만난 사람에 대한 느낌/감정/소회를 짧게나마 일기장에 쓴다. 소심해서 일까? “모금산의 내면에 쌓여왔던 감정이 있을 것이다. 모금산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자기의 애정을 일기에 표현했을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마음의 표현방식이다.”고 설명했다.

 

모금산씨의 12월 13일 일기는 이렇다. “강냉이를 먹다가 사래에 들렸다. 강냉이가 위장에 걸려있는 것 같다. 아내가 그립다.”고.

 

흑백영화답게 올드한 소재도 등장한다. 아들과 여친이 금산의 한 ‘다방’에서 쌍화차를 마시며 ‘계란’을 풀어먹는 장면. “영화 준비하며 관찰을 좀 했다. 다방 아주머니께서 날계란을 터뜨리지 말라고 그냥 마시라고 알려주시더라.”

 

모금산씨는 아내를 여의고 오랫동안 혼자 산다. 벽에는 오래된 달력이 걸려있다. “1999년 12월에 멈춘 달력이다. 모금산은 시간과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아마도 아내가 죽고 나서 시간이 멈추지 않았을까.”라며 “언제를 그 과거라고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1999년을 떠올렸다.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넘어오는 시점. 특별한 경험이었고 과거와 현재를 나누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극중에서 모금산씨가 찍은 단편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에 대해서 물어봤다. “단편에 대해 먼저 구상을 했다. 단편이고 무성으로 찍을 테니 지나치게 고 퀄리티로 완성하면 리얼리티에 문제가 있을 것 같고 너무 엉성하게 만들어도 감흥이 반감되니 중간정도의 완성도로 갖는 게 중요했다.”

 

감독은 8밀리 캠코더로 찍어 스크린에 영사한 후, 그 영상을 다시 카메라 저속촬영해서 완성했다고 한다. “특별한 방식을 시도했다. 고민을 많이 하고 여러 시도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굳이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있나요? “흑백영화 하면 떠오른 영화가 있다. <쉰들러 리스트>. 그 시대의 참상을 흑백으로 표현할 때, 윤리적으로 미적으로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유독 그런 영화가 있는 것 같다. 만약 이 영화를 컬러로 찍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애초 다가왔던 이미지가 흑백이었다.”고 말한 뒤, “흑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말한 것은 다 만들어낸 이유이다. 사실, 저한테는 이 세계는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불꽃놀이 장면이 CG인지 아니면 연말에 맞춰 카메라를 들이댄 것인지 물어보았다. “CG고요. 힘들게 찍었다. 창 너머 모금산의 얼굴에 불빛에 비쳐야하는데. 병실은 3층이었는데, 1층에서 밖에서 조명 주고 찍은 장면이다. 많은 실험 끝에 겨우 완성했다. CG로만 얼굴에서 묻어나는 불빛, 눈에 묻는 불빛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임대형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거운 비극적 이야기에서 희극성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블랙코미디라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풍자, 이런 걸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이것도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눈물 나는 블랙코미디이다.”고 덧붙였다.

 

‘이발소’에 ‘찰리 채플린’이 등장하는 영화라니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이 떠올랐다. “이 영화 찍고 그 영화 봤습니다. 이명세 감독님이 충남 아산 출신이더라고요.”란다. 영화 개봉에 맞춰 특별한 행사를 갖는다. 12일(화) 저녁 CGV압구정에서는 영화 <개그맨>에서 찰리 채플린을 연기했던 안성기와 이명세 감독이 직접 출연하여 임대형 감독과 시네마톡을 펼칠 예정이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14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 필앤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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