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일어나 김광석] 김광석은 누가 죽였나 (이상호 감독,2016)

2017. 8. 20. 22:13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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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김광석 (2016 BIFAN 소개제목)

(박재환 2016.7.25 BIFAN리뷰) 지금은 당사자가 반론은 고사하고 자기뉴스를 자각할 수도 없는 형편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모 재벌회장의 민망스런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 막을 올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비슷한 ‘형편의’ 영화가 공개되었다. 당사자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한 스타의 죽음을 둘러싼 고발 다큐멘터리이다. <다이빙벨>로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영화제 하나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전 MBC기자 이상호의 두 번째 영화 <일어나 김광석>이다.

알다시피 김광석은 ‘노찾사’와 ‘동물원’을 거치면서 솔로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였다. 1996년 1월 6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32살. 그리고 20년 동안 그의 노래는 변함없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노래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송강호가 초코파이를 먹다말고 “갠 왜 그리 빨리 죽은 거야”라고 안타까워했고, <클래식>에서는 두 눈이 먼 조승우가 손예진과 재회했을 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흘려 나오면서 눈물콧물을 쏙 빼게 만들었다. 뮤지컬로도 만났고, KBS <불후의 명곡>에서도 만난다. 그의 추억과 사연이 서린 곳에서 노래비도 서고, 전시회도 열린다. 20년 동안 끊임없이 리바이벌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김광석을 떠올리는 게 맘 편치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김광석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이상호 감독이 말하고자 한, 단 한 사람 그의 아내일지도 모른다.

김광석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되었지만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나 히틀러처럼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 대단한 음모론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의 의문들이 눈덩이가 되어 부풀어가는 것이다.

다시, 1996년 1월 6일 그 날 아침. 김광석이 자살한 홍대부근 그의 자택으로 기자들이 몰려간다.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망각되겠지만 잊지 않은 기자가 있다. MBC 사회부기자 이상호도 있었다. 이상호는 그때부터 김광석을 둘러싼 이야기를 취재수첩에 빼곡하게 기록했고,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카메라에 정성스레 담아둔다. 이상호가 MBC를 그만 두고 ‘고발뉴스’를 만든 뒤,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일 TV뉴스의 앵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자문제로 고민을 해 왔으면 최근 자신의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빚어왔던....”. 그리고 ‘김광석 아내’의 오래된 인터뷰 장면도 나온다. “그냥 실수에요. 술 먹고, 장난하다..”

죽기 전날 밤, 저택에서 아내와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말다툼이 있었고, 전선을 목에 휘감아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류의 프로파일러나 과학적 검증은 차치하고, 의문점은 증폭된다. 그 ‘말다툼’에 대한 폭넓은 정황증거 - 비디오테이프에 오롯이 담긴 - 목소리와, 메모광 김광석이 일기장에 남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사람은 단 하나의 잔상이 남을 것이다. 계단에 쓰러진 주검(그래픽으로 처리됨)과 아내의 전화기 녹음. 이상호 기자는 20년의 세월을 절박하게, 집요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파헤쳐 핵심에 접근해 간다. 언제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듯한 김광석의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갈라서기 전의 부부가 그러한 격한 감정들과 장례식 다음날부터 펼쳐지는 이창동 스타일의 (유)가족다툼 등이 보는 사람을 우울하게 할지도 모른다.

김광석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생전에 이상호 기자의 손을 꼭 붙잡고 “내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그랬단다.

<일어나 김광석>의 이상호 감독은 작품 속에서 여전히 이상호 기자로 등장한다. 그가 김광석의 죽음을 파헤치는 것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유명한 가수라서 취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가장 약한 사람을 취재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가장 약한 사람이다. 억울하게 죽어 구천을 떠도는 억울한 혼령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마음들이 우리에게 있다.”고.

어떻께? <일어나 김광석>은 20년의 의문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동안 다양한 서브컬쳐 문화를 양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회장님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법률적 논쟁을 야기할 것 같지만 아직은 조용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언급된 사람은 숨죽이는 것일까. <일어나 김광석>의 영어제목은 직설적이다. “Who Killed Kim Kwang-seok?”. 부천영화제에 이어 내달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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