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죄와 벌 (서호빈 감독 2013)

2015. 6. 17. 17:4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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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독립영화관 2015년 6월 16일 방송분 리뷰  

16일 밤 12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 KBS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서호빈 감독의 2013년도 작품 ‘못’이 방송될 예정이다. ‘못’은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사 새삶’이 만든 독립영화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한국독립영화답게 낯선 연기자들이 출연하여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는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느 고등학교 3학년의 겨울방학 바로 전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0대의 마지막방학을 앞두고 담임은 공자같은 잔소리를 한다. “실수는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실수라는 거야. 하지만 실수를 감추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야. 분명히 나쁜 일이고 잘못된 일이다.“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그런 말.   

단짝 친구인 현명, 성필, 두용, 건우는 방과 후 일에 더 신경쓴다. 성필의 여동생 미경을 위한 자리. 친구들은 다들 현명과 미경이 사귀길 바란다. 조용한 현명은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날 밤 사달이 난다. 현명은 우연히 어머니가 건우의 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에서 미심쩍은 마음을 갖게 되고, 건우는 한밤에 미경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사고를 낸다. 미경은 그 자리에서 죽고, 건우는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날이 밝자 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친구들은 무거운 비밀을 가슴에 안고 뿔뿔이 흩어진다. 4년 뒤 군에서 제대한 현명이 고향을 찾지만 다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얽맨 과거는, 가슴에 담은 비밀은, 현명의 가슴에 응어리진 엄마의 비밀은 무엇일지. 외딴 산 작은 못, 차가운 물속에서 친구들은 흐느끼며 후회한다.   

독립영화 ‘못’에는 호효훈, 강봉성, 이바울, 변준석 등 신선한 얼굴의 연기자가 출연한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대만 후효현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처럼 순수하던 10대의 한 때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나머지 인생을 저당 잡히는 비극을 보여준다. 서울같은 번화가도 아니고, 반사회적강력범죄가 넘치는 곳도 아니다. 순수에 가까운 청년을 발목잡은 과거. 영악하지 못해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그 모습이 애달플 정도이다. 독립영화답게 잔잔하고, 투박하고, (제작여건상) 화면은 어둡지만, 충분히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부산 대저동, 기장군, 양산, 김해 일대에서 찍었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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