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창조주의 피붙이

2012. 6. 26. 14:1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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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은 최고조에 오른 컴퓨터그래픽 실력이 창조해낸 (아마도) 지구의 초창기 모습이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기 전, 티라노사우루스가 활개 치기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돌도끼를 발명하기 전보다 훨씬 전의 까마득한 옛날 모습이다. (아마도) 지구가 만들어졌다는 40억 년 쯤 전의 지구. 그 때 지구는 얼마나 황량할까. 아니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조지 루카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 순전히 디지털로 만들어낸 기형적인 자연미의 행성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마치 밀림이 가장 울창했을 때의 아마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마치 사약을 마시듯 검은 먹물을 성스럽게 들이키고는 신체가 분해, 절단되며 폭포의 물살로 떨어진다. 팔다리는 쪼개지고 갈라지고 살점과 핏덩이는 점점이 분해된다. (아마도) 이 생물체의 희생이 인류조상, 혹은 지구상 생물체의 최초의 DNA 기원임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40억 년 전. 거대한 강물에 한 점 DNA 쪼가리를 던진 저 위대한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 <프로메테우스>는 그 창조주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서기 2093년의 지구인의 오디세이다.

 

지구인, 창조주를 찾아 나서다

 

영화는 서기 2093년 웨이랜드 코퍼레이션의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의 여정을 보여준다. 감독이 30여 년 전 처음 선보였던 <에일리언>의 화물선 노스트로모호처럼. 이 거대한 우주항모에는 과학자, 생물학자, 지질학자, 군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드로이드도 탑승하고 있었다. 생명유지 장치 속에서 긴 잠을 자는 동안 프로메테우스는 LV-223행성에 도착한다.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곧 밝혀질 것이다. 돌멩이나 수거하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웨이랜드 회장님의 거창한 의도나 '안드로이드' 데이비드의 진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발달된 문명구조의 일원'이 만든 것이 분명한 거대한 구조물을 발견하게 되고 이내 정체불명의 괴생물체를 우주선 안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웨이랜드 사의 창업주는 자신의 일생의 소망인 인류의 창조주이자 삼라만상의 시발점인 위대한 '엔지니어'를 만날 수 있을까. 오래된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을 보았다면 결말, 혹은 넥스트 스텝을 알수 있을 것이다. 웨이랜드 회장님의 위대한 망상이나 승무원의 거창한 희생, 그리고 인간미 없는 안드로이드의 꽉 막힌 프로그래밍과는 전혀 상관없이 창조주의 몰락과 괴생물체의 끝없는 번식을 지켜봐야한다는 것을.

 

 

리들리 스콧, 에일리언을 복제하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올해 74세이다.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같은 열광케하는 SF만 만든 게 아니라 <글래디에이터>와 <델마와 루이스>까지, 못 만드는 이야기가 없는 최강의 비주얼리스트이다. 그가 <에일리언>에서 못 다한 이야기나 새롭게 끌어내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생명의 기원을 탐사하려는 발칙한 의도일까. 아니면 H.R. 기거의 기괴한 괴생물체의 또 한 번의 복제일까.

 

상상 가능한 서기 2093년의 과학적 성과로 보자면 의문이 남는다.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까지 만들어내는 인류가 직접 그렇게 머나먼 우주여행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프로메테우스 우주선의 주인은 왜 자신의 뇌와 심장을 이식시켜 영생을 얻으려는 과학적 시도대신, 무모한 ‘창조주와의 직접대면’에 매달렸을까. 확실한 것은 서기 2093년이 되어도 여전히 의학(과학)보다는 신학이 더 인류를 사로잡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새로운 여전사는 당분간 외계인과 괴물과 창조주 사이에서 십자가를 휘두를 듯하다. (박재환, 20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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