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어쌔신] 비의 이 영화, 잔인하다

2009. 11. 18. 09:3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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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11월 6일) 왕십리CGV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화제의 영화 <닌자 어쌔신>(Ninja Assassin)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예전에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가 통상 두 차례 진행되었다. 하나는 개봉 전 기사작성을 위해 신문사나 저널소속 기자들을 위한 언론시사회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전국의 극장관계자들을 위한 배급시사회였다. 그런데 요즘은 정통적인 의미의 기자(혹은 평론가)들만 시사회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배급이란 것도 전국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별 의미가 없이 쓰인다. 어쨌든 이날 시사회는 두 개 상영관에서 이루어졌는데 객석이 가득 찼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비(정지훈)에 대한 관심과 <닌자 어쌔신> 영화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99분간 사지절단, 유혈낭자, 피바다의 향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가슴에 안고는 극장을 나섰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말이다.

닌자 어쌔신, 닌자를 죽이는 암살자 비

   고아 ‘라이조’는 베일에 싸인 비밀조직 오주누 파(派)에게 거둬져 훈련을 받고 세계 최고의 인간 병기로 키워진다. 어느 날 조직에 의해 친구가 무자비하게 처형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조직을 뛰쳐나온 뒤 행방을 감춘 채 조용히 복수를 준비한다. 한편 베를린에서는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한 정치적 암살사건을 추적하던 유로폴 요원 미카가 일급비밀 문서를 손에 넣게 되고, 그로 인해 라이조의 라이벌인 타케시가 이끄는 오주누파 암살단의 표적이 된다. 우연히 쫓기는 미카를 구해낸 라이조는 조직이 두 사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이제야 결전의 때가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유럽 전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라이조와 미카는 살기 위해, 오주누파를 끝장내기 위해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만 한다.

    홍보사에서 내놓은 영화 시놉시스는 깔끔하다. 킬링타임용 액션무비로서 더 넣거나 더 뺄 것이 없는 스토리라인이다. 한국 영화팬으로서는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비가 바로 주인공 ‘라이조’ 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가 태권도를 한다거나 양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상처와 흉터, 생채기가 가득한 상체를 드러내고 ‘니뽄도’와 체인에 달린 비수를 휙휙 휘두르며 사람을 ‘절단하는’ 전직 닌자 역을 거뜬히 해치운다. 비가 이 영화 홍보에서 영화 촬영 전에 몸을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 과정을 줄곧 강조한 것은 이해가 간다. 척 노리스나 견자단, 아니면 젊은 브르스 윌리스가 하기에도 힘에 겨울 것 같은 액션 씬의 나열이니 말이다. 일단 비에게 박수를.

    닌자는 일본역사에 등장하는 특이한 존재이다. 자신의 주인을 위해 살인을 마다않는 존재이다. 정치적(당연히 군사적) 라이벌의 궁성에 잠입하여 정보를 빼오거나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잘 훈련된 살인병기이다. 이들은 이후 사무라이와 함께 일본 대중문화의 주요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그 신비로움 때문에 홍콩에서도, 미국에서도 꾸준히 닌자영화가 만들어졌다. 하다못해 <닌자 거북이>라는 만화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신상옥 감독도 할리우드에 머물 때 닌자 영화(애니메이션)를 제작했었다. 그런데 닌자는 원래 피도 눈물도 없는 1회용 잔인한 살인기계이다. <닌자 어쌔신>에서 살인기계로 양성된 라이조가 사랑이랄 것도 없는 순정을 보여주는데, 여하튼 그 때문에 조직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이런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이나 공감운운하는 것은 숭고한 오락영화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으니 생략.

   시사회를 먼저 가진 뒤, 11월 9일 롯데호텔에서는 비(정지훈)가 참석한 가운데 <닌자 어쌔신 아시아 기자회견>이 열렸다.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아시아 9개 나라의 기자들이 참석했다고 홍보사측은 밝혔다.

   한국 영화팬으로서 일단 우려스러운 것은 비가 너무 잔인한 영화에 출연하여 그의 평소 이미지를 망쳐놓을 것 아닌가하는 점이다. 하지만 비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비와 ‘인간’ 비에 대해서는 잊고 영화 속 닌자 어쌔신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목표였으며, 그것을 이루었다고 대견해하며 소감을 밝혔다. 마치 껍질을 깨고 한 차원 높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새처럼 말이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개봉 이후 이 영화는 비디오샵 액션영화 코너에서 견자단과 토니 자, 제이슨 스타뎀 작품들과 함께 나란히 놓일 영화이지만 말이다. 너무 억울해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할리우드의 명 프로듀서와 거듭하여 작업을 하는 행운을 갖는다는 것이 아시아 스타에게 흔한 일인가. 성룡도, 이연걸도, 장쯔이도 결국 할리우드 체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컴백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이 영화에는 비 말고도 많은 한국계 배우가 나온다. 비의 아역을 맡은 윤성웅을 비롯하여 어린 시절 역을 맡은 이준은 뜻밖의 캐스팅이었다. 릭 윤과 랜달 덕 김, 성 강 등도 이제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한국계 배우이다. 수많은 스타가 명멸하는 할리우드 극장가에 비의 호기로운 도전인 셈이다. 조금 강한 상대를 만나 온몸으로 부딪친 경우일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비는 자신의 영화가 언젠가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을 차지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꼭 이 영화가 아니어도 말이다. 그때까지 더욱 노력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이 영화는 11월 25일 개봉한다. 이날 같이 개봉하는 영화는 존 트라볼타, 로빈 윌리엄스가 나오는 가족 코미디 <OLD DOGS>와 비고 모텐슨과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은 <더 로드>라는 작품이 있다. <더 로드>는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 코맥 매카시의 퓰리쳐 수상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으로 지구대재앙 이후의 암울한 세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2012>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기에 흥행결과가 주목된다. 세 영화 모두 미국에서는 ‘와이드 릴리스’이다. 비의 비상이 기대된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액션영화는 액션영화답게 즐기면 된다. 물론, 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by 박재환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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