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이라크 전 폭발물해체팀원의 트라우마

2009. 10. 19. 14:46미국영화리뷰




    <허트 로커>의 감독 캐스린 비글로우(Kathryn Bigelow)는 여성감독이다. 물론 군대에도 안 간 사람이리라. 이 여자가 유명해진 것은 <폭풍 속으로>와 <스트레인지 데이즈> (▶리뷰 보기)같이 멋진 영화 때문이라기보다는 한때는 제임스 카메론의 와이프였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거 쓰고 보니 굉장히 마초적인 표현이네^^) 여성 감독치고는 참 파워풀한 영화를 잘 만든다. 이 작품도 파워풀하고, 멋있다. 쿨하다.

   불발탄, 시한폭탄, 의심물질을 발견한다면...

   군대 이야기이니까 먼저 군대이야기.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후방 전라도 땅이었다. 우리나라 어디든지 군부대는 있고, 사격훈련장도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군부대 사격장에는 불발탄이 있을 수 있다. 그게 연습탄일 수도 있고, 625때 남겨진 중공군의 폭탄일 수도 있고, 미군의 폭탄일 수도 있다. 불량품이었든지 뇌관이 터지지 않아 그냥 땅 속에 묻혀 있다가 10년, 20년... 반백 년이 처박혀 있을 수 있다. 그러다가 큰비가 내려 땅밖에 살짝 고개만 내밀 수도 있다. 요즘도 공사판에서 심심찮게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내가 있었던 부대에서 실제 있었던 일. 방학 중에 서울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사격장에서 불발 수류탄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들고 갔다. 방안에서 모여앉아 이리저리 돌려보고 망치도 두들겨도 본다. 그러다가 폭발한 것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좀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아마 연습탄이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고폭탄이었거나 했으면.....

   우리나라 신문에서도 가끔 625때 묻혔던 폭탄이 발견되어 군부대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하여 안전하게 처리했다는 기사가 곧잘 난다. <허트 라커>는 바로 그런 군부대 특수임무 대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는 이라크이다. 이라크에는 수십 년 된 폭탄이 문제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 어젯밤 몰래 파묻은 폭탄들, 순진하게 생긴 사람의 온몸에 칭칭 감아 관공서에 내보낸 인간폭탄이 문제인 것이다. 요즘도 이라크에서는 여기서 펑, 저기서 펑.. 한다. 매번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긴다. 그곳에 주둔하는 미군부대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 용어로는 EOD bomb squad (Explosive Ordnance Disposal, 폭발물제거)팀이다.

폭발물은 안전하게 제거하라!!!!

  사람이 들끓는 바그다드 한 복판. 의문의 자동차가 서 있다. 딱 좋은 길목이다. 터지면 사방 수십 미터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미군 - 그게 해병대든, 육군이든, 특전사든, 아님 이라크 민병경찰이든 뭐든- 은 즉시 길목을 차단하고 멀찍이 서서서 EOD 팀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험비를 타고 EOD팀이 도착한다. 선임하사 한 명에 그를 도와주는 병장 하나, 상병 하나. 하사가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폭발물에 접근할 동안 두 병사는 멀리 떨어져서 무전으로 상황을 처리한다. 물론 어디선가 누군가의 저격을 방어하는 임무까지. 맷 하사(가이 피어스)와 샌본 병장(안소니 마키), 그리고 우웬 상병(브라이언 게라그티)은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며 위험천만의 폭발물을 제거한다. 그런데 어느 날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맷 하사가 엄청난 폭음과 함께 휘잉 날아가 버린다. 즉사한다. 사실 폭발물은 위험 그 자체이다. 어디서 터질지, 그리고, 하나만 숨겨져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원격으로 터뜨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맷 하사는 죽고 우원 상병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윌리엄 하사(제레미 레너)가 이 위험한 임무를 이어 맡는다. 샌본 병장이 보기에는 이 사람 보통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 폭발물 해체 일을 은근히 즐기는 사람 같다.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세 사람은 폭발물 제조에 철벽공조를 보여야하나 윌리엄 하사는 매번 위험한 임무를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치운다. 자신과 자신의 팀원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엄청난 위험에 직면한다.

  <허트 로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며, 프리랜스 작가인 마크 보올(Mark Boal)이 각본을 맡았다. 마크 보울은 2004년 <플레이보이>에 이라크전 참전용사의 후유증을 다룬 <엘라의 계곡>(In the Valley of Elah)을 실었다. 이 기사는 폴 해기스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라크전에 관심이 많은 마크 보울은 이번엔 폭발물 처리팀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겼다. ‘허트 라커’(Hurt Locker)가 무슨 말인지 우선 궁금했다. 미국 군대에서 통용되는 슬랭이란다. ‘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어떤 것’이란다. 마치 ‘온갖 고통만 잔뜩 들어있는 라커’처럼. 이 영화에서는 분명 그 라커 안에는 째깍째깍 초침이 열심히 돌아가는 엄청난 양의 폭약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걸 당신에게 던져놓는 것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열심히 뛰어서 도망가든지 EOD의 제임스 하사가 무사히 제 시간 내에 폭발물을 해체하는 것을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는 정말 숨 막히게 진행된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지만 그 배우들이 누구인지 신경 쓸 틈도 없을 지경이다. 그나마 조금 유명한 배우들(데이빗 모즈, 가이 피어스, 랄프 파인즈)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다. 대신 보고 반가웠던 인물은 아주 잠깐, 윌리엄 하사의 아내로 후반부에 잠깐 얼굴 내비친 에반젤린 릴리이다. 미드 <로스트>의 그 말썽쟁이 케이트 말이다.



 지금도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폭발물 사건은 끔찍하다. 제임스 하사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온다. 아내와 쇼핑을 보면서 평화로운 세상에 정착하는 듯하더니.. 이내 가족에게 그런다. “내가 있었던 곳은 말야....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탕을 나눠 줘. 그러면 사람들이 마구 몰려들지. 그때 펑~ 하는 거야. 아수라장이 되지.....” 제임스 하사는 또 다시 이라크로 돌아간다. 육중한 방호복을 입고는 몇 개나 될지, 얼마나 될지 모르는 폭발물을 해체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그가 성공하면 ‘아무도 모르지만’ 수십 명이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그가 실패하면... 또 다른 EOD팀 하사가 올 것이다. 이라크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라크가 아닌 인근 나라 요르단에서 찍었단다. 당연하겠지만 이라크에서의 촬영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쿠웨이트 미군도 난색을 표했단다. 대신 요르단 군 당국은 영화촬영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다. 촬영 팀이 머물고 있는 호텔 경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영화는 중동 땅 이라크의 황량함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황량한 사막 가운데에서의 총격전(저격 장면)은 감독의 전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인상적이다.

  우리는 잘은 모르지만 그곳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비극적 뉴스가 거듭될수록 마치 이라크에서 후세인을 몰아낸 것은 잘못이고 미군은 점령군으로 석유 약탈하러간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제는 미군이 발을 쉽사리 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는 어찌 돌아가는지 솔직히 나는 모른다. 마치 1945년 해방공간의 한반도처럼. 그 때 우리는 좌익과 우익이 나뉘어 입싸움만 했다면 지금 그 곳에선 새로운 신생공화국을 위해 총칼 들고 폭탄을 연신 터뜨리며 상대를 처단하는 단계인 모양이다. 그런 미군의 EOD가 있는 것이다.

   ‘전쟁은 마약 같은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것은 군산복합체를 이끄는 사람들이나 세계지도를 앞에 두고 그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초강대국 리더의 심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폭발물해체에 매료된 군인들을 변태로 묘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미군들이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들이 이라크 전을 무사히 종식시키고 이라크에 평화를 심어두고 귀국하더라도 오랫동안 그들에겐 딱지가 붙어 다닐 것이다.

  이 영화는 누구나 다 아는, 아니 누구나 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라크의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가장 끔찍한 폭탄테러에 대해 묵묵히 해체작업을 진행하는 정말 보기 드문 전쟁영화의 걸작이다. 캐서린 비글로의 전 남편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이라크전을 다룬 <플래툰>”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원더풀!!!!   (by 박재환 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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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ita2009.10.19 15:53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꽤나 미인이죠. ^^
    잊을만하면 작품을 들고 나오시네요. 폭풍속으로와 니어다크를 아주아주 좋아하는데 웨이트 오브 워터에서 너무 실망을 해서 잊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렇게 선굵은 영화들에서 장기가 발휘되나 보군요. 요즘 이 영화에 대한 좋은 평이 많이 올라오던데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