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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서스피션] 아내, 남편을 의심하다

by 내이름은★박재환 2009.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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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스피션>(Suspicion,의혹)은 스릴러 영화의 귀재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1년도 작품이다. 히치콕 감독은 그 전해에 <레베카>란 영화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대픈 뒤 모리에 (Daphne du Maurier)의 소설을 미국 관객 입맛에 맞게 각색한 <레베카>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히치콕 감독에게는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트로피였다. <레베카>에서 가련한 여인 역을 맡았던 배우가 조안 폰테인이었다. 히치콕 감독은 조안 폰테인을 데리고 다시 한 번 가련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서스피션>(의혹)이다.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누명쓴 남자, 쫓기는 커플, 의심가는 사람들, 알 수 없는 인물 등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서스피션>은 영국의 범죄소설작가 프랜시스 아일즈(Francis Iles)의 <Before the Fact>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소설은 확실히 범죄소설이지만 영화는 ‘로맨틱 사이코 스릴러’이다. <레베카>도 원작소설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길 수는 없었다. 당시 검열과 관련하여 살인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없기에 ‘소설에 등장하는’ 결정적인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원작과 달리 묘사되었다. <서스피션>도 원작과는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일단 영화를 보자!


순진녀, 타락남에 빠지다

 

   런던으로 가는 기차. 특실에서 리나(조안 폰테인)가 책을 읽고 있다.(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아동심리학에 관한 것이다) 그때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나 앞좌석에 털썩 앉는다. “아, 옆자리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대어 잠시 이리로 자리를 옮겼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조니 아이스가스(케리 그랜트)이다. 잘 생겼고, 매너 있고, 말 잘하고... 여하튼 그렇다. 그런데 차장이 와서 차표 검사를 하는데 보니 ‘3등실’ 손님이었다. 이 남자 뻔뻔하게도 자기는 돈이 없다며 리나에게서 돈을 꾼다. 이 남자 누군가? 괜히 관심 간다.

   곧 그 남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조니 아이스가스는 사람들에겐 사기꾼이며 불한당, 난봉꾼, 플레이보이로 낙인찍힌 악당이다. 하지만 워낙 유들유들한 말솜씨와 능글맞은 매너 때문에 어딜 가나 여자들이 그를 둘러싼다. 이른바 멋진 남자! 리나는 다시 만난 조니와 덜컥 결혼식을 올린다. 짧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들 신혼 커플은 호화저택에 짐을 풀고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 남자의 실상이 드러난다. 빈털터리 조니는 신혼여행도, 신혼집도 전부 여기저기서 끌어들인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곧 갚아야할 빚들. 리나는 조니에게 일을 구해보라고 말한다. 그러자 조니는 언제 준비했는지 “부동산 관련사무실에 출근할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니의 직업과 사기행각은 계속된다. 하지만 리나는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오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열심히 사무실에 다니는 줄만 안다. 하지만 조니가 한 남자를 끌어들여 대규모 리조트 부동산사업을 한다고 나설 때부터 의심이 일기 시작한다. 남편에 대해 듣게 되는 이야기란 ‘경마도박’ 아니면 ‘횡령’이니깐. 게다가 남편이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추리작가 아줌마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것이 ‘독살해도 증거가 전혀 남지 않는 독극물‘이다!!!!

   리나의 아버지가 죽고, 유산을 얼마 안 남겨주지 않자 조니의 얼굴에는 실망한 눈빛이 역력하다. 게다가 같이 사업한다는 남자가 파리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리나는 점점 더 남편이 의심스럽다. 그러다가 곧 남편이 자신을 독살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증거가 남지 않는’ 독극물을 탄 우유를 마시게 해서 말이다. 리나는 그 우유를 끝내 마시지 않는다. 아침이 되자마자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조니는 자신이 기차역까지 바래다주겠다면 차에 태우고는 절벽 가 도로를 횡포하게 달린다. 깎아지른 듯 위태로운 절벽 길에서 차 문이 열리고.....  

캐리 그란트, 조안 폰테인의 매력

 이 영화의 재미는 두 캐릭터의 연기에 달려있다.

  우선 남자. 조니 아이스가스(케리 그랜트)는  처음에 철없는 아이 같이 나온다. 마치 밥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같은 사고방식. 돈이 없어도 일단 저질러놓고, 돈이 필요하면 여기저기서 빚내거나 유품을 팔아치운다. 장인이 결혼선물로 준 골동품 의자(아내가 애지중지 여기는)도 곧바로 내다판다. 그리곤 아내가 물어보면  단 1초도 걸리지 않고 적당한 이유를 댄다. 아내는 사랑으로, 남편의 언변에 넘어간다. 이 남자는 철없는 플레이보이에서, 철저한 비즈니스 꾼으로, 그리곤 치밀한 살인범으로 변해간다. 관객도 한 번 속고, 두 번 속으면서 이 남자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어 개과천선할 남자인지, 아니면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범죄인인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여자. 리나(조안 폰테인)는 무료한 전원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재밌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자랑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다. 신혼의 단꿈도 잠깐. 이 알 수 없는 남자에게서 신뢰가 자꾸 떨어지고 결국은 자신의 목숨도 불안할 뿐이다. 과연 남자의 정체는? 아내는 독살당할까?

   소설에서는 남편이 사기꾼이며, 횡령범에, 도박꾼 등으로 나온다. 그리고 살인범으로 나오고 말이다. 결혼도 처가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 대해 의심을 계속하고 마침내 마지막 우유에 독이 든 것을 알면서도 마시면서 끝난단다 . 하지만 히치콕 감독은 소설을 좀 더 재밌게 만들 생각이었다.

히치콕 감독이 프랑소와 트뤼포와 가진 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감독의 구상은 이랬단다. 아내는 남편을 의심한다.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그이를 사랑하지만. 그는 살인자에요.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내가 죽더라도. 그를 보호해주세요..” 뭐 이런 식으로. 남편이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 독약이 든 우유 잔을 건네준다. 아내는 “이 편지 좀 부쳐줘요”라고 말하며 잔을 들이킨다. 아내는 죽고, 남편은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그 편지를 부친다.


  하지만 영화사 고위층이 ‘케리 그란트’의 이미지를 우려하여 결말을 180도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처리하였단다. 사실 소설에서는 남자는 굉장한 난봉꾼으로도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역시 케리 그란트의 이미지를 고려하여 성(性)적인 내용은 전부 빼버렸단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원작소설과 영화화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작품이 곧잘 예를 든다. 히치콕이 아직 미국에서 큰소리칠 형편이 못 되었는지 아니면 할리우드 스타일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들어놓아도 뭐, 결말은 열려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편이 과연 개과천선했을까? 아내는 마지막에 또 한 번 속은 게 아닐까?


  자기 영화에 얼굴 내밀기 좋아하는 히치콕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깜짝 출연한다. 영화 중반에 우체통에 편지 넣는 사람으로 잠깐 ‘카미오’ 출연한다. 못 말리는 히치콕 할배!

  이 영화는 194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결국 작품상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휴먼드라마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에 돌아갔다. 대신 여주인공 조안 폰테인이 여주주연상을 수상했다. 조안 폰테인은 그 전해 <레베카>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었지만 고배를 들었었다. 이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정말 별들의 전쟁이었다. 바바라 스탠윅(Ball of Fire), 그리어 가슨(Blossoms in the Dust),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Hold Back the Dawn), 그리고 베티 데이비스(The Little Foxes)가 후보에 올랐었다. (박재환 2009-06-02)

 

 

Suspicion (1941 film)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1941 American film by Alfred Hitchcock Suspicion is a 1941 romantic psychological thriller film directed by Alfred Hitchcock and starring Cary Grant and Joan Fontaine as a married coup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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