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개봉영화(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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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리뷰] 진정한 ‘배달의 기수’
지금은 지상파에서 사라진 전설적 TV프로그램이 있다. ‘배달의 기수’라는 국방홍보영화이다. 지금은 대부분 희화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거론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군과 민의 소통과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꽤나 진취적인 국방부 홍보영상물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은 국군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 때 국방부의 협찬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충무로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도 드물다. 몇 년 전 ‘알투비’라는 공군‘협찬’영화가 기억될 뿐. 오늘 꽤나 의미 있는 영화가 개봉된다. 김학순 감독의 ‘연평해전’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지난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이 온통 월드컵 분위기에 휩싸였을 때 서해안 연평도 바다에서 벌어졌던 남북한 군사충..
2015.06.24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1938년, 케이죠(京城) 쇼조(少女) 사라지다 (이해영 감독,2015)
1938년의 한반도 풍경을 상상만이라도 해볼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이라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이다. 만약 그 두 영화를 봤다면 이번 영화도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박보영이 ‘늑대소년2’를 찍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1938년 녹음이 푸르른 어느 여름날, 세단차 한 대가 수풀 우거진 산길을 달려 경성에서 가까운 한 요양학교에 들어선다. 계모의 손에 이끌린 주란(박보영)은 소녀들만 있는 학교에 편입한다. 처음엔 폐병 환자처럼 쿨럭이던 주란에게 교장(엄지원)은 매일 아침 주사를 맞힌다. 모든 학생들은 건강해진다는 약을 먹고, 체육시간에는 멀리뛰기를 한다. 잘 달리고 멀리 뛰는 우수학생에게는 일본유학이라는 달콤한 약속도 ..
2015.06.17 -
[샌 안드레아스] 대지진의 날 (브래드 페이튼 감독,2015)
지난 2011년, 1만 5천명 이상이 희생된 동일본대지진은 모멘트규모 9.0의 초대형지진이었다. 여태 기록된 최대 규모의 지진은 1960년 칠레 발디비아 지진으로 진도가 9.5에서 10사이였단다. 미국도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 세기 전에 일어났던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은 3천 명 이상이 사망했었다. 당시는 지진의 규모를 계측하기 전이라 추산하기로는 대략 7.8정도로 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른바 불안정한 단층구조에 위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서부의 경우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 사이에서 불안정한 지각운동을 일으키고 있어 조만간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바로 그 지점 - 샌 안드레아스-에 또다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과학적으로, ..
2015.06.17 -
[무뢰한 리뷰] 못난 사랑 '무뢰한' (오승욱 감독,2015)
‘무뢰한’을 감독한 오승욱 감독은 서울대 미대(조소과) 출신이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에서 유려한 미장센을 먼저 논할 필요는 없다. 미술 대신 영화가 좋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살고 싶다’(93) 연출부를 거쳐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97) 조감독을 했다. 심은하가 출연한 멜로 ‘8월의 크리스마스’(98)의 각본도 썼고, 마침내 지난 2000년에 하드보일드 액션 ‘킬리만자로’로 영화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전국 관객은 겨우 9만 5천 명!) 그리고 1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감독작품이 바로 이 ‘무뢰한’이다. 15년의 세월이 걸린 것은 그만큼 충무로에서 작가주의 영화, 혹은 장르영화를 제대로 만든다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몇 번의 좌절 끝에 전도연과 김남길이 주연으로 나섰다.전도연은 한 ..
2015.06.03 -
[리뷰] 한반도의 핵이 위험하다 - 적도
홍콩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꽤나 청렴한 나라이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홍콩 렁록만/써니 럭 감독의 작품 ‘콜드 워’(寒戰)는 홍콩이 깨끗한, 아니 깨끗해진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바로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라는 공무원 감찰기관의 활약상을 극도의 스릴러 드라마로 보여주었다. 그 두 감독이 ‘콜드 워’를 준비하며 염정공서가 하는 여러 일들을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바로 홍콩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의 위기처리 대응방식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1999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그리고 갈수록 중국의 입김이 세어지는 상황에서 홍콩에서 초특급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감독은 이런..
2015.06.01 -
[리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케네스 브래너 감독,2015)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는 대개 1950년에 개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집에 나온 이야기가 바탕이다. 동화의 기반이 되는 설화나 전설이 대개 그러하듯이 “계모에게 구박받던 주인공이 신성한 사람의 도움으로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는 이 이야기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온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호박마차’와 함께 ‘유리구두’라는 패셔너블한 매력이 있다. 과연,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가 75년 만에 실사영화로 다시 만든 ‘신데렐라’(Cinderella)는 어떨까. 분명 자의식 뚜렷한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할 것이고, 할리우드 특유의 환상적CG로 영화 팬의 혼을 쏘옥 빼놓을 것이다. 옛날옛날 먼 옛날, 머나먼 어느 왕..
2015.04.15 -
[리뷰]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흉악범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을 받아야한다. 인륜을 저버린,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은 마땅히 극형을 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임기를 두 달 남겨둔 1997년 12월 30일이었다. 이날 그동안 집행이 미뤄진 사형수 23명이 한꺼번에 교수형 당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 까기 그 어느 법무부장관도 사형집행을 결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가 인정한 ‘사형제도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단다. 현재 사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자는 58명에 이른단다. 사형제도가 중범죄에 어느정도 예방..
2015.03.16 -
[리뷰] 드래곤 블레이드 ‘애국자 성룡’
지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박스오피스 시스템에 의해 전국 극장의 매표현황이 거의 100% 집계된다. 이렇게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주먹구구식으로나마 대박 흥행기록이 등장한 것은 1979년이다. 성룡이 출연한 우스꽝스런 코믹쿵푸 ‘취권’이 근 1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다. 당시엔 멀티플렉스극장도 없었고, 네이버영화정보사이트도 없었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서울 ‘국도극장’ 한 곳에서만 6개월간 상영되며 이룬 대위업이었다. 이후 성룡 영화는 해마다 우리나라 극장가 흥행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형도수, 용소야, 프로젝트A 등등. 그래서 자연스럽게 설 이나 추석같은 ‘명절에는 성룡영화’라는 공식이 세워졌다. 성룡은 글로벌 스타가 되었고, 그의 영화는 스펙터클 해졌..
2015.03.16 -
[리뷰] 순수의 시대, ‘세 남자와 한 여자’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色,戒 Lust,Caution)는 제목부터 철학적이었다. 더군다나 중간에 ‘쉼표(,)’를 넣은 것은 뭔가 한 단계 더 생각하게 만든다. 내일 개봉하는 안상훈 감독의 ‘순수의 시대’는 제목부터 문학적이다. 게다가 이방원이 일으킨 ‘왕자의 난’을 다룬다니 뭔가 근사한 작품이 나올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목부터 관객을 단단히 속인다. 아무리 보아도 순수하지 않은 캐릭터가 치명적이지도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이다.‘순수’의 상징은 주인공 김민재 장군(신하균)일 것이다. 여진족 어미의 소생으로 정도전이 거둬 키운 민재는 정도전의 승승장구와 함께 태조 이성계의 오른팔이 될 정도로 출세가도를 달린다. 강골 무사 기질의 그에게 태조가 직접 자신의 왕권과 조선의 운명을 부탁할..
2015.03.04 -
[오마르]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 Omar, 2013)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곳은 대개 이 지역이다. 이라크, IS창궐지역,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일대이다. 그중 ‘이스라엘의 비극’, 혹은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물론 그 씨앗은 2천 년 전에 뿌려졌지만. 시나이반도 땅에 이스라엘이 정착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점 그곳에서 내쫓기고 생존의 공간이 축소되어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마저 격렬히 비난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의한 일방적인 장벽설치(West Bank barrier)이다. 이스라엘은 테러공격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총길이 712킬로미터의 장벽공사를 하고 있다.(현재 62%완공되었단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거지역을 높다란 콘크리트 장벽으로 에워싸..
2015.02.05 -
[리뷰] 연애의 발견 이승기와 문채원이 연애를 한다면...
젊은 사람들의 연애 방정식은 정해져 있다. 최근 개봉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에서도 확인(!)된 바이지만, 적정연령에 도달한 청춘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이성에 끌리게 되고, 각자의 재능이나 현재수준에 맞게 작전을 짜고, 없는 시간과 돈마저 투자하여 상대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이런 표준화된 정석보다는 찰라적 선택의 성과담이 주위에 넘쳐난다. 보통 “그놈이 술이 웬수”거나 “불타는 금요일밤의 추억”으로 연애가 완성된다. ‘죽어도 좋아’(02), ‘너는 내 운명’(05), ‘내 사랑 내 곁에’(09) 등 범상치 않은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박진표 감독이 이번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의 모습에 눈을 돌렸다. 기다림의 미학이나 손..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