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개봉영화(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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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진화의 시작]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그리고 인간
찰톤 헤스톤이 주연을 맡았던 SF영화 ‘오리지널’ 은 1968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우리나라 극장에서도 개봉되었고 TV에서도 몇 차례 방송되었다. TV에 처음 방송될 시절(아마 1970년대 흑백시절)을 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면이 있다. 그 당시엔 비디오도 없었고, 시네마테크도 없었던 시절이다. 물론 유튜브도, 블로그도 없었다. 그런데 이 방영된 다음날 학교에서는 어린애들이 왁자지껄 그 영화를 두고 하루 종일 떠든다. 줄거리와 장면을 세밀하게 떠올리고 즐거워하고 신나게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전날 방송된 만화영화 의 명장면을 리플레이하고, 의 무서운 장면을 더욱 무섭도록 재연한다. 나는 문득 그 시절의 인간의 기억력은 지금(2011년)의 인간들보다 더 뛰어나..
2011.08.22 -
[에일리언 비키니] ‘인디’ 영화감독의 자격 (오영두 감독 Invasion of Alien Bikini , 2010)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는 적어도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공익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남자의 도전은? 합창단일 수도 있고, 전투기를 몰아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방송된 것 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10월 3일부터 2주 연속으로 방송된 > 코너에 포함된 것이었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김태원 등 남격 멤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방송에서 빠진 김성민은 초심 편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중인 한 독립영화의 단역배우로 출연하는 것이다. ‘봉창’ 김성민은 의 세 번째 작품 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영화배우보다는 ..
2011.08.19 -
[마당을 나온 암탉] 동물의 왕국 (오성윤 감독 2011)
지난 달 27일 여름방학 성수기 관객유치 경쟁이 치열한 극장가에 만화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면 만화영화, 즉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심심찮게 개봉되었다. 굳이 여름 방학이 아니어도 디즈니와 픽사, 그리고 후발 주자까지 가세한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에서 대박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개봉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와중에 한국산 애니메이션도 한 해에 몇 편씩 꼬박꼬박 만들어지고 극장에 내걸리고 있었다는 사실. 물론 이들 국산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적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대한민국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화두가 던져지면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이 애니메이션 분야이고 오랫동안 외국업체의 하청작업을 거치면서 나름 노하우가 많..
2011.08.18 -
[카우보이 앤 에이리언] 제 3종과의 결투
한때는 서부극이 최고의 인기 장르였던 시절이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상 잔뜩 찌푸린 차가운 총잡이의 면모를 보여 주기 전에 존 웨인이란 전설적 거물이 있었다. 물론 이들 말고도 한 시절을 풍미한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서부극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알란 랏드, 글렌 포드, 율 브린너, 게리 쿠퍼, 제임스 스튜어트 등등. 수많은 헐리우드 스타들이 총 한번 씩, 아니 여러 번씩 쏘아보았다. 존 포드와 샘 페킨퍼 감독을 거치면서 서부극은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정의의 보안관도 있었고 천하의 악당도 있었다. 못된 인디언을 척결하는 백인 기병대도 있었으며 거꾸로 인디언 영역을 침범한 백인 무리를 처단하는 수정주의(?) 서부극도 있었다. 스파게티 혹은 마카로니 ..
2011.08.12 -
[최종병기 활] 살아남아랏!
이번 여름이 오기 전 국내 한 영화주간지에서는 이번 여름 시즌 극장을 책임질 네 편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며 ‘사대천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 , 그리고 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사(배급사)가 자신들의 명운을 걸고 돈과 재능과 영화인재를 쏟아 부어 만든 영화들이다. , 마지막 편, 그리고 수많은 애니메이션까지 총출동한 여름극장가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는 충무로의 저력을 보여준 이들 영화를 사대천왕이라고 칭하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이들 작품 중 마지막으로 개봉되는 은 병자호란 때의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병자호란(1636~1637)은 조선 인조 시절에 일어난 외침이다. 당시 중국대륙은 한족의 명(明)이 수명을 다하고 만주족이 중원을 장악해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교사..
2011.08.10 -
[7광구] 산유국의 꿈, 블록버스터의 몽상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이다. 그런데 면적대비 인구는 참 많다. 다행인 것은 야무진 꿈을 꾸는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수출도 많이 하고 크리에티브한 작품도 많이 생산해낸다. 이런 한국에 없는 것은? 없는 것도 많지만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석유(원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까지 난다면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될 터인데 말이다. 1970년대 초 이 나라에 난리가 났다. 제주도 남쪽 먼 바다 밑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를 몇 개의 섹터로 나눴는데 7광구(섹터7)쪽 바다이다. 제주도 남쪽, (일본 땅) 오키나와 북쪽 지역이다. 당시 추산으로는 8만 평방킬로미터의 이 바다 밑 해저 유광에는 석유와 가스가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
2011.08.09 -
[개구쟁이 스머프] 스머프가 돌아왔다. 가가멜도 함께.
우리나라에 파란 요정 스머프가 처음 방송된 것은 1980년대이다. 이번 여름에 ‘실사+애니메이션(CG)’ 합성영화로 개봉될 영화의 제목은 지만 그 당시엔 표준어 표기법에 따라 로 KBS 2TV 평일 저녁에 방송되었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만화영화를 기억할뿐더러 “랄랄라 랄랄라~”라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알고 보니 스머프는 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된 캐릭터이다. 삐삐는 스웨덴에서 태어났고 스머프는 벨기에가 고향이다. 페요라는 필명의 작가 피에르 컬리포드가 1958년에 처음 펴낸 동화책에 등장한다. 깊은 숲속에 버섯같이 생긴 집을 짓고 공동생활을 하며 각기 맡은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며 행복하고 평화롭게 잘 살아가는 이 정체불명의 생물체 이야기는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
2011.08.04 -
[퀵] 크레이지 레이서
들판에서 맘모스와 싸우고 산딸기 따먹던 원시인이랑 현대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아마도 속도일 것이다. 야생동물에 쫓기거나 토끼 잡으러 달려가는 원시인보다도 현대인들이 더 속도에 집착한다. 컴퓨터는 속도가 빨라야하고 스마트폰도 반응이 즉각적이어야 한다. 자장면 배달시켜놓고도 5분마다 전화하여 닦달한다. 빌딩 숲 사무실 깊숙이 앉아 전화 한 통화로 ‘퀵’을 부르고 “최대한 빨리”라고 채근한다. 사실 위험천만한 질주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자 한 판에 목숨 걸고, 서류봉투 하나에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런 무한질주의 삶 말이다. 퀵을 시키는 사람 말고, 퀵을 달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빠라바라바라바~” 클랙슨과 함께 신호무시에 차도무시, 게다가 도로바닥에 불..
2011.08.02 -
[고지전] 1953년 7월 27일 중부전선 애록고지에서는... (장훈 감독 The Front Line, 2011)
올(2011년) 여름 극장 개봉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장훈 감독의 이다. 장훈 감독은 와 단 두 편으로 충무로의 가장 확실한 블루칩이 되었다. 비록 김기덕 감독과의 악연(?), 메이저 영화사와의 밀착(?)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은 면도 있지만 확실히 관객 중심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세 번째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제작비가 100억 원에 이르는 초대작 전쟁영화이다. 그것도 근래 들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인, 수용자의 의식변화에 따라 쉽게 다룰 수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다룬다. 잔인한 이데올로기에 희생되거나 값싼 휴머니즘에 매몰되지 않은 ‘한국전쟁’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영화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625전쟁의 복잡한 ..
2011.07.19 -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추억을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 극장가는 온통 로 초토화되었다. 극장은 많고, 좌석은 남아돈다지만 특별히 여름 성수기를 맞아 ‘지난 주말’ 극장을 찾은 영화팬들로서는 불만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몇몇 영화들은 트랜스포머가 설치는 영화관에서 틈새를 노려 겨우 상영된다. 이번 주말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7일 개봉예정인 라는 대만영화도 그러하다. 대만영화는 가만 보면 꽤 흥미롭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해운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이 기간에 대만영화는 꼭 서너 편 상영된다. 그때가 되면 대만의 영화당국 책임자와 영화감독, 배우들이 부산을 꼭 찾아 자기네들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들 대만영화는 아자기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 아마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도 춤 영화, 태국 호러 말고는 이들..
2011.07.04 -
[트랜스포머3] 달의 뒷면에는 무엇이 숨어있을까
올 여름 개봉영화 가운데 영화팬들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아마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울트라 블록버스터 일 듯하다. 이 영화는 어제 한국에서 기자시사회를 갖고 본격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이 영화의 예매점유율이 90%를 상회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기대작인지 알만하다. (전작 두 편 모두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었다)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온 변신 카-로보트가 어떻게 은닉잠복하고 있으며, 마이클 베이까지 동참한 3D의 기술진화는 어디까지 이르렀을까. 오토봇! 출동준비, 지구를 지켜라!달의 어두운 뒤쪽 면 3편의 부제는 ‘Dark of the Moon’이다. 아마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명반 >을 떠올릴 것이다. 항상 지구와 같이 자전하기에 지구의 어느 편에 살던 달..
2011.06.28 -
[풍산개] 김기덕 사단이 만든 남북한 치킨게임 (전재홍 감독 Poongsan 2011)
우리나라 영화판에도 사단이란 게 형성되어 있다.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고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영화계 선후배관계이다. 탄탄한 충무로 역정을 기반으로 이제는 대기업까지 연결된 강우석 사단이 있고, 태생은 가난한 ‘연극무대’였던 장진 사단도 있다. 언젠가부터 김기덕 사단이란 것도 언론에 오르내린다. 김기덕 감독 본인이야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위명을 떨친 명감독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비주류감독으로 치부된다. 평단에서의 평가도 애매하고, 영화팬들은 여전히 그의 영화를 엽기라며 불편하게 여긴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김 감독은 영화계 자본세력과의 트러블로 한동안 언론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미학과 영화제작방식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수해왔다...
2011.06.20 -
[슈퍼 에이트] 아이들이 ‘8밀리’로 찍었어요... 에일리언을 (JJ 에이브럼스 감독 Super 8, 2011)
브라이언 드 파머, 오우삼 감독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흥행대작 의 3편의 연출을 J.J. 에이브럼스라는 사람이 맡기로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의 맥지 감독처럼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비주얼한 작품을 내놓으려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TV와 영화 쪽을 오가며 깜짝 놀랄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누구냐고? 전설적 미드 에 산파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무언가 비밀스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을 때 아마도 속편 쯤 되나 싶었다. 보름 정도 전에 다른 영화의 시사회가 시작될 때 사전에 아무런 고지 없이, 제목 안내조차 없이 10분 남짓의 영화가 깜짝 상영되었다. 미국 청소년 아이들이 한밤에 옹기종기 모여 8밀리 영화를 찍고 있는 호젓한 기차역으로 열차가 달려온다. 이내 ..
2011.06.15 -
[옥보단 3D] 드디어 3D까지... (3D肉蒲團之極樂寶鑑, 2011)
17세기 중국 문인이 쓴 음란소설 ,의 이야기는 중국 명말 청초 연간에 살았던 문학가 이어(李渔)의 소설 (육포단)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지금의 강소성에서 태어난 남경에서 살았던 이어는 문학가이며 문단의 명사였다고 한다. 그가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과거가 있는지도. 여하튼 이 사람은 게(螃蟹)요리를 그렇게도 좋아했단다. 식탁에 이게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라서 별명이 ‘蟹仙’이었단다. 이 ‘게’ 좋아하는 이어가 남긴 많은 문학작품 중에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소설 이다. 이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편 등 매 계절마다 5회씩 모두 20회분의 소설 을 지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장회체(章回体)소설이라고 한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즉시 금서로 취급되었지만 ..
2011.06.13 -
[체포왕] 난 대한민국 경찰이다!
이른바 ‘살기 좋은 곳’이란 어떤 곳일까?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명문학교 진학률이 높은 곳일 수도 있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와이파이 접시 개수를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면? 만약 그런 곳을 찾는다면 객관화된 수치로 검증할 수 있다. 하다못해 OECD국가 범죄율이나 5대 민생사범 체포율 같은 것도 계량화되어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세상이 도시화, 현대화, 문명화, 개인화되고 사회문제가 양극화되면서 다양한 이유로 각종 범죄가 발생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강력범죄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면 여러 사람이 상 받고, 여러 사람이 영전하게 된다. 나라님도, 지역구 의원님도, 언론들..
201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