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개봉영화(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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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1편] 숟가락으로 매트릭스를 구부리는 방법
영화 1편이 공개된 것은 1999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판은 많이 바뀌었다. CG로 구현하는 세상이 훨씬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었고, 극장 대신 OTT가 영화팬을 더 끌어들이고 있으며, 와쇼스키 ‘형제’가 사라졌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에 앞서 극장에 잠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의 [매트릭스]가 개봉되었다. 사실 더 달라진 것도, 더 새로운 것도 없지만, ‘오리지널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도시, ‘하트 오브 더 시티’호텔. 허름한 방 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트리니티(캐인 앤 모스)는 자신을 체포하려온 경찰을 공중 부양하듯이 떠오르더니 회전하며 순식간에 총을 든 경찰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이어 선글라스를 쓴 요원의 추적을 피해 도시..
2022.01.22 -
[씬 레드 라인] Humen in War (테렌스 말릭 감독,1999)
'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 에서는 초반부에 존 트라볼타가 콧수염 기르고 전쟁을 독려하는 장군으로 잠깐 나온다. 그리고 후반부에선 죠지 클루니가 "전우는 가족과 같네 어쩌구.." 하고 설교를 하는 역으로 나온다. 테렌스 말릭이 이 영화를 기획하고 있자, 할리우드의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카미오로 출연하기를 자청했다고 한다. 실제로 니콜라스 케이지는 출연하고 싶다고 핸드폰 전화번호까지 넘겼었는데 말릭 감독이 통화하려하니 이미 번호가 바뀐 상태. 케이지는 바뀐 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감독의 분노를 샀다고 한다. 왜 이들 미국배우들이 이 감독 영화에 나오려고 했을까? 로버트 알트만처럼 헐리우드의 파워 감독도 아닌데 말이다. 테렌스 말릭 감독의 데뷔작 는 오손 웰즈의 이래 최고의 데뷔작으로 ..
2019.09.17 -
[셀레브레이션] 아버지는 죽었다! (토마스 빈터버그 감독 Festen/The Celebration,1998)
(박재환 1998.9.22.) 어느 해인가 칸에 모인 발칙한 젊은 영화인들이 기존영화의 타성 – 주제 뿐만 아니라, 촬영, 영상효과 등 제작기법에까지 스며든 모든 타성을 타파하겠다며 ‘도그마95’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로운 영화미학으로 중무장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데뷔작은 이제, 그러한 경향의 대표적 작품으로 우리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현대 영화의 한 조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만도 훌륭한 작품이며,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는 정말 좋은 영화제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이다. 아마, 덴마크는 우유-낙농제품만 만들든지, 아니면, 그 동네가 풍차의 나라인지 아닌지 그것조차 헷갈리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2019.08.27 -
[벌이 날다] 하늘 높이, 가슴 속 깊이.. (민병훈, 잠셋 우스마노프 감독 Flight Of The Bee, 1998)
타지키스탄의 한 마을을 보게 되면서도 새마을운동 전의 한국 시골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은 어떤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분명 그 지역 사람과는 혈연적 이질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배우들과는 다른 유대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만이 갖게 되는 느낌이 아니라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그가 참가했던 국제영화제에서 들었던 소리라고 한다. 사실이지 이 영화의 최고의 미덕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난한 자가 있고, 권력 있는 자가 있고, 그들 간에 갈등이 있으며, 그리고 훌륭한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더욱더 소중한 감동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민병훈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다. 재작년 부산영화제에 를 들고 부산..
2019.08.18 -
[킬러 콘돔] 은밀한 살인마 (Killer Condom, 1996)
이 영화는 퀴어 무비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과 주제를 담고 있다. 포장은 단순한, 그리고 보기에 따라선 지저분한 호러물이지만 한 꺼풀씩 파고 들어가면,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심상찮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이다. 미국사회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미국 대통령 후보를 논하면서도 독일어로 서사구조를 엮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낯설게하기 방법이다. 영화의 배경은 그럭저럭 활기 넘치는, 그리고 잡다한 잡범과 다양한 경력의 형사들로 우글거리는 NYPD를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요 배경은 게이들이 득실 되는 모텔이다. 이곳에는 거래를 위해 들락거리는 여장한 게이, 남창, 뚜쟁이, 창녀, 그들의 고객, 욕망으로 가득한 남자들. 그런 사람들이 버글댄다...
2019.08.18 -
[스크림] 아이,스크림! (웨스 크레이븐 감독 Scream 1996)
영화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검색엔진으로 찾아보았다. ‘스크림’을 입력하니, 결과가 예상 밖으로 ‘아이스크림’만 잔뜩 올라오기에 순간 당황했다. 은 미국에서 96년 12월 20일 한겨울에 개봉된 영화이다. 감독 웨스 크레이본은 1984년 첫 편 내놓은 나이트메어 시리즈(A Nightmare on Elm Street)로 인기 있는 이 방면의 대가이다. 은 워낙 인기가 좋아 내년 개봉예정으로 을 준비 중이다. >를 보자. 96년 7월호에 이 실렸는데 엽기적인 살인 장면과 세기말적인 시체모습,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호러영화특집기사에는 정식으로는 결코 한국에서는 개봉될 수 없는 엄청난 영화들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영화들이 한국의 극성팬들 사이에 이미 광범위하게 유포되었고, 철..
2019.08.18 -
[U턴] 개 같은 날의 하루 (올리버 스톤 감독, U Turn 1997)
논쟁적인 작품만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나 같은 영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같은 소품도 있다. 42일 만에 뚝딱 만든, 심리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존 리들리가 24살에 쓴 소설(‘Stray dogs’)을 옮긴 것이다. 영화는 와 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드니 루멧의 같이 전혀 뜻밖의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 한 소시민의 재수 없는 일상이 그려진다. 물론 그 주인공은 착하고 순박한 모범 시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휘말려 들어가는 사건은 정말이지 운 없고 재수 없고, 억울하다! 여기 엄청나게 재수 없이, 계속하여 일이 꼬이기만 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바비 쿠퍼(숀 팬)이다. 그..
2019.08.16 -
[엘리자베스] 신념,복종,종교,단두대,궁중음모,고문,자백, 그리고 왕실의 영광 (세카 카푸르 감독 Elizabeth 1998)
역사극은 사전지식이 필요하고, 좀 각오를 하고 봐야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1세) 시절이다. 영국史는 사실 복잡하다. 월드컵에서 모든 회원국가의 예선전 티켓은 공평하게 한 장씩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란 나라는 잉글랜드팀, 스코트랜드팀 등 몇 장 더 가져간다. 왜 그럴까? 챨스 황태자의 정식명칭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이다. 웨일즈 지방의 왕자인 셈이다. 그러니 ‘킹 오브 그레이트 브리턴’. 이런 것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가 쪼개진 채 통치되어온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지방색 뚜렷하게 버텨내고 있는 그 나라의 상황은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결혼을 여섯 번 했단다. 첫 번째 부인이 아기를 못 낳자 이혼하려 한다. 카톨릭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자, 카톨릭..
2019.08.14 -
[캐릭터] 인간의 조건, 혹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이크 반 디엠 감독 Karakter,1997)
(박재환 1998.9.29.) (1998년 3회부산국제영화제 관람리뷰입니다) 오늘 네 번 째 관람영화이다. 세 번 째 영화부터 아프기 시작한 골반 부위와 허리의 통증으로 거의 탈진상태였다. 그러나, 오랜만엔 보게 되는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이라기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버티고 앉았었다. 그러나, 솔직히 엄청난 실망감만을 안겨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올 4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네덜란드 작품이다. 그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영화만으로 얼이 빠진 게 아니라, 이런 영화에도 상을 준 걸 보니, 그 영화제의 수준-수준이라기보다는, 엄격하게 말하면 어떤 경향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김빠진 맥주 같은 영화이다. 처음엔 제임스 아이보리 스타일의 시대상 묘사로 시..
2019.08.14 -
[얼굴] 신승수 감독의 햇빛사냥꾼 (신승수 감독, 1999)
PC통신에 이 영화 홍보사가 올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이 영화를 상당히 사회학적 의미로 해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럴까?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이 정말 사회학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우리 자신들의 페르소나인가?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전지식 없이 보았다. 그냥 '우 순경'을 다룬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우순경 사건이란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산골마을에서 한 순경이 술에 만취되어 총으로 마을 주민을 마구 쏘아 죽인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가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런 참혹한 일을 저질렀을까. 적어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상상의 뼈와 미화의 살을 바를 것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에 대한 항거? 산골마을 사람이 갖고 있는 배타적 집단 따돌림에 반발? 아니면 애인..
2019.08.06 -
[식스 센스] 비밀을 공유하는 즐거움 (M.나이트 샤말란 감독 The Sixth Sense 1999)
의 감독 M. 나이트 샤마란은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자란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도 필라델피아의 역사적인 건물을 종종 보여준다. 올해 29살밖에 되지 않은 이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 미국에서 굉장한 흥행성공을 거두었고, 지난주 개봉되자마자, 우리나라에서도 심상찮은 흥행성적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의 영적 분위기와 의 애틋한 이야기가 적절히 녹아있는 신형 호러물이다. 영화의 시작은 부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행복한 말콤 부부를 보여준다. 성공한 아동심리학자로, 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그는 아내와 함께 축배를 드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관객에게 줄곧 긴장감을 안겨준다. 그러더니, 영화는 곧 한 정신병자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호러물 본연의 본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2019.08.06 -
[웨이킹 네드] 한통속, 공모, 작당, and… Be Happy~~ (커크 존스 감독 Waking Ned, 1998)
이 영화는 코미디다. 시작 1분만에 폭소를 터뜨리고는 영화 끝나기 1분 전에 또 한 번 엄청난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그 과정이 모두 스릴 만점의 코미디이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외부와는 단절된 그들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네드’라는 사람에 얽힌 비밀이다. 툴리모어라는 북아일랜드의 외떨어진 마을은 주민수가 딱 52명이다. 젊은 애들은 전부 돈 벌려 도회로 나가버렸고, 할아버지 할머니만이 바닷가 자기들의 집을 지키고 있는 그러한 마을이다. 이들 마을 사람들의 꿈은 참 소박하다. 복권에 당첨되어 보는 것이다. 그들은 매주 텔레비전의 복권프로를 지켜보며 나도 한번 걸려봤음 한다. 그런데 이번 주 당첨자가 툴리모어에 팔렸단다. 이들 마을의 누군가 당첨된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누가 걸렸을까 ..
2019.08.03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컬트의 탄생 (김태용 민규동 감독 Memento Mori, 1999)
작년(1998년) 여름 개봉되어 평단과 흥행 면에서 고른 호평을 받았던 은 공포영화의 외투를 하고 있지만 실속은 교육제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학교성적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재잘거리는 10대의 풋풋함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성공작 의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교육제도에 대한 우려감보다는 충무로의 영화제작 풍토에 더욱 근심어린 시선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속편에 대한 매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에서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것은 단순한 가 아니라 혹은 라는 다분히 작위적인 공포감의 이미지와는 달리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우리가 한동안 잊었던 청순한 10대의 한 때를 그린다...
2013.01.03 -
[이재수의 난] '미션' 임파서블 (박광수 감독, 1999)
1900년 직전의 아시아 실정을 보자. 영국과 프랑스 등 이른바 서구제국들이 아시아 국가를 침략, 수탈해가기 시작할 때 중국의 민초들은 청 제국의 수탈과 외세의 강점에 자생적으로 봉기하였다. ‘의화단의 난’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역사에서 일정한 시기에 항상 등장하는 민간신앙의 화신이었다. 백련교도의 난 같은 것은 중국 땅에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 때면, '홍건적'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런 메시아적 상징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이 시절 조선은? 그리고 조선의 변방 제주도는? 제주도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이 꾸준히 제주도에 눈을 돌렸을 것이고, 이제 박광수 감독이 까마귀가 되어 조감하게 되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제주도라는 것이 그 후 반백 년 뒤에 있었던 4.3사건과 연계..
2013.01.03 -
[해피 엔드] 그들은 정말 사랑했는가 (정지우 감독 1999)
일본영화 에서 남자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아내를 죽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로부터-아니면 자신의 내부의 소리로부터- 아내의 불륜을 전해 들었고, 어느 날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는 칼로 아내를 난자한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불륜의 현장은 피바다가 되어버리고 아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은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칼로 무수히 찌를 때에도 아내는 두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남편을 쏘아본다. "그래도 당신은 결코 아냐!"라고 말하듯이. 이 영화에서 유부녀 최보라(전도연)와 그의 ‘IMF실직자’ 남편 서민기(최민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 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잔잔한 스케치 장면에서가 아니라, 딱 한차례 보여준 부부의 의무적 섹스장면이다. 관객은 처..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