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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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 섬에는 악어가 산다 (김기덕 감독 The Isle, 2000)
(박재환 2000.4.6)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르 관습과 한없는 열정에만 사로잡힌 채 만들어지는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하든 아니면 반발하든 하나의 느낌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 요즘, 이 영화는 정말 기이할 정도의 매력을 가진다. 첫 시사회에서부터 흘러나온 찬사와 놀라움은 이제 점점 더 층을 넓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 , 으로 한국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영화감독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라는 매체를..
2019.08.25 -
[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올해(2001년)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은 ,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다. 한국에도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전국의 교정기관이 예선전을..
2019.08.23 -
[얼굴] 신승수 감독의 햇빛사냥꾼 (신승수 감독, 1999)
PC통신에 이 영화 홍보사가 올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이 영화를 상당히 사회학적 의미로 해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럴까?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이 정말 사회학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우리 자신들의 페르소나인가?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전지식 없이 보았다. 그냥 '우 순경'을 다룬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우순경 사건이란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산골마을에서 한 순경이 술에 만취되어 총으로 마을 주민을 마구 쏘아 죽인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가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런 참혹한 일을 저질렀을까. 적어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상상의 뼈와 미화의 살을 바를 것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에 대한 항거? 산골마을 사람이 갖고 있는 배타적 집단 따돌림에 반발? 아니면 애인..
2019.08.06 -
[리뷰] 역린, '죄인의 아들, 정조를 죽여라!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다시 한 번 극화되었다. 이번엔 현빈이 정조를 맡은 영화 ‘역린’이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숨죽인 듯 살아서 마침내 용좌에 올랐던 인물 정조. 아버지가 그렇게 비명횡사했듯 정조 또한 세손시절부터 늘 죽음의 위협에 시달려야했다. 영화 ‘역린’은 정조 이산(李祘)이 왕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정유역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유역변’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1777년 7월 28일 밤,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경희궁 내 존현각(尊賢閣)에서 발생했던 암살미수를 말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지, 그리고 기타 여러 사료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훨씬 많은 상상력과 설정이 동원된다.정조를 죽이려는 자 vs. 정조정..
2014.04.24 -
[프레스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프레스콜 (2013.12.4. 대학로문화공간 필링1관)
인생 뭐 있나. 목요일에만 싸웁시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드라마 ‘피아노’에서의 조재현의 감성연기를 기억하시는가.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엽기적 영화’에서 묵묵히 캐릭터에 몰입하던 조재현을 아시는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손잡고 해마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 조재현을 아는가. 조재현은 연기자일 뿐 아니라 뛰어난 문화행정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조재현의 핏줄에는 뜨거운 무대연기자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다. 그 바쁜 와중에 대학로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조재현은 연극제작사 ‘수현재’의 대표이기도 하다. 조재현은 최근 서울 동숭동에 극장을 하나 지었다. 연극만을 공연할 그런 극장이다. 그리고 현재 그 극장에서는 조재현이 출연하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2013.12.05 -
[뫼비우스] 김기덕식 공유와 소통 (Moebius 2013)
지난 금요일(2013.7.26),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하나 열렸다.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논쟁을 일으키는 문제적 영화감독 김기덕의 신작 ‘뫼비우스’의 ‘찬반’시사회였다. 이미 이 영화는 곧 열릴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상태이다. 지난 6월 첫 ‘등급심의’에서 ‘제한상영’ 판정을 받았고 감독은 1분 40초 분량을 잘라내어 다시 심의를 넣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제한상영’ 판정에 화가 나서인지 영화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이 날 평론가, 영화감독, 영화기자들 하여 100여 명이 영화진흥위원회에 모여 그 영화를 ‘일단’ 보고, 찬반투표를 펼쳤던 것이다. 아마도 ‘뫼비우..
2013.07.29 -
[야생동물 보호구역] 김기덕 N0.2 (Wild Animals 1997)
(박재환 2001.8.7.)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작품 이 개봉되었을 때 감독 자신은 “대한민국에 김기덕 영화를 좋아하는 팬은 최대한 5만 가량 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개봉관에서 그의 영화를 직접 찾는 영화팬의 수치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김기덕 영화라고 하면 ‘이창동 영화’와 ‘홍상수 영화’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 파워(혹은 네임 밸류)를 가지는 작품으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김기덕 감독은 오래 전에 ‘작가감독’으로 분류되었고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 또한 그러한 김기덕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개별적인 사건을 보면 관객은 쉽게 그 이야기가 적어도 김기..
2013.01.02 -
[나쁜 남자] 'Boxing'여대생 (김기덕 감독 2002)
같은 기괴한 영화를 곧잘 만들던 데이빗 린치 감독의 딸 제니퍼 린치의 유일한 감독작품 (93)라는 영화가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가 여자친구 ‘헬레나'(쉐릴린 펜)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고, 충격을 받은 그 외과의사는 ‘헬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헬레나’를 납치하여 자신의 저택에 가두어둔다. 헬레나는 눈도 깜짝 하지 않는다. 외과의사는 최악의 방도를 생각해낸다. 헬레나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두 다리가 사라진 것을 보게 된다. (외과수술로 다리를 제거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는 외과의사에게 차가운 경멸의 눈빛만을 보낸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번엔 자신의 두 팔마저 사라진다. 외과의사는 그렇게 헬레나를 자신에게 잡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경찰은 실종된 헬레나를 ..
2008.02.18 -
[수취인 불명] Les Miserables (김기덕 감독 2001)
김기덕 감독을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 키도 작고, 입고 있는 옷이 언제나 작업복 스타일이며, 중광스님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자를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얼굴에 동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몇 편 보고 그의 인생의 고난사를 건네 들었다면 사실 한 자리에 있기가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혹평을 했을 때 칼 들고 달려들며 “당신 왜 작품을 모욕하냐?”하고 할 감독이 있다면 아마도 김기덕 감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은 나의 리뷰를 잘 읽었다고 공치사해준 적이 있어 안심이 된다만.) 그가 ‘충무로의 이단아’나 별종 취급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자기의..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