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영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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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왕가위 1994년 홍콩 러브스토리
코로나 때문인지 웬만한 영화는 다 ‘리바이벌’되는 듯하다. 그 아이러니한 잔칫상에 왕가위 영화가 빠질 순 없을 것이다. 왕가위 영화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극장에서 관객을 다시 부른다. 그리고 OTT서비스 ‘왓챠’에서도 그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언제 적 왕가위며, 언제적 홍콩이야기인가. 이 영화는 1995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었다. 그리고 26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경삼림.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 한때는 열광하던, 그러나 끝없는 자기복제로 홍콩영화란 것이 도매금으로 쓰레기취급 받을 때 왕가위는 혼자 빛났던 별이다. 시네필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했었다. 홍콩의 (자기들 말로는) ‘영화로운 중국회귀’에 맞춰서 특히나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경’(충칭,重慶)은 스촨(..
2021.03.26 -
[태극기 휘날리며] 형제의 전쟁
강제규 감독은 한국영화사의 큰 별이다. [쉬리] 이전에도, [마이웨이]이후에도 말이다. 그가 [보스턴 1947]을 찍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2004년 개봉된 이다. 한국영화판을 스케일을 키우며 영화산업을 가능성에서 현실로 바꾸었던 그의 역작이다. 17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보면 충무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해본다. 영화의 기본적 플롯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따라간다. 지금 한창 6·25격전장에서 유골 발굴 작업이 진행된다. 죽을 때 자세 그대로 백골로 발굴된 사체 옆에는 '이진석'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 있다. 그리고 유품(만년필)을 둘러싼..
2021.03.26 -
[굿바이] 마지막 화장사 (おくりびと,2008)
혹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지. 정신없이 어수선한 시간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관속에 누워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세월이 흐른 뒤 그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장면. 그런데, 누가 마지막으로 그의 육신을 어루만지고, 거친 수의를 입혔고, 어떻게 관을 장식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일본영화 [굿바이](원제:おくりびと,2008)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와는 장례의식, 절차가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절차와 과정, 수습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의 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막 베토벤의 합창 연주를 끝내고 주섬주섬 자신의 첼로를 챙길 때 청천벽력..
2021.01.04 -
[공포분자] 공포는 디테일에 있다 (양덕창 감독, 恐怖分子 The Terroriser 1986)
양덕창(楊德昌/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은 후효현(허샤오센)과 함께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 감독이다. 과 을 비롯하여 대만 신낭조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긴 감독이다. 이중 과 , 는 이른바 양 감독의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린다. 흔들리는 대만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필름에 잡아낸다. 코로나사태 속에 (원제: 恐怖分子)가 17일 한국에서 개봉된다. 1986년 대만에서 개봉된 이래 무려 34년 만에 한국극장가에 정식으로 선보이는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시네마떼크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전 ‘분도비디오’라는 전설적 단체에 의해 비디오도 출시된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이제 극장에서 정식으로 만나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만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되었지만 여전히 화면은 클래식..
2020.09.17 -
[로마의 휴일] 러블리 오드리 (윌리엄 와일러 감독 Roman Holiday,195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영화계는 그야말로 고난의 겨울나기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서는 신작이 사라졌고 업계는 각종 기획전으로 애처롭게 영화팬을 불러 모은다. 최근 극장가에는 ‘오드리 헵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 전, 전 세계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대형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작품 중 (Roman Holiday,1953), ‘사브리나’, ‘화니 페이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샤레이드’,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대표작 6편이 상영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은 TV에서도 수십 차례 방송되었고, OTT서비스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20.05.14 -
[멀홀랜드 드라이브] All about Betty (데이비드 린치 감독,Mulholland Drive 2001)
(박재환 2003.6.10.) 시간이 있어 멍하니 영화만 쳐다보고 있을 때, 왠지 조금은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을 때,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환상적인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보다가 잠들어도 좋고, 깨어나서 다시 봐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장면에 대해서는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 둘러보면 "아, 그런 심오한 뜻이~" 라는 뜻밖의 기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영화이다.영화는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두 여자가, 어떻게 하다 보니 철천지원수가 되어 살인청부를 하게 되고, 그 죄책감, 혹은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뜩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아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