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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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카운터] 오징어게임 같은 세상에서 평안을 얻으려면...(人数の町,2020)
[박재환 2022.02.16]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는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미룰 만큼 미루고,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영화사, 제작사, 수입사들이 개봉을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영화 (원제: 人数の町/ The Town of Headcounts)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극장 개봉한다. 아라키 신지 감독의 이 영화는 재작년(2020) 일본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무엇이 ‘시크릿’할까. 영화는 미스터리한 세상사를 다룬 디스토피아 드라마다. 빚 독촉에 쫓기던 아오야마(나카무라 토모야)가 사채업자에게 곤욕을 당할 때 한 남자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그를 따라 어떤 특별한 시설로 들어간다. ‘오징어게임’이라도 할 것인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오야마는 ..
2022.05.22 -
[드라이브 마이 카] 그 남자는 거기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2021)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시나요?” “예! 그렇고말고요.”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장편도 좋고, 단편도 좋고,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다. 그 정도 읽었으면 하루키가 마라톤 광이며, 비틀즈 매니아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하루키가 2013년 쓴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비틀즈가 1965년 발표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 제목의 그 소설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상영시간은 179분. 충분히 길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류스케 감독이 직접 부산을 찾은 가운데 소개되었고, 마침내 어제 한국극장가에 개봉되었다. 하루키를 좋아하거나, 류스케를 좋아하거나, 일본영화 감성을 좋아하신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 남편, 아내, 정부, ..
2022.01.22 -
[굿바이] 마지막 화장사 (おくりびと,2008)
혹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지. 정신없이 어수선한 시간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관속에 누워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세월이 흐른 뒤 그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장면. 그런데, 누가 마지막으로 그의 육신을 어루만지고, 거친 수의를 입혔고, 어떻게 관을 장식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일본영화 [굿바이](원제:おくりびと,2008)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와는 장례의식, 절차가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절차와 과정, 수습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의 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막 베토벤의 합창 연주를 끝내고 주섬주섬 자신의 첼로를 챙길 때 청천벽력..
2021.01.04 -
[도쿄!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 소품 “히키코모리X히키코모리”
봉준호 감독이 (2003)과 (2006)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뒤, (2009) 직전에 찍은 단편영화가 있다. 미셀 공드리, 레오 카락스 등 유명감독과 함께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옴니버스 영화 이다. 미셀 공드리 감독은 ‘아키라와 히로코’를 레오 카락스는 ‘광인’을, 봉준호 감독은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를 담당했다. 발매된 DVD에 들어있는 코멘터리에서 봉 감독은 “레오 카락스는 영화보고 좋아했던 감독이다. 이 영화로 칸에 가서 직접 만났다. 좋아했던 감독과 옴니버스를 찍게 되다니 신기하고,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한다. 아마, 이번 오스카 투어에서도 봉 감독은 초현실적 경험을 많이 했으리라. 봉 감독, 도쿄를 뒤흔들다 봉준호 감독의 30분짜리 단편 ‘흔들리는 도쿄’는 ..
2020.02.13 -
[비밀] 아내와 딸을 사랑한 남편이자 아버지…
(박재환 2002/12/30) 지난여름 KBS에서 조기 종영된 프로그램 중에 차인표의 블랙박스>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미스터리 터치의 유사 과학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이었는데 매번 편성되는 것이 귀신 봤다는 이야기 아니면 신들린 여자이야기였다. 지난여름 꽤나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이다. 아마, 그 프로그램을 나처럼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일본영화 비밀>도 재미있게 봤을 것으로 사료된다.비밀>은 ‘빙의(憑依)’라는 것을 다룬다. 아마 불교용어에서 유래된 것 같은데 죽은 사람의 혼령이 산 사람의 육신에 스며드는 현상을 일컫는 모양이다. 비밀>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영혼이 운명의 엇갈림을 하게 된다. 어느 겨울날 험악한 산길을 달리던 고속버스가 운전수의 잠깐 졸음운전으로 천길 낭떠리지로 떨어진다. 어머니 나오코와 ..
2019.08.14 -
[프라이드 드라곤 피쉬] 이와이 슌지의 생선요리 (이와이 슌지 감독 Fried dragon fish 1993)
(박재환 1999/5/2) 이와이 슌지의 를 본 사람은 이 미지의 감독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질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야 조금만 노력하면 그의 작품을 다 볼 수 있다. 하다못해 그가 텔레비전 드라마로 찍은 영화까지 볼 수 있다. (놀라워라! 우리나라야 필름 보관 안하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그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다. 필름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 전에 한 영화잡지를 보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주 얼마 전에 상영한 필름마저 엉망인 상태로 보관 중이란다. 잘 보존하자!) 는 이와이 슌지가 극영화로 인기를 끌기 전, 텔레비전 드라마 소품을 찍을 시절 작품이다. 일본 후지TV에서는 음식을 소재로 한 연작을 찍도록 했는데, 이와이 감독은 이 중 등 몇 편을 찍었단다. 이 작품은 1993년도 작품..
2019.08.14 -
[총알 발레] 폭력의 엘리제 (츠카모토 신야 감독 バレット・バレエ, Bullet Ballet 1998)
(박재환 1998/9/23) 츠카모토 신야(塚本晋也)는 해외영화제에서 꽤 인기 있는 감독이다. 그의 신작들은 일본 국내에서보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어진다. 그런데 이 사람 생김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같이 거구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그맣고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우디 앨런 타입이다. 오늘 영화 상영 끝나고(98년 부산영화제 때 이야기임) 누군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지? 이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잖아. 언제 왔지? 그래서, 난 후다닥 종이 꺼내어 싸인부터 받아두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채 불이 켜지기 전에 어둠 속에서 자신을 알아본 한국 팬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싸인을 해 주었다. 무슨 상형문자 같이 생겼다.츠카모토 신야 감독 작품은 철남1>과 동경의 주먹> 두 편을..
2019.08.14 -
[요짐보] 용병 사무라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用心棒 Yojimbo,1961)
(박재환 1998.9.8) 그제(98년 9월 6일) 구로사와 아키라(흑택명)감독의 사망기사가 영화팬들을 우울하게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정상적인 (통로로 유통되는 영화만을 보게 되는) 영화팬 가운데 그의 작품을 실제로 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야 어떻게 보았겠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정말 일부 매니아들에게나 통하는 ‘명작감상’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PC통신에 오른 조문 성격의 글을 보면, 적어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외로움을 느낄 만큼 한국에서 푸대접받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아마 일본 내에서보다도 더 많은 흠모자를 거느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본 이 사람의 작품은 (Runaway Train>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원안/스토리를 맡았었고, Andrei Ko..
2019.08.11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가와세 나오미 감독 あん, An, 2015)
(박재환 2015.7.12)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만 알고 있었다면 놀랄 일이다. 당장 다음 주엔 부천에서 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 논리적으로 2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출품/초청된 영화가 한자리에서 상영된다면 국제영화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 주말 서울국제음식영화제란 게 개막했다. 요즘 TV만 켜면 먹방, 요리, 맛집 관련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셰프가 스타방송인이 되는 시대이니 음식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비록 나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31편의 영화가 한 자리에서 상영된다. 물론 먹고 맛보고 즐기고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모였다. 개막작으로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 ‘앙: 단팥 인..
2019.08.10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장작의 제왕’
(박재환 2004/5/11) 지난달에 서울 시네마떼크에서는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회고전】이 열렸다. 거장 중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중 [주정뱅이 천사], [들개], [이키루], [7인의 사무라이], [거미집의 성], [숨은 요새의 세 악인[, [천국과 지옥] 등 모두 15편이 상영되었다. 낡은 비디오나 DVD로만 볼 수 있었던 이들 작품을 대형 스크린의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지만 이번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8년도 작품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일본어 제목은 ‘隱し砦の三惡人’이다. ‘요새’라고 하면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극이나 잔다르크가 활동하던 중세의 육중한 성탑과 성곽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일본 전국시대(서기 1500년경..
2019.07.30 -
[그 남자 흉포하다] 나쁜 경찰 (기타노 다케시 감독 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박재환 1999) 그 남자가 흉폭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데는 10분이면 족했다. 10대 청소년 불량배를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이 좌충우돌 목숨 내놓고 사는 듯한 경찰에게 맛이 가 버린다. 그리고 마약거래에서 이루어진 난도질 장면에서 이 영화가 동경식 느와르란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아즈마 형사는 ‘똘아이’이다. 동생이랑 놀아난 놈팽이의 머리를 때리고 걷어차고 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경찰이 그런다. “아즈마 선배는 실수로 꼬마앨 쏜 적이 있어.. ” 그러자 아즈마 형사가 한 소리는 “조준해서 쏜 거였어” 이 영화는 우선 일본 경찰의 폭력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물론 영화이니까. 하지만 에서 경찰의 폭력 씬을 본지라 일본에선, 영화에서 경찰을 아주 무..
2019.07.30 -
[수라 유키히메] ‘킬 빌’의 원형 일본영화 (후지타 토시야 감독 修羅雪姫, Lady Snowblood ,1973)
(박재환 2004/6/7)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샵에서 한동안 했다고 한다. 얼마나 큰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일했는지 모르겠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디오를 섭렵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 본 영화들에서 신나는 엑기스만 긁어모아 아시아 액션영화의 종합선물세트랄 수 있는 [킬 빌]을 만들었다. [킬 빌]이 인기를 끌자 타란티노가 [킬 빌]에서 인용한(패러디한, 오마쥬한) 영화들이 하나 둘씩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킬 빌1]에서 흰색 스트라이프의 노란색 츄리닝을 입은 복수의 화신 우마 서먼은 확실히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따온 캐릭터이다. 그런데 [킬 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아마도 1973년도 일본 영화 [수라설희]일 것 같다. 타란티노가 ..
2019.07.30 -
[쉘 위 댄스] 댄서의 순정, 아저씨 버전 (수오 마사유키 감독 Shall we ダンス 1996)
(박재환 2000.5.9)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96년도 작품 가 한국 극장가에 내걸린다. 재작년 말 일본영화가 합법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구작과 기타노 타케시 영화가 소개되면서 일본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경쾌한 일본영화를 만난다. 나 같은 일본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될 일본영화도 그러한 파격과 동참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한 춤 바람 난 중년의 샐러리맨을 통해 인생의 숨겨진 재미와 아슬아슬한 외도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물론 이 외도는 신나는 외도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1984년 라는 핑크무비로 데뷔하였다. 핑크무비란 일본에서..
2019.07.30 -
[마지막 사랑, 첫사랑] 상하이에서의 일본남자+중국여자 (토마 히사시 감독 最後の恋,初めての恋 ,2004)
(박재환 2004.4.2) 최근 아시아 각국의 영화제작 방식 중 두드러진 것은 이웃 나라와의 협력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합 제작 방식은 자본의 결합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하고 외국배우의 출연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내용에서 보자면 이국적 느낌을 강화시키며 영화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영화에 중국자본과 인력이 동원된 [무사]나 [비천무]의 경우처럼 이런 결합방식이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유익한 윈-윈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미 홍콩의 경우 중국과 태국, 일본, 한국 등의 영화인과 함께 전방위 합작방식을 채용하여 영화부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도 이런 새로운 아시아 영화제작방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배우..
2019.07.30 -
[철도원] Japanese Sense (후루하타ㅏ 야스오 감독 Poppoya, 鐵道員: ぽっぽや, 1999)
(박재환 2000.1.2)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의 관람포인트는 ‘일본흥행기록 1위’라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라는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가 나왔기에 일본인의 영화관람 취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만하다. 영화는 뜻밖에 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용하고, 지루하고, 거의 변화 없는 화면만을 내보인다. 로 우리 팬에게도 낯이 익은 홋카이도의 어느 지방의 끝없이 눈 덮인 산을 보게 된다. 여기는 일본열도 끝단에 위치한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 이 곳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젠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전부 도회로 떠나고 늙은이들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호로마이 역에는 ‘데고이치'(D51형 증기기관차)만이 하루에 몇 번씩 본 역인 ‘비요로’까지 오고간다. 단선이며, 한 ..
201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