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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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낸 그 느낌처럼 (김지운 감독, 웨이브)
최근 개봉된 마블-소니의 히어로무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예상대로 태풍급 흥행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역대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큰 책임이 따르는 ‘스파이더맨’의 결정적 순간이 떠올랐다. 토비 맥과이어는 ‘거미인간’이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어둠의 경기(레슬링)에 나선다. “3분만 버티면 3천 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복면을 쓰고 링에 오르는 것이다. 슈퍼히어로의 슬픈 데뷔식이다. 함께 떠오른 영화가 있다. 김지운 감독의 2000년 개봉영화 [반칙왕]이다. 송강호가 쫄쫄이를 입고,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링에 오른다. 무엇을 위해? 챔피언벨트를 위해? 상금을 위해? 사랑을 위해? ‘큰 힘도 없고, 큰 책임도 없는’ 소시민 송강호의 도전이다.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오늘도 콩나물 지하철에 갇..
2022.01.22 -
[흑백판 기생충] 스멀스멀 냄새가~ (봉준호 감독, PARASITE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엔 흑백 버전의 이다. 컬러판과 흑백판의 차이는 무엇일까. 색깔만 조정한 것일까? 봉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하실의 냄새가 더 풍기는 것 같더라”라는 해외팬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컬러의 색감을 덜어낸 ‘기생충’에서는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와 송강호의 몸에서 풍기는 정의할 없는 체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집주인과 세입자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가족이다. 이들은 털끝만큼의 죄의식도 없이 타깃으로 정한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물론,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들은 유망 중소IT기업 대표 동익(이선균)..
2020.05.04 -
[괴물] 봉준호가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 The Host, 2006)
은 데뷔작 , 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다. 봉준호 감독은 상상력이 넘쳐나던 학생시절, 아파트에서 내다보이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 중의 하나인 잠실대교를 바라보며 별 생각을 다해 보았단다. 그중에는 ‘에일리언’에 나옴직한 괴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상상도 했었단다. 그리고, 감독이 되어 그 상상을 형상화시킨다. 한강다리 어느 교각 밑에는 ‘에일리언’ 같은 괴물이 살고 있다고. 그것은 할리우드가 상상한 외계에서의 온 괴생물체가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나왔을까. 햇살 가득한 한강 둔치. 변희봉 네 가족은 이곳에서 생업으로 매점을 운영 중이다. 큰 아들 강두(송강호)는 매점 안에서 자거나, 손님에게 구워줄 오징어 다리 하나를 떼먹는다.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가 구닥다리 핸드폰에 짜증..
2020.02.07 -
[효자동 이발사] 특강, 대한민국 현대사 (임찬상 감독 The President's Barber, 2004)
그제 서울극장에서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감독, 배우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카메라맨과 기자들로 벅적대는 극장로비 뒤편에는 심재명 대표가 서 있었다. "아, 명필름 작품이었지." 사실 임찬상 감독이라는 신인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공동경비구역 JSA]를 기대하기보다는 [YMCA야구단]의 우려가 먼저 일었다. 그런데 명필름은 이번에 [효자동 이발사]를 직접 제작을 한 것이 아니란다. 배급을 줄곧 하던 청어람이 제작을 하고 명필름은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한다. 재미없는 충무로 영화산업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나는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보았다. 실제 꽤 공들인 몇 장면에서는 절로 눈물이 났다. 보고나선 이 영화가 [박하사탕2]라고 생각되었다.영화는 소문대로 이승만 ..
2019.09.15 -
[기생충] 버닝 패밀리 (봉준호 PARASITE,2019)
봉준호 감독의 신작 은 작금의 한국 경제상황에 비추어보면 반지하에 사는 전형적인 ‘하층’ 서민가족의 자급경제를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호구지책으로 박스 접기 같은 단순노동으로 살아가는 이들 가족에겐 ‘계획’이란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백수 아들 기우(최우식)의 친구(박서준)가 찾아와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겨준다. 박서준은 이 집에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육사 출신의 할아버지가 수집했다는 산수경석을 선물한다. 이를 두고 기우는 “아,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이 때부터 관객들은 천재감독 봉준호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영화에 빠져든다. 인물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소품배치 하나하나에 대해 숨겨진, 대단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기우에..
2019.07.28 -
[나랏말싸미] 영화가 정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조철현 감독 2019)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글창제’와 관련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집현전에서 밤새 연구하다 잠이 든 정인지에게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야기에서 소설로 전승되면서 ‘애민의 상징 세종, 고뇌의 결과물 한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글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세종의 힘이 아니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졌나?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전해주었나? 조철현 감독은 ‘한글 창제설’에 얽힌 많은 버전 중에 신미대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에서 거듭 나오는 말이 고려는 불교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를 숭상하고, 명을 받들어 천세만세 살..
2019.07.25 -
[택시운전사] 1980년 5월, 금남로의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A Taxi Driver 2017)
1980년 5월의 상황을 아시는가. 그 전 해, 1979년 10월 26일 장기집권 박정희 대통령이 안기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지고, 얼마 안 있어 1212 쿠테타가 일어나며 전두환이 실권을 장악했다. 이른바 갑자기 주어진 ‘서울의 봄’에 김종필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3김이 기지개를 펴는 짧은 봄이 있었다. 수십 년간 억눌린 민심은 꿈틀거렸다. 특히 대학가는 활화산 같았다. 시위가 격화되자 전두환은 전국에 계엄령을 내린다. 그 시절 광주는 어땠을까.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전화선과 방송, 기자들만 붙들어 두면 광주의 일은 저 아프리카 어느 밀림 속 상황과 마찬가지로 깜깜무소식이 되어 버린다. 와 , 을 감독한 장훈 감독은 1980년의 광주를 영화로 만들었다. 광주시민의 모습을 다루면서, 새로운 관찰자를 집..
2017.08.19 -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양우석 감독 The Attorney,2013)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작년 12월 19일, 온 나라를 둘로 쪼개놓을 듯 한국을 뒤흔든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딱 1년이 지난 바로 그날, 12월 19일에 정치색 짙은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변호인’(양우석 감독, 제작 위더스 필름)이란 영화이다. 개봉도 되기 전부터 이 영화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담은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줄거리도 대강 노출되었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세무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떨치던 ‘학벌 낮은’ 송우석 변호사가, 어떻게 빨갱이로 내몰린 대학생의 변론를 맡게 되면서 당시 전두환 정권의 용공조작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명백히 ‘부림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외로 빨리 만들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영화’이고, 예상..
2013.12.13 -
[시사회] 변호인 주연:송강호 (왕십리CGV,2013.11.29)
변호인 송강호, 노무현을 만나다 12월 19일 개봉예정인 영화 ‘변호인’이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정체를 드러냈다. ‘변호인’은 ‘설국열차’와 ‘관상’ 단 두 편의 영화로 올 한해에만 1,8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력의 흥행배우 송강호가 ‘변호사’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소재가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실제 일어났던 대표적 민주화운동인 ‘부림 사건’을 다루었다고 하여 더욱 관심을 끌었다. 바로 그 사건의 변호인으로 나섰던 인물이 바로 이후 18대 대통령이 된 ‘고(故) 노무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제작보고회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영화관련 사이트에서는 ‘영화와 한 정치적 인물’을 둘러싼 때 아닌 별점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서 지난 금요일 서..
2013.12.02 -
[변호인 제작보고회] 송강호 임시완 오달수.. (2013.11.19.CGV압구정)
송강호의 '노무현', 노무현의 '변호인' 만약,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면 현존하는 한국 배우 중 누가 그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서민적 향취, 인간적 고뇌, 그리고 마이너적 페이소스와 대중적 유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배우인 송강호가 적절하지 않을까. 게다가 부산사투리는 덤일 테니 말이다. 12월 19일 개봉되는 영화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이고, 송강호가 바로 그 역할을 맡았다. 그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는 영화 ‘변호인’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변호인’이란 영화가 어떤 인물을 다룬 작품이고,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는 이미 조금 알려졌지만 언론매체에 구체적으로 베일을 벗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송강호를 비롯하여 김영애, 오달수, 곽..
2013.11.21 -
[설국열차]리뷰. 종말의 세상에서 만나는 시작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2000)가 개봉되었을 때 평론가들은 당황했다. 이 미니멀함은 무엇이며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뭔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신한 신인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한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평을 남겼다. 영화주간지 >은 곧바로 “그동안 우리(평론/저널)가 잘못 보았던 영화‘였다면 이 영화에 대한 재평가를 했다. 봉준호가 대단한 감독이 될 것임을 한발 늦게 인정한 것이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 ,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훌쩍 성정해버렸다. 봉준호 감독이 이번 여름에 를 내놓았다. 그가 7~8년 전 홍대 만화가게에서 한달음에 읽었다는 프랑스만화 를 마침내 영화로 완성한 것이다. 한국영화로는 최고제작비인 4000만 달러(430억원)가 투입되었고, 한국배우들보다 외국배우가 더 많이 ..
2013.07.29 -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방한 ‘설국열차’ 기자회견 (2013.7.29 여의도 콘래드호텔)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의 매력에 빠질 ‘설국열차’ 4천만 달러, 420억 원이라는 한국영화로서는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 의 개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 송강호와 고아성 등 국내 출연진만이 달랑 참석한 기자시사회가 아쉬웠던지 오늘은 ‘외국 스타급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한 차례 더 열렸다. 오늘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콘래드호텔에서는 ‘설국열차’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송강호, 고아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의 후유증으로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여 지구가 온통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얼만 안 남은 생존 인류를 태우고 끝없..
2013.07.29 -
영화 '설국열차' 기자시사회 (2013.7.22. 왕십리CGV)
‘설국열차’에 탈 준비 됐나요? 한국영화로서는 역대 최대 제작비인 4000만 달러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지난 22일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거대한 베일을 걷었다. ,,를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명감독 반열에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 고아성과 함께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등 세계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완성한 ‘설국열차’는 단 한 차례의 기자시사회를 통해 이미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봉준호 감독이 2004년 겨울날 홍대 앞 만화가게에서 처음 만났던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가 마침내 완성되어 영화팬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행당동 왕십리CGV에서 기자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슴 뛰는 제작 뒷..
2013.07.24 -
[밀양] 사람의 아들
[밀양]은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이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벌레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소설가 이청준은 문학가로서도 톱클래스 작가일뿐더러 한국 영화판에서도 꽤 대접받는 작가이다. 오래 전 [이어도]가 있었고 최근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바로 그가 쓴 소설이 바탕이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았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이 영화는 ‘문학적인 영화’임에 분명한데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빌려 온 남의 옷에 그럴싸한 장식을 단 것 같은 부조화, 비록 화려한 옷의 어떤 비밀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뿌린 흙탕물 자국을 바라다보는 것 같은 불편함들. 도서관에서 이청준 원작 소설을 찾기 시작했다. 원작은 지난 1985년 계간지 >에 처..
2008.03.01 -
[반칙왕] Shall we 레슬링? (김지운 감독 The Foul King, 2000)
(박재환 2000.1.29.) 영화가 웬만큼 웃겨야지. 배를 잡고 깔깔대더니 아예 허리를 부여잡고 뒹굴기 시작할 지경이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에는 도대체 참을 줄 모르는 평자는 이 영화를 보노라가 급살할 뻔했다. 굉장히 웃긴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마, 20년 전 이후 이런 이런 통쾌무비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인 듯. 그럼, 웃을 준비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극장 로비에서 송강호를 보았다. 여전히 스타답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전혀 멋없는 모습으로 관객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 아저씨.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에서는 PPL로 치장하는 바람에 무척이나 어설프게 보인 에이전트였었는데 관객들은 여전히 그에게서 불사파 두목의 '초라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 관객의 배신을 '때리는지 안 때리는..
200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