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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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웨폰] 우와 재밌다 --; (원규 감독, 夕陽天使 So Close/ Virtual Weapon,2002)
이 영화의 감독은 원규(元奎)이다. 1972년 이소룡 레전드 작품 에서 배우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사람답게 액션물에 강점을 보인다. 그는 수많은 홍콩영화에서 배우로, 감독으로, 무술감독으로 활약해왔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액션 씨퀀스만은 화끈한 게 적어도 '킬링타임 용 홍콩액션무비'의 비디오 값은 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각본을 쓴 사람은 기안(技安)으로 나온다. 누구냐고?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유진위이다. 주성치의 걸작 부터, 왕가위와 함께 ,을 만든 사람. 이 사람은 가끔가다가 자신이 각본을 맡은 영화의 크레딧을 '기안'으로 올려 신비감을 높인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하나도 웃기지도 컬트틱하지도 않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서기, 조미, 그리고 막문위이다. 이들과 함..
2020.05.19 -
[상해보루] 상하이 天空 불꽃놀이 (텅화타오 滕华涛 감독 上海堡垒 Shanghai Fortress 2019)
한국에서 중국영화는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대만영화보다 더 푸대접 받는다고 해야할 정도이다. 중국영화산업은 장예모와 진개가가 호령하던 그 시절(5세대)이 아니다.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영화계도 이미 ‘중국몽’ 시대에 진입했다. 호방한 역사물에 장기를 보이는 중국에서도 SF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개봉된 유랑지구>는 두 달 상영 만에 무려 46억 5천만위앤(78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흥행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여름 ‘유랑지구’의 뒤를 이어 또 한편의 거작SF가 개봉되었다. 상해보루>(上海堡壘,Shanghai Fortress)이다. 기대와는 달리 흥행에서 참패했다.(1억 2천만위앤에 그쳤다!) 평도 좋지 않다. 그런데, ‘넷플릭스’ 덕분에 한국영화팬도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2019.09.16 -
[미인초] 문혁, 청춘잔혹사 (여락 吕乐 감독 美人草 Years Without Epidemic 2004)
중국 현대문학사를 보면 '상흔문학(傷痕文學)'이란 게 나온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시기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광란의 세월이 지나간 뒤 자신의 경험담을 문학의 형태로 고발한 내용들이다.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이나 영화 [부용진], 장국영이 나왔던 [패왕별희] 등을 보면 이 당시의 혼란상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홍위병'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실제 중국인들은 이 '홍위병'이란 말 자체를 '나찌'보다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과거의 어두운 유산이다. 근래 들어 이 시절을 다룬 영화가 몇 편 중국에서 제작되었다. [미인초]가 그러하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을 대만으로 쫓아낸 후 중국 대륙은 공산주의 땅이 된다. 하지만 10년도 안 되..
2019.08.19 -
[쓰리 타임즈] 후효현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Reviewed by 박재환 2007-2-15] 세계영화사(史,) 혹은 영화시장에 있어 ‘대만영화’ 섹션이 있긴 하다. 중국이나 홍콩과는 달리 거의 잊혀져가는 작은 나라의 애틋한 장(章)이다.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도 채 안되지만 영화사에는 후효현이나 채명량, 양덕창 같은 거장의 이름이 뚜렷하게 쓰여 있다. 후효현 감독은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대만 안에서는 대단한 감독이고, 대만 밖에서는 존경받는 영화인이다. 그가 아무리 대만에서는 죽을 쑤는 (대만 영화팬들은 그의 영화들에 대해 ‘박스오피스의 독약’이라고 부른다!) 영화를 만들어도 세상의 일부 영화팬들은 기꺼이 열광하며 거장의 영화에 빠져든다. 후효현 감독의 2005년도 작품 는 그의 다른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국제영화제(깐느..
2008.04.20 -
[풍운] 홍콩産 테크노무협액션 (Ver.98)
[Reviewed by 박재환 1998-?-?] 사실, 홍콩영화계가 사양길에 접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97년 중국으로의 복귀와 더불어 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성룡의 쿵후액션물, 주성치의 코미디물, 스타일의 고전물, 그리고 아이돌 스타를 등장시킨 대책없는 많은 작품들이 홍콩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아주 가끔 작가영화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아주 특이한 경우이다) 확실한 흥행성적을 보장해 주던 톱클라스급 스타배우들이 하나둘씩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남아있는 영화인(특히 제작자들)들은 존폐의 기로에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여야했다. 한해 200편 이상의 영화가 양산되던 홍콩이 이제 백편 이하로 줄어들었고, 그 경향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VCD라는 ..
2008.04.17 -
[색정남녀] 한 예술하고픈 홍콩 영화감독 (나지량 이동승 감독 色情男女 Viva Erotica,1996)
(2019.6.18)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두 번 썼었네요. 한 때 홍콩영화 최전성시대 끝물의 비애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박재환 2000.3.17.) (**2000년 국내극장개봉 리뷰**) 홍콩 인구는 600만 명 정도이며 해마다 만들어지는 영화는 100편 이상이나 된다. 물론 이들 영화 대부분은 한국 영화팬들이 짐작하는 대로 쓰레기 아니면 킬링 타임용 3류 영화들이다. 그러니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왕가위나 관금붕, 아니면 프루트 챈(진과) 같은 감독의 작품이 살아서 한국에까지 소개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물론 홍콩영화는 한국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국제적이며, 영화산업 자체도 훨씬 체계적이다. 어떻게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팔려나갈까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확고한 스타 시스템, 분명한 시..
2008.03.05 -
[서울공략] '홍콩'영화 '서울'시를 유린하다! (마초성 감독 韓城攻略 2005)
지난(2004년) 연말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홍콩 영화인들이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대환영이라며 촬영에 적극 협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부산과 전주 등지에서 영상위원회가 설치되면서 각기 자기 동네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거리가 영화에 자주 노출되면 우선적으로 그것이 관광수익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제적 지명도가 상승할 것임은 물론이다. ([여친소]에서 한국야경이 참 아름답게 잡혔다는 이야기는 했었고...) 어쨌든 홍콩 영화인들이 대거 서울에 몰려와서 [서울공략]이란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지난 설에 홍콩과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봉날짜조차 잡히질 못했다) 지난 주 홍콩에서 700만 HK$에 조금 못 미..
2008.03.05 -
[럭키 가이]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이력지 감독 行運一條龍 The Lucky Guy 1998)
(박재환 2003.1.20.) 중국어에도 영어처럼 양사를 쓴다. ‘a cup of coffee’처럼. '용(龍)'처럼 길다란 것을 가리킬 때는 '條'가 쓰인다. 용 한 마리는 一條龍, 용 두 마리는 二(사실은 兩)條龍..... 식으로 말이다. 의 원제 은 '행운의 용 한 마리'라는 뜻이다. 그 용이 이소룡인지 성룡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지난 98년 설에 개봉되었었다. 의 한국 흥행성공에 고무되어 우리나라에 전격(!) 수입된 것. 사실 주성치는 10년 남짓 천하무적의 자기式 코미디 영화로 홍콩극장가를 석권해오다가 어느 순간 시들해진 면이 있었다. 바로 이 와 , 때에 이르러 말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성치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짜증나고 분노를 자아내게 하..
2008.02.23 -
[디 아이2] 임산부 서기, 귀신을 보다 (팽 브러더스 감독 見鬼2 The Eye 2, 2004)
(박재환 2004.4.12.)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방콕 데인저러스]와 [디 아이]가 차례로 소개되면서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팡 브러더스의 국적은 어디일까? 옥사이드 팡과 대니 팡이란 재밌는 이름의 이 팡 형제의 중국어 이름은 팽발(彭發)과 팽순(彭順) 다. 둘 다 홍콩출신이다. 쌍둥이니까 당연히 출생지와 생일이 같을 수밖에. 형 팽순은 필름 조색사(調色師)로 이름을 날리다가 광고업계에 한동안 종사했다. 그러다가 태국으로 건너가서 영화감독이 되었고, 동생 팽발은 홍콩에서 영화 편집 일을 했다. [풍운]으로 금상장 편집상을 받을 정도의 실력가이다. 최근 작품 [무간도]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 두 형제가 합작으로 내놓은 작품이 [방콕 데인저러스]와 [디 아이]이다. [디 아이]는 ..
2008.02.22 -
[배드 보이즈] 2000년 홍콩영화의 자화상
[Reviewed by 박재환 2002-12-21] 음.. 비참한 홍콩영화의 몰골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영화. '정이건-고천락-서기-양공여-진효동' 등 홍콩에선 나름대로 지명도가 있는 배우들이 나와 열심히 뛰고, 달리고, 뽀뽀하고, 액션을 펼치지만 정말 참고 끝까지 보고 있기가 민망스런 조잡함의 극치를 달리는 영화. 왜 홍콩영화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지를 이 영화 한 편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사 기획실 신작 프로젝트) 사장: 야, 뭐, 새로운 아이템 없어? 직원1: 요즘 유전자조작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거리랍니다. 사장: 어, 그래? 어떤 내용이야? 직원2: 뭐, DNA를 추출하여 복제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사장: 뭐, 슈퍼맨을 복제하다가 히틀러같은 놈이 생긴다는거 어때?..
2008.02.20 -
[유리의 성] 홍콩인의 초상
[리뷰 by 박재환 1999/4/23] 영화는 재미있게 잘 보았다. 원래 '여명+서기' 나온다기에 '여명+장만옥'이랑은 다를 것은 분명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명은 여명이고, 장완정은 장완정(주윤발 나온 홍콩멜로물의 명작감독임)인 것이다. 그러니 그저그런 멜로물로 접어두기엔 좀 아까운 구석이 있는 영화이다. 그것은 아마도 홍콩인의 정체성을 다룬 또하나의 역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1997년 7월 1일부로 홍콩이 중국에 넘어간 후 그 홍콩인들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더 고민하고, 고뇌하고, 방황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그랬을 것이다. 의 경우는 그들은 미국으로 도망간다. 홍콩-중국의 못 이룬 사랑을 미국에서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의 감독 진가신도 미국 헐리우드로 진출한다. 그의 첫 ..
2008.02.16 -
[동경용호투] 고혹자, 여섯번째 이야기
[리뷰 by 박재환 2000/8/29] 홍콩의 인기 만화 중에 시리즈란 것이 있다. 이 인기만화는 96년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를 필두로 , , , 까지 다섯 편이 만들어졌고, 올해 초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이 만들어졌다. 이번 여섯 번째 시리즈는 모종의 이유로 영화사는 '고혹자'라는 표기를 붙이지 못한 채 홍콩과 대만에서 이라는 제목만으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뜻밖에 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영화 마지막에 오르는 크레딧을 보면, 이 영화가 시리즈에서 따왔음이 나타난다. 시리즈는 홍콩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폭력써클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진호남(陳浩南)과 산계(山鷄) 등 학생 몇이 나중에 사회로 진출하고, 흑사회(암흑가)까지 연계되면서 펼쳐지는 폭력활극이 현지에서는 꽤나 인..
200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