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초] 문혁, 청춘잔혹사 (여락 吕乐 감독 美人草 Years Without Epidemic 2004)

2019. 8. 19. 19:01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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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4.4.13.) 중국 현대문학사를 보면 '상흔문학(傷痕文學)'이란 게 나온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시기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광란의 세월이 지나간 뒤 자신의 경험담을 문학의 형태로 고발한 내용들이다. 소설 [사람아, , 사람아]이나 영화 [부용진], 장국영이 나왔던 [패왕별희] 등을 보면 이 당시의 혼란상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홍위병'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실제 중국인들은 이 '홍위병'이란 말 자체를 '나찌'보다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과거의 어두운 유산이다. 근래 들어 이 시절을 다룬 영화가 몇 편 중국에서 제작되었다. [미인초]가 그러하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을 대만으로 쫓아낸 후 중국 대륙은 공산주의 땅이 된다. 하지만 10년도 안 되어 이 신생 대국은 가난과 시행착오와 천재지변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모택동은 이 비상시국에 비상한 방법의 정치적 선택을 한다. 이른바 '동란의 10', '잃어버린 역사의 10' 등의 평가를 받는 인류역사상 가장 이해하기 힘든 집단광기의 산물인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 문혁 기간에 도시의 젊은 학생들, 지식분자는 모두 시골로 내몰린다. 이른바 하방(下放)이다. 그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두메산골로 내몰린다. 기차 타고 1주일, 버스 타고 1주일, 그리고 다시 걸어서 1주일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까지 보내져서 기약 없이 몇 년 동안 그곳 낙후된 환경의 인민들에게 마오() 주석의 영광스런 어록과 삶의 터전을 일구어야 했다. [미인초]는 바로 이 시기에 살았던 하방당한 중국 지식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1974년 운남성에서 시작된다. 쿤밍 출신의 엽성우(葉星雨;서기)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만나고 다시 자신이 소속된 연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떠났다. 짐 꾸러미를 든 엽성우는 차를 세우기 위해 애처롭게 소리 지르며 뛰어간다. 버스 지붕위에 앉아가던 유사몽(劉思夢;유엽)의 기지로 엽성우는 겨우 버스를 타게 된다. 울창한 수풀의 산으로 가로막힌 이 동네에서 서기와 유엽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랫동안 엽성우를 사랑하는 원정국(袁定國;방빈)은 산악지역에 터를 잡은 5단연대의 리더. 반면 유사몽은 강 건너 읍내 마을에 진을 치고 있는 8단연대의 리더이다. 서기를 둘러싼 삼각관계-치정극이 펼쳐진다. 결국 위태로운 상황은 패싸움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갈등 관계가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엽성우는 고이 간직하던 자신의 처녀성(무슨 신파극?)을 유사몽에게 바치고, 이를 알게 된 정국은 유사몽을 저주하게 된다. 

영화 제목 [미인초]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의 배경이 된 운남성의 이족 마을에는 '미인초'라는 식물이 있다고 한다. 이 꽃은 연인에게 바치면 영원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또다른 마을에선 남자가 이 미인초를 여자에게 주는 것은 헤어지자는 뜻이 내포되었다고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이 영화의 신비감 정도로 이해하며 될듯하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Years Without Epidemic](상흔없는 시대)이다. 광기의 하방시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또한 중국 영화 포스터에는 '激情如夢 美人如草'이라고 나와있다. 광기의 시기에 격정적 사랑이 꿈처럼 지나가고 한때 아름다웠던 여인네도 결국 풀처럼 사그라진다는 중국철학적 이야기이리라. 

과연 그런가. 이 영화를 보면 모택동의 거룩한 사상이라든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열정은 없다. 단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젊디젊은, 혈기왕성한 청춘이 산골짜기 움막에서 옹기종기 모여, 같이 밭 메고 논 갈고 길 닦는 공동작업을 할 뿐이다. 인민의 친구이면서도 강 건너 같은 젊은 무리와는 여자 하나를 두고 죽자사자 싸운다. 이 당시 홍위병의 위세는 주먹질에 코피 내는 것이 아니다. 총으로 쏘아죽이고 죽창으로 찔러죽여도 '조반유리(造反有理)'만 외치면 되는 살벌한 시기였다. 이 시절 혁명의 열정 뒤에는 당연히 청춘의 열정, 남녀간의 욕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기와 유엽의 위태로운 연애담에 막혀 이런 시대상은 쉽게 찾아볼 수는 없을지 모른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 관계자는 서기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조직을 찾아라"고 말한다. 그 조직이란 것이 결국 당성과 혁명의지의 조직이 아니라 은밀한 거래임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엽성우가 여자동료 웨이훙과 함께 읍내 공판장에 갔을 때 웨이훙이 피임도구를 찾는 장면이 있다. 문혁의 뒤안길은 이처럼 은밀하며, 어찌 보면 지극히 인간적이란 말일 것이다. 그 시절 그들은 그렇게 은밀한 거래와 생존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영화는 문혁의 광풍이 지나간 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엽성우(서기)와 원정국(방빈)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둘이 결혼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정국이 죽은 뒤 그의 유분을 운남성 산에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산, 그 다리 위에서 서기는 어디선가 돌아온 유엽과 재회한다. 이들 사이에 한 스님이 합장을 하고 지나간다. 언젠가 그 다리 위에서 한 스님에게 그들이 서로 인연이 있는가라고 물었었다. 스님의 대답은 "인연이 있다면 있고, 인연이 없다고 해도 그게 인연인 셈"이라고 알 듯 모를듯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그리고 처음 두 사람이 만난 상황이 재연된다. 버스는 출발하고 짐을 한 보따리 짊어진 서기가 버스를 향해 달려간다. 유엽은 그런 서기를 바라만 본다. 처음처럼 둘은 같은 버스를 타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연은 처음부터 그렇게 어긋날 모양이었다. 

[미인초]는 현재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석소극(石小克)의 원작소설[첫사랑](初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석소극도 실제 운남지역에서 하방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감독 여락(呂樂)은 장예모 감독의 [인생], [상하이 트라이어드]의 촬영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상하이 트라이어드]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르기 까지했다. 중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기록이다. 여락 감독도 젊은 시절 2년 정도 하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서기는 40도를 오르내리는 산악지역에서 심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유엽은 작년에도 하방당한 지식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발자크와 소재봉]에 출연하였었다. 

암울한 역사의 순간에 스쳐 지나간 사랑의 감정을 미묘하게 잡아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문혁시기 '하방'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면 천카이거 감독의 자서전을 읽어보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박재환 2004/4/13)

 

 

美人草_百度百科

1974年夏天云南,昆明知青叶星雨(舒淇饰)在探亲之后返回兵团连队的路上邂逅了让她一 《美人草》海报(2张) 生难以忘怀的男人——大江对面的北京知青刘思蒙(刘烨饰)。叶星雨青梅竹马的男朋友袁定国(房斌饰)是她所在连队的排长。在红春坪的集市上袁定国和好友林山等人和刘思蒙发生了激烈的武装冲突,袁定国和林山都被打伤。伤感而多情的叶星雨成为两个团知青武斗的导火索。为了平息流血冲突,叶星雨过江找刘思蒙谈判,却陷入了一场感情的旋涡。叶星雨将自己在袁定国面前保留了多年的初夜交给了刘思蒙。然而幸福的天平并没有向两颗相恋的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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