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감독은 원규(元奎)이다. 1972년 이소룡 레전드 작품 <정무문>에서 배우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사람답게 액션물에 강점을 보인다. 그는 수많은 홍콩영화에서 배우로, 감독으로, 무술감독으로 활약해왔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액션 씨퀀스만은 화끈한 게 적어도 '킬링타임 용 홍콩액션무비'의 비디오 값은 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각본을 쓴 사람은 기안(技安)으로 나온다. 누구냐고?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유진위이다. 주성치의 걸작 <서유기>부터, 왕가위와 함께 <동성서취>,<천하무쌍>을 만든 사람. 이 사람은 가끔가다가 자신이 각본을 맡은 영화의 크레딧을 '기안'으로 올려 신비감을 높인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하나도 웃기지도 컬트틱하지도 않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서기, 조미, 그리고 막문위이다. 이들과 함께 공연한 한류스타가 송승헌이다. 동남아에서 크게 성공한 KBS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으로 흥행에 크게 기대를 했지만 아쉽게도 송승헌은 얼굴마담(?)에 그친다. 마치 007영화의 '본드 걸' 수준의 역할에 만족해야한다. 세 여자들이 설치는 액션영화에 댄디보이로서 몇 번 얼굴 내미는 것이 다이니 말이다.
욕심내지 않고 보면 이 영화는 재밌다. 서기가 연기파 캐릭터에 도전하지 않아서인지 적어도 보는데 지장은 없다. 서기도, 조미도 핫팬츠를 입고 돌아다니는데 그 이유를 우선 모를 정도이다. 여하튼 그런 패션으로 영화를 종횡무진 누린다.
영화의 내용은 사무실 곳곳, 지상 곳곳에 CCTV가 있고, 우주에선 인공위성으로 이 영상들을 캐치한다. 그래서 '서기-조미' 자매는 자신의 최첨단 집안에서 범죄조직과 맞서 싸운다. 이 전 세계적(사실은 홍콩만을 커버한다!) 규모의 감시프로젝트가 바로 '버추얼 웨폰'의 핵심인 셈이다.
이들 핫팬츠 자매를 쫓는 홍콩 경찰은 막문위. 하지만 막문위와 조미는 결국 적에서 동지가 된다. 공동의 적-물론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들-을 물리친다. 영화에서 기대했던 송승헌과 서기의 연애담보다는 막문위와 조미의 아슬아슬한 감정전이가 어쩜 '기안'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최근의 홍콩영화 <신투첩영>에서 볼 수 있었던 최첨단 기법을 이용한 도둑놈, 그리고 그 멤버들의 애증교차 등 낯익은 이야기들이 적당히 섞인 부담없는 홍콩오락물이다.
조미가 홍콩영화에 출연한 것을 본다는 것이 어디인가.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홍콩에서도 그다지 인기를 끌지를 못했다. 콜롬비아(홍콩)영화사가 꽤나 생각하고 투자한 영화였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주말에 비디오샵에 갔더니 이 영화와 함께 장국영의 <쟁왕>(혹은 창왕), 서기의 <묘령여적>이라는 영화 등 신작 홍콩영화가 세 편이나 있었다. (박재환 2003/2/10)
(2020.5.19) 이 작품은 왓챠플레이에 올라와 있다. 한번 다시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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