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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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디텐션] 비정대만 非情臺灣 (쉬한치앙徐漢強 감독 返校 Detention 2019)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대만영화 (返校, Detention)(감독: 쉬한치앙/徐漢強)이 지난 주 한국극장가에 정식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대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개되면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지나칠 수 있다. 실제 는 우리나라의 ‘택시운전사’와 ‘1987’을 섞어놓은 것만큼 큰 아픔과 생채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먼저, 오랫동안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이야기할 때 후효현(허우샤오센) 감독의 를 많이 언급한다. 일본이 항복한 것은 1945년이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쪼개질 때, 중국 대륙에서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건곤일척의 싸움을 계속했고 장개석의 국민당군은 후퇴를 거듭하더니 결국 대만까지 내몰렸다. (국민당은 패색이 짙어지면서 대만을 수복의 전초기지로 준비..
2020.08.18 -
[프랑스여자] 방황하는 넋 (김희정 감독,2019)
이 영화, 매혹적이다. 주인공 ‘미라’가 죽었다면? 김희정 감독의 영화 프랑스 여자>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그런 상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다. 의심되면 한 번 더 보시길.프랑스 파리로 유학 갔던 미라(김호정)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는다. 배우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떠났던 미라는 배우가 되지 못하고,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다. 그런데 그 프랑스 남편에게 딴 여자가 생기면서 이혼한다. 그렇다고 실패한 삶일까. 트렁크를 끌고 서울로 온다. 오래 전 그와 함께 공부한 친구, 후배들이 모인다.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이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다르게 기억하는 여러 상황이 펼쳐진다. 풋내기 연기학도들이 ..
2020.06.11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의 판타지 로드쇼 (임순례 감독 Rolling Home with a Bull 2010)
소(牛)의 눈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꾸역꾸역 되새김질을 하면서, 가만히 쳐다보며 끔뻑끔뻑 하는 순하디 순한 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한 동물이 바로 이 소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임순례 감독이 소와 함께 길을 떠난다. 2010년 에 이어 개봉된 독립영화 이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는 보면 알 것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노총각 선호(김영필)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으신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트랙터로 하면 금세 끝날 일을 아버지는 코뚜레를 한 소에 쟁기를 묶어 땡볕에 종일토록 밭을 간다. 나이 드신 아버지의 구박, 어머니의 잔소리가 끝이 없다. 그래도 한때는 시인을 꿈꾸었던 청년이..
2020.05.29 -
[로마의 휴일] 러블리 오드리 (윌리엄 와일러 감독 Roman Holiday,195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영화계는 그야말로 고난의 겨울나기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서는 신작이 사라졌고 업계는 각종 기획전으로 애처롭게 영화팬을 불러 모은다. 최근 극장가에는 ‘오드리 헵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 전, 전 세계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대형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작품 중 (Roman Holiday,1953), ‘사브리나’, ‘화니 페이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샤레이드’,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대표작 6편이 상영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은 TV에서도 수십 차례 방송되었고, OTT서비스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20.05.14 -
[흑백판 기생충] 스멀스멀 냄새가~ (봉준호 감독, PARASITE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엔 흑백 버전의 이다. 컬러판과 흑백판의 차이는 무엇일까. 색깔만 조정한 것일까? 봉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하실의 냄새가 더 풍기는 것 같더라”라는 해외팬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컬러의 색감을 덜어낸 ‘기생충’에서는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와 송강호의 몸에서 풍기는 정의할 없는 체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집주인과 세입자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가족이다. 이들은 털끝만큼의 죄의식도 없이 타깃으로 정한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물론,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들은 유망 중소IT기업 대표 동익(이선균)..
2020.05.04 -
[파수꾼] 우상의 눈물 (윤성현 감독,2010)
윤성현 감독의 신작 이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윤성현 감독의 10년 전 작품 은 이미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에 올라와 있다. 다시 봐도 잘 만든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버려진 기차 역사 철길을 따라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건들대며 등장한다. 이어 한 학생이 욕설을 퍼부으며 한 학생을 폭행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멀거니 지켜보기만 한다. 그들이 어떤 학생인지, 누가 짱인지 단박에 인식시킨다. 영화의 첫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나 연상호 감독의 을 떠올리게 된다. 대한민국 그 또래 학생들은 얼마나 나쁘고, 얼마나 험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윤성현 감독의 2010년도 작품 은 고등학교 2학년 교실을 비춘다. 기태(이제훈)는 학교의 ‘짱’이다. 중학교부터 단짝이었던 동윤(서준영)은..
2020.04.23 -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최정민 감독,2018)
[리뷰]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 주의. 영화 줄거리 있음 * TV채널을 돌리다보면 광고시간에 각종 사회복지 지원기관 단체의 코끝 찡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어려운 형편의 어린 아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게 되면 나 자신이 어렵더라도 전화 한 통, 계좌 하나 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여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24일(금) 늦은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최정민 감독의 (2018)란 작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앵커’는 배의 닻이나 뉴스 진행자와는 관계없다. 육상 릴레이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경남) 산청의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학생 육상경기를 만나게 된다. 릴레이 경기에서 산청여고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주자 한주(..
2020.04.22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옆에서 본 여인, 앞에서 본 연인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 감독,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풍속사(史)에서 ‘사진신부’(Picture-Bride)라는 걸 만날 있다. 특정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직 사진으로만 결혼할 상대를 간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초,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간 남성이 고국의 여인네를 오직 사진으로만 보고,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다. 조금 앞선 시기 미국 서부로 간 일본남자의 형편도 비슷했다. 미국 항구에 도착한 일본 예비신부들은 자신의 신랑을 알아볼 수 없었단다. 노동자가 한껏 꾸민 사진과 실제 부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판이했기에. 아마도 ‘사진후반작업의 원조’이리라. 하지만 신랑은 그림 속 신부를 기꺼이 배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영화 의 출발은 그러하다. 영화는 18세기 신부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이다. 사진도, 전화도, 인터..
2020.02.17 -
[조조 래빗] 인생은 ‘레알’ 아름다워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Jojo Rabbit, 2019)
전 세계적으로 8억 5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마블의 를 연출한 뉴질랜드의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에게는 마오이 핏줄이 흐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태인이다. 그는 자신을 ‘폴리네시안 유태인’이라고 말한다. 유태인 와이티티가 히틀러를 연기한 영화가 바로 이다. 영화감독, 각본가이자 코미디언이이고 했던 그가 만든 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나치 열성신봉자, 조조의 비밀 요하네스 ‘조조’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열 살 철부지 소년이다. 겁도 조금 많은 편이다. 아빠는 이태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조조는 씩씩한 엄마 로시(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2차대전 마지막 혼란스런 나날 속에서 ‘정통 아리안’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지키며 살아가려고 한다. 조조 곁에는..
2020.02.11 -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Pain and Glory 2019)
[리뷰]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은 꽤 오래 된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신작 (Dolor y gloria)가 개봉되었다.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스페인영화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과 나란히 올랐다. 이 칸에서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의 주인공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영화는 무척 오랜만에 돌아온 왕년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형태이다. 무엇이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이끌었는지, 어떤 일로 창작의 열정이 불타올랐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지난 30년간 활동을 중단했는지를 들려준다. 영화는 오래 전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을 보여준다.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이 주인..
2020.02.11 -
[괴물] 봉준호가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 The Host, 2006)
은 데뷔작 , 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다. 봉준호 감독은 상상력이 넘쳐나던 학생시절, 아파트에서 내다보이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 중의 하나인 잠실대교를 바라보며 별 생각을 다해 보았단다. 그중에는 ‘에일리언’에 나옴직한 괴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상상도 했었단다. 그리고, 감독이 되어 그 상상을 형상화시킨다. 한강다리 어느 교각 밑에는 ‘에일리언’ 같은 괴물이 살고 있다고. 그것은 할리우드가 상상한 외계에서의 온 괴생물체가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나왔을까. 햇살 가득한 한강 둔치. 변희봉 네 가족은 이곳에서 생업으로 매점을 운영 중이다. 큰 아들 강두(송강호)는 매점 안에서 자거나, 손님에게 구워줄 오징어 다리 하나를 떼먹는다.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가 구닥다리 핸드폰에 짜증..
2020.02.07 -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임순례 감독,2001)
지난 10월 11일, 김기영 감독의 (1960년)로 시작된 KBS 1TV 이 오늘밤 임순례 감독의 (2001년)를 마지막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린다. 100년 전, 1919년 10월 당시 단성사에서 선보인 가 최초의 한국영화로 사료된다. 이날을 기념하여 KBS는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지난 100년을 빛낸 한국영화 12편을 매주 금요일 방송해 왔다. 196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품격을 높인 영화들이 늦은 밤 영화팬을 매료시켰다. 때로는 당국과의 마찰 속에서, 제작현장의 고충 속에서 묵묵히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온 영화인에게 경배를 올린다.오늘 방송되는 는 단편 으로 주목받은 임순례 감독이 (1996)에 이어 내놓은 작품이다. 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도 못한 세 친구가 ‘희..
2019.12.27 -
[바람 불어 좋은 날] 가진 것은 청춘뿐일지라도 (이장호 감독 1980)
은 1980년 11월 27일 개봉된 작품이다. 유신이 저물고, 서울의 봄을 거쳐 암울한 한국사회에 한줄기 빛처럼 세상에 나온 충무로 영화이다. 영화는 (지금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 되었을) 당시의 ‘서울변두리’ 개발지역에 터를 잡은 시골 촌놈 출신 세 명이 펼치는 청춘의 이야기이다. 길남(김성찬), 춘식(이영호), 덕배(안성기)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청춘의 꿈을 안고 내일의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산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제까지 논밭이었고, 여전히 논밭이 보이는 이 땅의 원래 거주민들은 농사지을 땅을 잃거나, (부동산업자의 농간에) 빼앗기고 정든 땅을 떠나야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여관에서 일하는 길남은 진상고객과 다투면서도 꿈이 있다. ‘나까무라도, 왕서방도 어서 옵쇼 모시는 웰~컴..
2019.11.13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