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파고는 도시이름입니다.

2008. 2. 25. 09:0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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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6-16] 요즘 <매트릭스>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와쇼스키형제 말고도 형제가 함께 작업하는 감독으로는 코엔 형제도 유명하다. Joel Coen(54년생)과 Ethan Coen(57년생)는 1984년 <심플블러드>를 처음 선보인후 계속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왔고, 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의 96년도 작품 <파고>에서는 둘이 각본을 쓰고, 형인 조엘이 감독을 에단은 제작을 맡았다. 어제 DCN에서 다시 보여주기에 이번엔 그냥 재미로 달라붙어 영화를 감상했다.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주 <케이블TV 가이드>잡지를 보니 영화채널(DCN과 캐치원)의 방송담당자의 영화구매와 방영과정을 기사로 실은 것을 보게 되었다. 박스기사로 우리나라 영화채널에서 자체심의과정에서 삭제되는 예로서 <파고>의 한 장면을 들었다. 두 놈이 모텔에서 더블 섹스하는 장면이 자체 심의에서 걸렸는데 해설은 "....정사장면이 사실적인데다 두 쌍이 한 방에 있는 집단 섹스이기 때문에 삭제되었다"고 설명되어졌다. 나야 그런 장면에 별로 목 매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그냥 옮겨보았다.^^

내용은 범죄물이다. 줄거리를 좀 소개하자면, 카 세일즈맨인 Jerry Lundegaard (William H. Macy)는 새로운 사업을 좀 해보려고 하지만, 도대체가 돈이 없다. 그래서 돈 많은 장인(Harve Presnell)에게 손을 벌려보러하지만, 장인어른에겐 어림도 없다. 아무리 주차장 신설계획이 그럴듯해도 말이다. 그래서 결국, 제리는 한 가지 계획을 세운다. 아내를 납치시켜 몸값을 받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두 악당 Carl(Steve Buscemi)과 Peter(Gaear Grimsrud)를 고용하지만, 문제는 뜻밖의 사태로 흘러버리고 만다. 수다쟁이 칼과 과묵 그 자체인 피터는 제리의 아내를 유괴했지만, 고속도로에서 경찰차의 단속에 걸리자, 경찰을 죽인다. 그런데 이번엔 하필 그 허허벌판 도로에 하필 그 시간에 차가 지나가다 그 장면을 목격한 두 사람이 있었으니, 피터는 이들마저 죽여버린다. 이제 이 조용하고 눈덮힌 마을에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고, 우리의 슈퍼 해결사가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동네 Brainerd의 경찰서장 Marge Gunderson (Frances McDormand)이다. 여자이며, 임신해서 배가 이만큼 부른 여자이다. (난 전혀 모르겠는데 이 여자는 영화에서 Canadian-American-Scandivanian악센트를 구사한다고 한다^^) 어쨌든 마기 서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인의 현장을 뒤쫓는다. 한편 칼과 피터는 일이 계속 꼬여만가고, 이 일을 처음 계획한 제리는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어쩔 줄 몰라한다. 결국 장인은 딸을 찾겠다고 나섰다가 칼의 총에 맞아 죽고, 일은 더욱 광란극에 치닿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마기서장이 일을 깔끔하게 혹은 아슬아슬하게 해결해낸다. (양들의 침묵의 죠디 포스터식으로 말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문법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전개된다. 이야기는 분명 유괴살인극이며 의외의 사건으로 쩔쩔매는 범죄자의 모습을 다루면서도, 아주 신속하고 유효적절하게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 물론 죽이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인을 소탕하고, 복잡한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은 여자다. 그것도 배가 이만큼 불러서 거동조차 불편하고, 먹어도 엄청나게 먹어대는 아줌마가 말이다. 그러니, 관객은 일정 정도 영화가 진행되면, 적어도 하드코어적 전개에 대해서는 안심이지만, 점심 먹다가 낚시밥-갯지렁이봉투-를 보는 뜻밖의 장면을 보아야하고, 이야기 진행과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옛 학교동창 Yanagita의 사이코적 행동을 지켜봐야한다. (이름으로 봐선 일본인인데 자료보니 Steve Park이란 배우였다. 한국계같네 --;) 그러니까, 관객은 이중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하나는 악당 칼과 피터 콤비의 살인행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와, 마기 서장의 추적극이다. 이 둘은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격돌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This is a true story. The events depicted in this film took place in Minnesota in 1987. At the request of the survivors, the names have been changed. Out of respect for the dead, the rest has been told exactly as it occurred."(이 영화는 1987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실화를 다룬 이야기이다.어쩌구 저쩌구..)이란 자막이 뜬다. 그래서 관객들은 한층 호기심을 갖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의 몇몇 할일없는 영화평자가 밝혔듯이 이것은 순전히 허구이고, 코엔식 영화재미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영화의 주 배경은 Minnesota와 North Dakota이다. 이곳은 미국의 중서부지역에 있는 곳으로 영화보면 알듯이 겨울이면 폭설이 쏟아지고 지독하게 추운동네이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은 좀 촌동네 스타일을 벗어날 수 없다. 모텔의 두 '노는 여자' (연신 ya ya...하는 여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코언 형제가 바로 이 동네 미네소타 출신이란다. 파고는 노스 다코타에 위치한 도시이름이다.

영화에 새하연 폭설로 뒤덮인 고속도로에 주 경계선에 괴상망측한 인물상과 함께 폴 버년의 고향(the home of Paul Bunyan)을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폴 버년이 누굴까 백과사전 찾아봐도 없다. (우리나라 백과사전 ^^) Yahoo!에서 검색하니 야영장과 관련하여 꽤 많이 나왔다. 이 사람 아마도 미국 청소년수련장, 야외캠프.. 뭐 이런 위락시설의 대부인 모양이다. 아니면 미국역사에 있어, 미국청소년에게 자연과 모험, 꿈을 일깨워주는 상징적 인물이든지 말이다. 디즈니랜드만 있는게 아니구나.. (혹시 미국사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폴 버년에 대해 메일이나 게시판에 글 좀 써주세요..^^)

어쨌든 이 영화는 그다지 유명한 배우없이 (스티브 부세미는 원래 아는 사람은 아는 특별한 배우이고 말이다),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이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영화같은 영화,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코엔 형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말이다. (박재환 1999/6/16)

Fargo (1996)
감독: 조엘 코엔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스티브 부세미, 윌리엄 H.머시, 제리 룬더가드, 토니 덴멘
한국개봉: 199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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