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 오브 뉴욕] The Birth of City

2008. 2. 25. 10:1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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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3-18]
  '영화보기'는 '우표수집'처럼 재밌다. 내가 모르는 나라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역사를 소재로한 영화인 경우 우표수집에 버금가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 <갱스 오브 뉴욕>만 하더라도 영화를 보자마다 웹 사이트를 뒤지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1863년의 미국 뉴욕을 중심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 미국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모른다. 물론 몰라도 전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 미국역사 관련 책을 보니 미국 학생들 중 많은 수가 '미국 독립선언서'가 언제 쓰여졌는지를 모른다고 한다. 모를 일이다. 유관순 누나가 등장하는 삼일운동이 어느 해 일어났는지 우리 학생들은 다들 알고 있을까? (*** 미국 역사책에는 New York Draft Riots라고 나온다. 1863년 7월 11일에서 13일까지 무정부상태가 되었던 폭동을 일컫는다. 발생원인은 당시 빈곤층에게 불리하였던 징병법때문이다***)
 
  어쨌든 쉽게 알수 있는 범위에서 일단 이야기하자면 아주아주 옛날, 공룡이 활개치던 그 시절 북미대륙은 유럽대륙과 떨어져 나갔고,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 북미대륙에는 인디언들이 넓은 광야를 뛰어다니면 '늑대와 춤을' 추고 살았었다. 그러다가 유럽 몇몇 나라에서 황금에 눈이 먼 탐험가들이 이곳까지 흘러오기 시작했다. 인디언 등 원주민을 제외하고, 누가 미국 땅을 제일 먼저 밟았느냐는 것은 엄청난 연구거리와 논란거리를 안겨준다. 그런 이야기는 생략하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기로는 아마도 1492년 스페인의 콜롬버스가 북미대륙을 처음 밟았단다. 콜롬버스는 저 중남미 땅을 밟았고 지금의 미국 땅은 밟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 뒤를 이어 '금'과 '타바코'를 노리고 수많은 유럽 국가의 탐험가들이 몰려든다. 정치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기근에서 탈출하고자 배를 타고 북아메리카 쪽으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1620년에는 이른바 영국의 종교 탄압을 피해 메이 플라워호를 탄 일단의 청교도들이 미국 동남부 메사츄세츠에 도착한다. 이때 즈음하여 유럽의 제국들-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포르투칼, 스웨덴, 노르웨이... 등등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신세계로 몰려와서 식민지를 세우고 땅나눠 먹기를 시작한다. 멜 깁슨이 애국자로 나온 <패트리어트>에서 묘사된 불굴의 애국전쟁 결과 1776년 '합중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신생 독립국가가 된다.

  그리고 100년, 미국의 뉴욕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오늘날 고증에 따르면 적어도 1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었을만큼 잡다한 인종의 메트로로 성장했단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민자들이 기존 질서에 편입하기까지에는 많은 범죄적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패싸움을 펼치는 무리들을 보면 수많은 파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이 이끄는 무리는 (당시 미국역사를 모르더라도) 한 1~20년 먼저 건너와서 터를 닦은 토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이주민 파벌이 있지만 그들의 꾀죄죄한 면만으로 보자면 이들이 어떤 정치적인 신념, 신학적인 신념으로 단체를 형성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란 것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같은 핏줄로 뭉친 자경단 수준이었다.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는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 '데드 레빗'파에 속한다. 영화 첫 장면은 이들 각 파벌들이 넓다란 대지에서 패싸움을 벌인다. 데드 레빗의 좌장격인 디카프리오의 아버지는 빌에게 비참하게 죽고 디카프리오는 동네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16년의 세월이 흐른 뒤, 디카프리오는 '암스테르담'이라는 청년이 되어 이곳 (뉴욕의 파이브포인츠)에 돌아온다. 물론, 그의 목표는 아버지를 죽인 빌에게 복수를 하는 것.

  빌이나 암스테르담의 개인적인 복수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시 미국은 정치적인 대립으로 갈갈이 찢겨진 상태였다. 남북전쟁이 격화되면서 징병법이 통과되고 돈없는 자는 죽으러 가는 것이고, 돈있는 자는 300달러면 면제가 되는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그 불만의 순간, 빌과 암스테르담이 파이브 포인츠에서 건곤일척의 칼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그런 200년 밖에 안된 미국역사의 드라마틱한 한 순간을 장대하게 그려낸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의 학문적 고찰이다. 하지만 미국역사에 대해서 문외한인 한국관객에게는 그보다는 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제작자 하비웨인슈타인과 벌였던 장외 대결에 더 귀가 솔깃하다.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등의 걸작을 내놓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현존하는 헐리우드 최고의 대가. 미라맥스 영화사의 하비 웨인슈타인은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펄프 픽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오늘날 헐리우드 최고의 파워맨. 두 사람이 '크리스마스 개봉'과 '12시간짜리 DVD'소동을 일으킨 신경전을 여기를 참조하시라!

  어쨌든 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아가면 만든 이 영화는 과연 이름값을 하는 명작인가? 아니면 남의 돈 1억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만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인가.

  미국 역사를 다룬 작품이니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판단하기는 곤란하기 그지없다. 미국측 평자는 이 영화가 "위대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졸작도 아니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렇게 외교적 수사가 동원되는 이유는 다분히 거장에 대한 존경심과 건방진 하비를 골탕먹인데 대한 고마움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인 문제는 결국 뒷동네 패싸움이 어느정도 규모였고 몇 명이 죽었느냐의 문제인데 영화는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감독이 30년이나 가슴에 품다 만든 영화치고는 의욕과잉인 것이 눈에 보인다. 특히나 CG없이 아나로그적 방식의 세트 재현은 헐리우드 제작 실정에 있어서는 시대착오적임에 분명할 것이다.

  제작자 하비로서는 걸작을 하나 남기고 싶었을 것이지만 결론은 미국현대사 시간에 참고로 볼만한 장편영화를 하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다지 교육적인 영화는 아니란 것. (박재환 2003/3/18) 

 Gangs Of New York (2002)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카메론 디아즈, 리암 니슨, 짐 브로드벤트, 존 C.라일리
 한국개봉: 2003/2/28
 미국개봉: 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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