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 마이클 무어 vs. 죠지 부시

2008. 2. 25. 09:05미국영화리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Reviewed by 박재환 2004-8-25]  물론 마이클 무어는 군대에 갔다온 적도 없고, 미국이 아닌 제 3세계 피지배 계층의 열악한 삶을 느꼈을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증유의 사태에 대해 부시 대통령만큼이나 큰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기 영화인이 되었다. 그가 가진 것은 카메라 뿐인데도 말이다. [화씨 9//11]은 지난 5월, 한국의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심사위원대상(Grand Prize of the Jury)을 받을 때 황금종려상(Golden Palm)을 받으며 많은 유럽 영화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여론이 완전히 갈라진 한국에는 그의 작품이 '파병반대'의 완벽한 이유가 되고 있다. 깐느 최고상을 받았지만 미국 배급에 진통을 겪어야 했고, 막상 개봉되고 나니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성공을 거둔 이 영화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마이클 무어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마이클 무어는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반골 기질과 삐딱한 시선, 그리고 넘치는 유머로 온통 부시 사냥에 열중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생각하기에는 부시는 불법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라 갔고,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며, 미국이란 나라를 애국적으로 다스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 붙인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TV방송물과 인터뷰를 통해 부시의 무능력함을 낱낱이 폭로한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암전 처리된 911테러의 아비귀환이 아니라 그 사건 발생 직후 있었던 '역사적인 수 분'일 것이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참관하던 부시 대통령은 보좌관으로부터 귀속말로 테러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수 분동안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도 않고 다만 멍청하게 아이들 책장만을 넘길 뿐이었다. 마이클 무어는 잔인할 정도로 부시 대통령과 그의 핵심 보좌관들을 멍청하거나, 탐욕스런 정상배로 묘사한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미국 국민들은 형편없는 대통령을 뽑았고, 그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앙을 받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세계평화의 대의명분을 설파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마이클 무어의 정치적 견해와 그의 세계관을 내보이는 에세이이며 확고한 좌파 프로파간다인 셈이다. 마이클 무어는 이라크의 무질서한 작금의 현실이나 미국 국민의 테러 공포를 희화화하는데만 집중하다보니 그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는 오직 '부시'탓으로만 돌린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지만 미국의 국부의 엄청난 부분-1조 달러에 달하는 7%-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투자된 돈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물론, 이 영화가 미국에서 큰 히트를 쳤다고 모든 사람이 그의 정치적 견해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무어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하여 부시가 나쁜 사람이고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부시와 민주당 케리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부시는 나쁜 놈이고, 그 증거가 여기에 있다'는 [화씨 911]이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음에도 미국 국민들은 부시를 전적으로 배제하거나 케리 후보를 대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 문화가 보수화, 우익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때 CNN보다 미국제일주의를 열심히 내보낸 폭스뉴스 채널이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세계 문제의 근원은 부시家의 석유나 후세인의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때문이 아니며, 그 해결책이란 것이 미국의 군사력이나 후세인의 잔학한 독재권력, 혹은 시아파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무장 행동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평소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정보와 세계 전략에 사로 잡혀있는 초강대국 미국의 최고 통치권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결국 인간적인 고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누가 대형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초고층 빌딩에 진짜 쳐박을 줄이야 상상 했으리오. 오직 할리우드 감독들이나 그런 생각을 했지. 이제 세상은 그런 엄청난 '상상의 공포'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선 부시 대통령이나 마이클 무어나 똑같이 자기확신의 전파로 자국민과 세계인을 혼란시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진정한 '악의 축'을 찾아내어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살펴보는 것이다. (박재환 2004/8/25)

Fahrenheit 9/11(2004)
감독: 마이클 무어
한국개봉: 2004/7/22

  • 프로필사진
    꼭두각시2010.12.22 15:42

    일개 영화인이 한 국가의 대통령을 쫓아다니며 일상을 폭로하고 부정을 공개하며 추적할 수 있는 것을 보니...역시 아직도 넘버원은 미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민주주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