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좀비 딸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애용이 (필감성 감독, 조정석 주연)

2025. 9. 8. 07:53한국영화리뷰


 (전통적) 영화의 몰락과 극장의 위기가 영화판을 옭죄는 가운데 오랜만에 스매싱 히트작이 나왔다. <인질>과 티빙 <운수 오진 날>의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좀비딸>이다. 검증된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엑시트>와 <파일럿>으로 코미디의 황제가 된 조정석과 이정은, 윤경호가 나온다니 개봉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정환(조정석)은 동물원 사육사이다. 호랑이에게 문워크를 훈련시킬 만큼 맹수친화적이다. 집에는 과년한 딸애 수아가 보아의 넘버원 댄스를 익히고 있다. 학생 댄스 콘테스트에 나갈 예정이다. 행복한 부녀의 순간은 짧게 지나가고 곧바로 좀비 사태로 돌입한다. 아파트 밖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은 이미 좀비 세상이다. 아빠와 딸은 아슬아슬하게 차에 올라 엄마가 있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피신한다. 그 사이, 딸이 좀비에게 물린다. 조금씩 좀비로 변하는 딸. 아빠는 그런 딸을 포기할 수 없다. 군대까지 동원되어 좀비 소탕전이 펼쳐진다. 정환은 엄마(이정은)와 친구(윤경호), 그리고 소싯적 여친(조여정)과 함께 필사적으로 증세를 감추고, 존재를 숨긴다. 그리곤 전공을 살려 ‘좀비 조련’ 작전이 시작된다. 조정석의 웃기고 울리는 연기, 이정은의 확실한 토속적 개그, 윤경호의 느긋한 유머감, 그리고 딸과 고양이 애용이의 합연이 최악의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좀비딸>의 원작(이윤창 웹툰)은 코로나사태 발발 전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다. 이미 <부산행> 과 (김은희의) <킹덤> 등 수많은 콘텐츠가 있었기에, 그리고 K-웹툰의 자유분방한 창작의 플랫폼이 있었기에 ‘좀비 세상에, 꼭 지켜야할 내 딸’을 향한 부성애가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좀비 세상에 가족과 연인, 이웃이 물리고, 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함께 파멸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그 위험한 순간, 인성과 희생의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고, 좀비의  무서움이 극대화 되는 것이다. 


 <좀비딸>은 원작 웹툰의 인기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영화라는 이종 플랫폼에서 제대로 살려낸 제작기획의 승리이다.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때로는 적절히 과한 좀비의 모습과, 예상 가능한 피해자 가족의 대응 방식이 스크린에 잘 담겼다. 조정석은 확실히 이런 장르에 최적화 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에서 ‘감염의 공포’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비틀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뒤, ‘전염’과 ‘좀비’는 이제 익숙한 위협의 소재가 되었다. 작년 여름에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좀비’와 ‘감염’을 소재로 한 단편이 여러 편 소개되었다. 그 중 장채원 감독의 <당신의 기쁨>이란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생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을 유인, 동생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것이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신념으로, 그리고 동생의 배를 채우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한 좀비 혈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감염에 절망하기 않고, 끝까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다 인간성 회복, 가족의 복원을 위해 비책을 찾아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쓰러져가는 극장 흥행의 방법도 찾아낸 것이다. 

정답이 뭐냐고? 재밌는 웹툰 + 웃기는 조정석 + 정부의 지원 + 극장의 자구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넷플릭스 말고 극장’이라는 믿음을 관객에게 주는 것이다.

▶좀비딸 (영제:My Daughter is a Zombie) ▶원작: 네이버웹툰 ‘좀비딸’ [작가 이윤창] ▶감독: 필감성 ▶출연 :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제공/배급: NEW ▶제작: 스튜디오N ▶개봉: 2025년7월30일/ 113분/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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